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과장이 전화해서 라인으로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하던 업무를 마치고 가려고 했는데 “야 빨리 안 내려오냐? 야, XX빨리 내려오라는데 왜 안 내려와?”라며 다그치기 시작했습니다. 전산원 업무도 힘든데 제조일까지 배우라고 해서 힘들다고 했더니 “야”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그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너무 분하고 속상했습니다
충북 오창에 있는 반도체산업의 패키지 기판 전기검사를 하는 한 회사에서 전산원으로 일하는 여성노동자가 보내온 제보다. 또 다른 제보자는 “A과장은 평소에 ‘야’는 기본이고 입을 ‘아가리’라고 말하고, 검사 도중 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을 전부 모아 실적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온갖 폭언과 욕설 심지어는 인신공격까지 일삼았습니다”라고 했다. A과장은 카카오톡 조반장 대화 창에 노골적으로 “욕 처먹고 싶으면 저한테 오세요. 얼마든지 욕 처해줄테니”라고 말한다.
이 회사에는 현장실습생으로 들어와 실습기간을 거쳐 입사한 20대 초반의 노동자들이 많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20대 청년노동자들에게 관리자들은 “XX”을 입에 달고 쌍욕과 폭언을 일삼았다. 특히 불량이 났을 때 조장이나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폭언을 일삼고, 큰소리를 치는 등 갑질을 저질렀다.
‘XX 부장’이 활개치는 회사에는 욕만 있지 않았다. 여성들의 팔을 꼬집고, 여성 전용 탈의실을 남성 관리자들이 드나들고, “뚱뚱한 여자는 매력이 없다”는 등 성희롱이 난무했다.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연차를 소진하도록 강요하고,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대표를 선출하지 않고 회사가 지정하기도 했다. 12시간 교대근무임에도 조식이 제공되지 않았고, 점심에도 밥이 모자라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방진복 세탁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으며, 업무에 필요한 소모품 지급도 이뤄지지 않았다.
‘XX 부장’이 활개치는 회사에서 청년들의 인권은 말살됐다. 이직률이 2022년 기준 86%(국민연금 2023. 4)에 달하고, 취업 온라인 사이트에는 “이 화사는 어딜 가든 최악입니다. 내근직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몇 개월 내 퇴사합니다. 오래된 몇몇은 그냥 꿀빨면서 다니고요.”라는 댓글이 달린다. 회사에서 폭언을 참다못한 젊은 노동자들이 지난 2월 9일 노조를 설립하자 ‘상사’들 주도로 복수노조를 설립했다. 폭언을 일삼은 A과장을 비롯해 누구 하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 회사는 ‘상사’를 비호하고, 고용노동부는 불법을 외면하고 있다.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3월 3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경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는 ‘모욕․명예훼손’(18.9%), ‘부당지시’(16.9%), ‘폭행․폭언’(14.4%), ‘업무외 강요’(11.9%), ‘따돌림․차별’(11.1%) 순으로 나타났다. ‘폭행․폭언’은 2021년(6월) 14.2%에서 2022년(3월) 7.3%까지 줄었다가 이번 조사에서 14.4%로 다시 늘었다.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는 622건이었는데 그 중 직장 내 괴롭힘이 372건으로 59.8%였다. 직장 내 괴롭힘 제보 중 ‘폭행․폭언’이 159건으로 42.7%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대한민국 직장에는 폭언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최소한의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에서 견디다 못해 20대, 30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그런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하여 관리자들인 가해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복수노조가 만들어졌고 이들이 다수노조가 되어 단체교섭권을 가져가 버렸다. 노동부는 해당회사에 즉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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