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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단식'이라는 언어의 한계 — 장동혁 단식이 보여준 정치의 공백

  • 박상현 기자
  • 입력 2026.01.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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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막힐 때 정치인은 종종 ‘몸’을 꺼내 든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몸으로 말하겠다는 선택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이번 단식도 그 익숙한 레퍼토리였다.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8일간 이어진 국회 로텐더홀 단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류로 중단됐고, 병원 이송이라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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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여드레째 단식을 이어가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건강 악화로 국회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단식에서 더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 바뀌었는가가 아니라, 끝내 무엇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단식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했고, 중도층과의 격차는 확대됐다. 

 

이는 단식의 진정성과 무관하게, 이 선택이 설득의 수단이 아니라 자기 확증의 퍼포먼스로 작동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설득돼야 할 다수에게는 “정치는 또 극단을 택했다”는 피로감만 남겼다.


역사적으로 단식은 제도에서 배제된 약자의 최후 수단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83년 단식이 정치사에 남은 이유도, 제도 정치가 봉쇄된 상황에서 몸이 여론과 국제사회의 시선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국회도, 언론도, 제도적 대응 수단도 모두 열려 있다. 이런 조건에서 단식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가장 상징적이지만 가장 빈약한 선택이 된다.


더 큰 문제는 단식이 협상의 문을 여는 대신, 오히려 닫아버린다는 점이다. 단식이 길어질수록 요구는 정책 논의에서 도덕적 선악 구도로 고정되고, 상대의 반응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인간성 검증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타협의 공간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진영 내부의 박수와 외부의 냉소뿐이다. ‘소금 한 알과 꽃 한 송이’ 같은 문학적 논평은 감정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상대를 협상장으로 끌어오는 힘은 없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식 예술가」가 보여주듯, 단식은 언제든 신념이 아니라 구경거리가 된다. 오늘의 정치 환경은 카프카의 시대보다 훨씬 더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에 지배된다. 

 

텐트와 링거, 휠체어와 병원 이송까지 이어진 이번 단식은 이미지로서는 완결됐지만, 설득으로는 짧았다. 뉴스 가치는 있었으나 정치적 성과는 없었다.


장동혁 대표는 특검이라는 제도적 수단을 요구했지만, 정작 그 요구를 뒷받침할 법적 설계와 정치적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았다. 

 

단식은 상임위 토론과 법안 설계, 증거 경쟁을 대신했고, 그 결과 논쟁의 초점은 “특검이 필요한가”에서 “단식이 진정한가”로 이동했다. 이는 상대에게 가장 유리한 프레임을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단식 중단의 계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류였다는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이는 중재라기보다, 보수 정치가 여전히 과거의 권위와 기억에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내부 결속에는 작동했을지 모르나,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기에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논란까지 겹치며, 단식은 대여 투쟁이 아니라 당내 권력의 몸짓으로 읽힐 여지를 키웠다. 그 순간 단식의 도덕적 자산은 급속히 소진된다.


정치는 고통의 경쟁이 아니다. 유권자는 감동보다 결과를 묻는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단식은 질문을 던질 수는 있지만, 답을 만들지는 못한다. 답은 결국 제도와 증거, 토론 속에서 나온다.


단식의 결기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번 단식은 결단이 아니라 전략 부재와 책임 회피를 더 분명히 보여주었다. 

 

정치의 품격은 누가 더 오래 굶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히 묻고, 더 투명하게 증명하며, 더 설득력 있는 해법을 내놓았느냐로 판단된다.


단식은 정치의 마지막 수단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순간, 정치는 스스로의 언어를 포기한다.


글=이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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