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는 옥죄던 영화관의 목숨줄을 느슨하게 풀어준 효과가 충분했다. 지난 5월 4일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 13일 만에 관객 수 500만 명을 넘었다. 이런 가운데 18일 개봉을 앞둔 국산 영화 '범죄도시2'가 사전 예매량 20만 장을 돌파했다.
이런 기록은 시침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려놓고 보면 2019년 12월 19일 개봉한 '백두산'이후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으로 무려 882일 만의 기록이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통과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영화산업에 이 같은 기록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안에 개봉할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6월 개봉)’ ‘토르: 러브 앤 썬더(7월)’ ‘아바타2(12월)’ 등 줄줄이 대기 되어 있는 것도 극장가를 되살릴 희소식이 분명하다.
하지만 극장가의 부활을 쉽게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 오래간만에 잔칫상을 차려놓고 부활을 꿈꾸는 극장가와 달리 관객들의 선택은 아직도 유동적이다.
영화관의 자구책으로 단행했던 인력 감축과 관람료 인상은 상대적으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서비스 불만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밀폐된 공간에 수백 명이 들어가야 하는 영화관의 공간적 특성도 아직은 변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던 습관이 정책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이미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해제 지침과 별개로 마스크를 고집하는 사람이 계속되는 현상과 마찬가지다.
가장 큰 딜레마는 관람료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모두 지난해 수백억 원에서 이천억 원에 육박하는 참담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CJ CGV는 2020년 10월 1만 원(이하 평일 기준)이던 티켓값을 1만 2000원으로 2000원 인상한 뒤 다시 1면 사이에 1000원씩 2000원을 올려 현재 1인 티켓값이 1만 4000원까지 올랐다.
CJ CGV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 조치였다”고 그 이유를 대지만 이쯤 되면 관객은 OTT 월 이용료보다 훨씬 비싼 1편의 관람료에 대해 반발심을 표할 수준이 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영화관의 자구책이 자칫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관객들 사이에서 “티켓값은 올랐지만 영화관 서비스는 전보다 못하다”는 평이 나온다.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인원을 감축했던 게 부메랑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CJ CGV 측은 “상영관에 무인 결재 시스템으로 감축 인원을 커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관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 줄 수 있는 인력마저 부족한 상황은 고객의 발길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일부 관객은 이점에 대해 "만약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최소 인력도 부족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영화관 직원들 사이에서도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영화관 직원이라면서 “지금 시킨 그 팝콘은 직원들의 수명을 갉아 내 드린 것”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예전엔 6~7명이서 3교대 근무하던 것을 지금은 직원 3명이 해내고 있다는 애환을 꺼낸 것이다. 심지어 직원 1명이 개점·마감을 할 때도 있다. 이러니 어떤 사건 사고가 터져도 지금 인력 수준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글의 요지였다.
한번 올린 영화 관람료를 다시 끌어내리는 것으로 업계의 불문율 인바 영화관은 인상된 관람료에 상응하는 다양한 서비스 품질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극장가 사정을 인력 감축과 관람료 인상이라는 자구책만 내놓고 나머지 모든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관객은 그동안 상영관이 아니더라도 볼거리 넘쳐나는 OTT가 넘쳐난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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