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 이행을 피하려 국외여행허가를 어긴 사례가 최근 5년간 90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여행을 명목으로 출국한 뒤 잠적하는 방식이 사실상 ‘병역면탈 루트’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이 7일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병역기피자는 총 3127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2021년 517명 ▲2022년 660명 ▲2023년 745명 ▲2024년 775명으로 매년 증가세가 이어졌고, 올해 역시 10월까지 이미 430명이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현역입영 기피가 1232명(39.4%)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국외여행허가 위반 912명(29.2%), 병역판정검사 기피 586명(18.7%), 사회복무요원 소집 기피 397명(12.7%) 순이었다.
특히 국외여행허가 위반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해 병역기피의 주요 통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단기여행 명목이 648명(71.1%)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유학(120명), 부모 사유(97명) 등이 뒤를 이었다.
병역법은 ‘병역기피’를 입영 일자를 어기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외여행허가 위반의 상당수는 고의적 잠적을 통한 사실상 ‘병역면탈’에 가깝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단기여행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재외국민 등록까지 회피해 소재 자체가 파악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병무청은 기피자의 인적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병역법 제87조·제88조에 따라 형사고발을 진행하는 등 대응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 7월에는 특별사법경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법 개정까지 마쳤다.
그러나 국외여행허가 위반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연도별 위반 건수는 ▲2021년 158명 ▲2022년 185명 ▲2023년 196명 ▲2024년 197명 ▲올해 10월까지 176명으로 5년 내내 연 2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형사처분 실효성이다.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발생한 912건 중 실제 처벌이 내려진 경우는 징역 6건, 집행유예 17건, 기소유예 25건뿐이다. 나머지 780건(85.5%)은 기소(수사) 중지 상태로 사실상 장기간 방치돼 있다. 같은 기간 국내 기피자의 경우 61.2%가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과 대비된다.
황희 의원은 “단기여행을 빙자해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방식이 병역면탈의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병무청이 여권반납명령을 내리고 가족 통보를 해도 실거주지 확인이나 강제 귀국이 불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행 재외국민등록법은 90일 이상 해외 체류 시 거주지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미등록 시 처벌 규정이 없어 행정적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황 의원은 “특별사법경찰 수사권 확대는 국내 기피자 관리에는 효과적이지만 국외 체류 기피자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다”며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의 신성한 책무인 만큼 외교부·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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