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압구정4구역에서 삼성물산이 조합원 대상 설명회 과정에서 선물 제공 정황이 드러나며 불법 홍보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금하고 있는 금품·향응 제공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삼성물산의 준법 의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최근 SNS ‘Threads’에 올라온 설명회 후기다. 사진에는 삼성물산 로고가 노출된 안내판과 발표 화면, 정갈하게 구성된 디저트 트레이, 생수 등이 등장했다. 설명회 종료 후에는 인근 떡집의 떡이 쇼핑백에 담겨 제공된 정황도 드러났다.
이 같은 구성은 통상적인 정비사업 설명회가 갖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업 내용을 알리기 위한 공식 안내라기보다, 조합원에게 선물 제공으로 긍정적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금품 및 향응 제공’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도시정비 시장에서 선물·사은품 제공이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물산이 또다시 금지선의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러한 행위는 현행 법령과도 직접 충돌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2조는 시공사 선정 등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전·향응·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입찰 경쟁 중인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선물·식음료·사은품 등 어떠한 형태로든 이익을 제공할 경우, ‘금품 제공’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지난해 9월, 강남구가 정비사업 과열 방지를 위해 마련한 협약에서도 이는 더욱 강화되어 있다. 강남구는 정비사업 과열을 막기 위해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토대로 한 협약을 마련했다.
협약에는 ▲건설사의 개별 홍보 금지 및 위반 시 입찰 참가 무효 ▲금품·향응 제공 금지 ▲투명한 정비사업 문화 조성 등의 조항이 담겼으며, 삼성물산을 포함한 국내 주요 시공사 8곳이 서명했다.
이 같은 논란은 압구정4구역에서 처음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삼성물산은 이미 압구정5구역에서 조합원 단체 채팅방에 외부 홍보용역 직원을 조합원으로 가장해 잠입시킨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직원은 조합원 성향, 동의서 제출 여부까지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올리다 적발됐고, 조합은 이를 사실상 사찰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조합원들은 조합 내부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 사건은 삼성물산이 사업장에서 신뢰를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압구정2구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강남구청과 ‘공정 수주 상생 협약’에 서명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협약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행보가 이어졌다.
조합 승인 없이 홍보물을 배포하고, 자사가 준공한 단지로 조합원을 이동시켜 투어를 진행한 데다 금품 제공이 의심되는 쇼핑백까지 배포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겉으로는 상생협약, 뒤로는 불법 홍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압구정4구역 설명회에서 다시 선물 제공 정황이 포착되자, 일대에서는 삼성물산의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단톡방 잠입, 조합원 시찰 및 정보 수집 논란 등이 반복된 바 있어, 이번 사안도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조합원들은 상징성이 큰 압구정 재건축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건설사의 준법 의무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삼성물산을 둘러싼 논란이 압구정 일대에서만 세 차례 반복되면서,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영업 방식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압구정2구역에서의 ‘금품·향응 제공’ 및 불법 홍보 논란, 5구역의 사찰 의혹, 4구역의 선물 제공 정황까지 잇달아 불거지자 ‘사실상 삼진 아웃에 가깝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압구정은 전국에서 가장 시공사 선정 기준이 높은 사업지로, 준법 정신을 최우선으로 본다”며 “반복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건설사는 다른 사업지에서도 리스크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찰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업은 법적 리스크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며 “금품이나 혜택을 동반한 홍보는 조합과 건설사 모두에게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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