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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영원한 배우의 이름을 남기고 떠나다

  • 김세민 기자
  • 입력 2025.11.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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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영화·연극의 거의 모든 장면을 함께 채워온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7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무대와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았던 한 예술가의 퇴장이다. 

 

한국 대중문화사는 오늘, 거대한 한 장이 조용히 넘어가는 순간을 맞았다. 그의 나이 91세. “배우에게 늙음은 퇴보가 아니라 숙성”이라 말하던 그였기에, 이 소식은 더욱 낯설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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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 사진=연합뉴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과 혼란 속에서 청년기를 지나고,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얼굴로, 오히려 시대를 이끄는 연기의 상징이 되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는 ‘대발이 아버지’로, 하이킥 시리즈에서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았다. 사극에서는 준엄했고, 현대극에서는 따뜻했다. 완고한 선비에서 순박한 노인까지, 배역이 달라져도 그의 연기는 늘 진심이었다.


무대는 그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었다. 80대 중반의 나이에 셰익스피어 리어왕을 원전 그대로, 200분이 넘는 분량으로 연기한 일은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관객들은 ‘최고령 리어왕’을 본 것이 아니다. 

 

나이마저 초월한 예술의 생명력, 그리고 오랜 시간을 쌓아 올린 한 배우의 깊이를 목격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여전히 배우”라 믿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정치권에서도 활동한 적이 있지만, 그는 결국 연기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에게 예술은 직업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품는 일,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카메라와 무대는 그가 숨 쉬는 방법이었고, 그가 남긴 대사 하나하나는 관객에게 보내는 편지 같았다.


그가 떠난 오늘, 그 빈자리는 시끄럽지 않고 깊다. 그의 목소리, 웃음, 눈빛이 생생히 떠오르는 이유는 그가 세상의 수많은 감정을 대신 표현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연기를 통해 위로받았고, 그를 통해 시대를 기억했다.


이순재를 떠올리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잔소리 많은 아버지였고, 누군가에게는 고집스러운 선비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능청스러운 이웃이었다. 그 수많은 얼굴은 그가 사랑한 연기라는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었는지를 증명한다.


오늘, 한 시대가 끝났다. 그러나 이순재가 남긴 말과 표정, 그의 숨결은 한국 배우의 품격이라는 이름과 함께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연기는 여전히 우리 삶 속에서 살아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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