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피뎀 1만4036정, 식욕억제제 1만9264정.
한 의사가 단 한 번에 처방한 마약류 의약품 규모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도, 해당 행위가 언제부터 반복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광주 북구을·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6월 16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처방내역을 분석하던 중 한 의료기관의 비정상적 처방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점검 결과, 해당 의사는 과거부터 졸피뎀과 식욕억제제 등 마약류 사용 보고를 하지 않아 재고량이 맞지 않자, 이를 맞추기 위해 본인 명의로 허위 처방을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환자 치료 목적이 아닌 ‘재고 맞추기용 허위 처방’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이러한 행위가 언제부터 반복됐는지, 다른 기관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실제 환자에게 투약된 적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수사 관련 사항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만 내놨다.
식약처는 사건 인지 약 3개월 후인 9월 10일에야 해당 의사를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 의뢰하고, 같은 날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는 ‘사후 수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졸피뎀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하루 1정, 4주 이상 복용이 금지된다. 식욕억제제 역시 하루 1정, 최대 4주 이내 사용이 원칙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번 처방은 졸피뎀 약 38년치, 식욕억제제 약 53년치에 해당하는 양으로, 총 91년치 분량이다. 약품의 실제 사용처나 유통 경로가 불분명해 불법 유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진숙 의원은 “한 의사가 수면제와 식욕억제제 등 마약성 약물을 수만 정 단위로 처방했다면 이는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의 붕괴”라며 “식약처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있다. ‘마통시스템’이 아니라 ‘마비시스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오남용 방지를 위한 핵심 장치인데, 식약처가 이를 방치해 허위 보고와 대량 처방이 가능했던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라며 “전국 의료기관의 마약류 재고 및 보고 실태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EST 뉴스
-
[단독] 삼양 ‘1963 라면’, 정통성 복원 외쳤지만… 팜유·우지 혼합 ‘골든블렌드’ 논란
삼양식품이 브랜드 탄생 61주년을 맞아 '정통성 복원'을 내세우며 출시한 신제품 ‘삼양라면 1963’이 출시 직후 예상치 못한 논란에 마주쳤다. 김정수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열린 삼양식품 신제품 출시 발표회에서 우지 유탕으로 만든 삼양 1963을 소개하고 있다.... -
[단독] 대웅제약 ‘에너씨슬 집중샷’, 수험생 불안 팔아 공격적 마케팅…과연?
2026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포털 검색창에 ‘수험생 영양제’를 입력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제품은 대웅제약의 ‘에너씨슬 집중샷’이다. 네이버와 쿠팡, 올리브영 등 주요 플랫폼 상단을 장악한 이 제품은 “몰입력 UP 수험생 필수템”, “1등급 학생들이 함께한 집중 루틴”, “4,000,000포 판매 돌파”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학... -
수능 앞두고 제약사 ‘컨디션 마케팅’ 과열…전문가 “부작용·과대광고 주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제약사들이 수험생을 겨냥한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중력 강화’, ‘불안 완화’, ‘면역력 회복’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운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시장은 들썩이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마케팅이 오히려 수험생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 -
올해 4인 가족 김장비용 33만8천원… 배추값 강세에 2% 올라
인포그래픽=한국물가정보 제공 올해 김장철 4인 가족 기준 김장비용이 전통시장 33만 8천원, 대형마트 40만 4천원으로 조사됐다.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는 이 비용이 지난해보다 약 2%가량 오르며 소폭 상승했다고 16일 밝혔다. 배추값이 강세를 보였지만 무·소금 등 주요... -
로완, 경도인지장애 환자용 디지털치료기기 ‘슈퍼브레인 DEX’ 식약처 허가
㈜로완(대표 한승현·강성민)이 개발한 디지털 치료기기 ‘슈퍼브레인 DEX(SuperBrain DEX)’가 지난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최대 규모 확증 임상시험을 근거로 허가된 디지털치료기기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
티켓 예매사이트 환급 지연, 불만 급증… 공연 관람 상담 91%↑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0월 한 달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각종 공연 관람’ 관련 소비자 불만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티켓 예매사이트에서 시스템 오류 등을 이유로 취소 환급이 지연되거나 수수료가 부과되면서 소비자들의 항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