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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연어의 일생은 거대하면서도 단순하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강에서 바다로, 또다시 돌아오기까지 장장 6~8년이 걸리며 그 거리는 1만6000~8000Km나 된다. 단순하다는 것은 오로지 단 한 번의 종족 보존을 위한 산란을 하기 위해서 그 긴 과정을 행한다는 것이다. 연어는 암컷이든 수컷이든 강 상류에 다다랐을 시 단 번의 방사를 하고 난 후 그 생을 마감한다. 단 한 번의 거시기 라니… 인간의 시각에서 볼 때는 참 거시기 하고도 거시기 하다. 첫 번째 거시기는 ‘아휴! 그래 단 한 번, 차라리 속 편하겠다’라는 느낌 일 수도 있겠고. 두 번째의 거시기는 ‘아이고... 단 한 번... 뭔 낙으로...’라는 느낌이 아닐까. 어제 화제가 됐던 한 멋쟁이 탤런트 아저씨(75세)의 이야기는 아마도 두 번째 거시기의 카테고리에 속할 것이다. 그분은 39살 연하의 여성과 13년간 연인의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한 기사에서는 동거도 아닌, 여자친구도 아닌.으로 주장했다) 혼자 사는 그분도 본능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것 이리라. 많은 사람이 착각을 하는 것은 50~60대가 되면 남성으로서의 욕구나 본능이 사라지고 여성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져서 중성적인 남자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2017년, KBS가 65세 이상 노인 300~400명을 대상으로 ‘성생활이 필요한가’라는 설문에서는 68%가 ‘필요하다’라고 답을 했다. 그저 ‘노인네가 주책’이라는 말이 무서워서 겉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 또는 해결 방법이 없어서 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부 사이가 원만한 커플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어느 한쪽이 불편해하는 사이라면 한쪽의 욕구는 억제될 수밖에 없는 홀아비 신세 아닌가.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월드 스타 윤여정 선생께서 출연했던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맡은 역은 ‘박카스 아줌마’였다. 노인들이 주로 모이는 종로 파고다 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는 역할이었다. 실제로 ‘모포 부대’ 또는 ‘박카스 아줌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듣기도 했다. 매춘은 불법이지만 여기서 짚어 볼 일은 ‘노인들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인간은 연어가 아니기 때문에 늘 하고 싶게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독가스 냄새를 감지한 한 어떤 유태인 커플이 그 상황에서 즉시 보인 행동은 다름 아닌 ‘섹스’였다. 그들은 죽음을 직감하자 종족 보존의 강한 본능을 행하며 죽어간 것이리라. 많은 사형수들이 죽음의 순간 사정을 하며 죽어가기도 한다고 한다. 본디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 남자이다. 노인이라 해서 그르다 할 수 있을까? ‘주책’, ‘이젠 참고 살 때도 됐지’라고 하기엔 곧 다가올 노인세대가 너무도 많은 대한민국의 현실 아닌가. 노인들의 성욕을 불편한 진실로 생각해선 안된다. 시선을 회피한다 해서 안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노인들을 위한 섹파 추진 위원회’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지만…. 젊은 세대이건 늙은 세대이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다 같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세대를 구분 지어 할 일과 못 할 일을 나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영화 '은교'에서 나온 그 유명한 대사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는 위에서 말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호준 문화해설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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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 ZIP] 담나티오 메모리아
로마의 원로원에서 황제를 탄핵할 때 내려지는 형벌 중에 ‘담나티오 메모리아(damnatio memoriae)’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기록 말살형’이라는 것으로 지도자의 재임 중 있었던 모든 기록물과 형상들을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폭정을 휘둘렀던 '네로 황제'가 그랬다. 그의 모든 기록은 태워졌고 부서졌다. 음악계의 예를 들면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으로 1976년부터 2016년까지 자그마치 40년간 신처럼 군림해 왔던 제임스 레바인에 대한 ‘기록 말살 작업’이 이루어진 바 있다. 그가 재직 당시 상습 성추행을 저지른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오페라단이 위촉한 외부 조사에서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증거가 드러남에 따라 명예 음악 감독직에서 해지됐던 것이다. 메트는 온라인 판매대에서도 그의 자취를 없애 버렸다. 1994년 뉴욕메트는 한 명의 소프라노 가수를 축출해 버렸다. 그 이유는 '싹수가 없어서'였다. 그 '왕싸가지'의 주인공은 바로 3대 흑인 소프라노, 천상의 목소리로 추앙받던 '캐서린 배틀'이다. 캐서린 배틀 사진출처=SNS 맑은 호수같이 투명하고 깨끗한 고음과 안정적인 긴 호흡 등 모든 것을 타고난 천상의 목소리로 혜성같이 나타나 전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었던 그녀였다.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사람이 변해 버렸다. 한마디로 성격이 '왕싸가지'로 변해 버린 것이었다. 예를 들면 '단원들과는 다른 호텔을 사용해야만 한다', '대기실은 무조건 전용'이어야 한다(오페라에서도), 전용 리무진 대기, 공연 3시간 전에 빈필과의 공연 취소(이 때문에 빈필에서도 두 번 다시 초대 안 함), 공연 관계자들을 하인 대하듯이 말하기 일쑤였다. 한 번은 순회공연 중인 배틀이 뉴욕에 있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다. 그 이유가 목덜미를 잡게 했는데 ‘바로 앞에 있는 리무진 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에어컨 온도를 높이라고 말하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자 단원들이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맞춰 입었는데 '나는 전쟁에서 살아 남았다(I survived the Battle)'이라고 프린트돼 있었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경제적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은 뉴욕메트와 배틀을 불러서 무려 14회나 공연을 했다. 이때 배틀이 불러서 일본인들에게 깊이 각인된 성악곡이 바로 '헨델'의 '옴부라 마이푸'였다. 일본의 위스키 광고에도 출연하여 이 곡을 불렀기 때문에 이때 일본인들이 애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했다고 한다. 일본 출신의 카운터 테너 '요시 가츠메라'도 이곡을 불러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올렸다. 이호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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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지구의 빙하기와 뜻밖의 선물
기상청은 이번 한파의 원인을 ‘상층부를 가로막으며 흐르고 있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서 찬 공기가 동아시아로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우리들이 헤어밴드로 머리를 고정하듯이, 지구 꼭대기 북극을 둘러싼 북극진동 제트기류가 있는데 그것이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 이 제트기류가 탄력을 잃으며 내려와서 우리나라는 물론 대만까지 영향을 끼친 상황이다. 이러한 한파의 원인을 두고 북극의 온난화 때문이라고도 하고 짧게는 2~4개월, 길게는 수개월 주기의 북극진동이 원인이라고도 한다. 코로나로 인한 전염병 사태, 유난히도 길었던 지난여름의 장마에 이어 한겨울 한파까지 온 나라를 강타했다. 제주도마저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추운 영하 15도를 기록했으니 우리 세대에 가장 혹독한 사계절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소빙하기 조선의 아사자 백만, 일본 구십만 명 이런 전대미문의 사태는 조선 현종 11년(1670년)과 12년 사이에도 있었다. 경술년과 신해년 두 해 동안 이상저온과 극심한 봄 가뭄, 여름철 폭우와 우박, 태풍, 병충해, 구제역, 지진 등이 닥쳐서 2년간 백만 명이 사망했다는 ‘경신 대기근’이다. 시차는 있지만 일본에서도 1782년부터 1788년까지 6년간이나 지속된 ‘텐메이 대기근’이 있었다. 1770년대부터 악천후나 냉해로 농작이 저조하던 차에 화산 폭발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가 가중되는 바람에 아사자가 90만 명이나 됐다고 한다. 텐메이 대기근 당시 인육을 먹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기록화. 자료 출처=위키피디아 화산학자들의 분석으로는 아사마 산이 분화하기 직전에 아이슬란드의 라키 화산이 폭발한 것도 피해를 더 키운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783년~1785년에 걸쳐서 그림스보튼 화산도 분화했다. 화산이 잇달아 분화하자 북반구의 일조량이 줄어들어 북반구에 저온화, 냉해를 유발해 일본뿐만 아니라 프랑스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으며 기근의 영향이 프랑스 혁명으로까지 이어지는 고리가 됐다.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중남미, 동남아의 화산 폭발과 화산재 분출로 인한 태양광의 감소, 태양 흑점 활동, 해류의 변화 등의 여러 요인으로 해서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이 2도가량 낮아졌던 시기를 ‘소빙하기’라고 한다. 전 지구가 공통적으로 자연재해를 겪었던 것이다. 캐나다 기상학자 Tim Ball’s가 제시한 천 년간의 지구 기후 추이. 1000~1300년 사이의 중세 온난기를 지나고 1400년부터 1900년대까지를 ‘소빙하기’를 겪었다. ◆소빙하기가 준 뜻밖의 선물 추워진 날씨로 인해 당시의 식물들 특히 나무들의 성장 속도가 아주 느려졌다. 성장이 느린 나무의 밀도가 매우 촘촘해졌다. 이것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크레모나 지역의 악기 장인들에게 아주 좋은 원재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밀도가 높아진 목재는 탄성이 좋아서 소리를 멀리까지 전달해 준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은 소빙하기에 자란 나이테를 분석한 것으로 봄철에 물을 끌어올리는 부분(왼쪽 Earlywood)의 밀도와 오른쪽(Latewood)은 추운 겨울을 나면서 성장이 느려지고 밀도가 좁아진 상태를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Klaus Roth의 저서 ‘바이올린 Virtuosi의 화학적 비밀’ 바이올린 제작의 명장 ‘아마티’를 비롯해 그의 제자들 ‘과르네리’와 ‘스트라디바리우스’같은 명장들은 주로 18세기 알프스,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지역의 단풍나무나 가문비나무를 이용해 만들었다. 특히 1645년에서 1715년 사이의 나이테는 전에 없이 촘촘한데,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스트라디바리가 태어나 활동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클래식 음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같은 명기들은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하는 전 세계 음악인들의 꿈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제작한 1707년의 ‘The Hammer’로 불리는 바이올린은 2006년 영국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5분 만에 43억 원에 낙찰이 됐을 정도다. 경매에 나온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의 거장 아이작 스턴에 의하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최상품은 연주회장이 아무리 넓어도 끝없이 퍼져나가는 천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지니고 있다”고 표현했다. 첼리스트 ‘다닐 샤프란‘은 14살인 1937년에 전(全) 소련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고 그 상으로 1630년에 제작된 ’아마티‘첼로를 상으로 받았다. 샤프란은 이 첼로로 평생 연주하며 명연주를 남겼는데 수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첼로가 운다‘면서 그의 연주와 독특한 음색의 악기를 신비로워 했다. 크레모나 장인들의 현악기는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흉내 내지 못하는 완벽한 소리를 갖고 있다. 물론 소빙하기의 목재 말고도 특별한 노하우가 있겠지만 유독 그 시기 이후로는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도 그만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들지 못한다 하니 여러 가지 추측 중에 '소빙하기'의 목재 설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지구의 빙하기가 악기 장인들에게 준 목재로 인해 연주자들은 꿈을 이루고 또 그 음악을 일반인들이 들으며 심신의 위안을 얻고 있으니, 소빙하기가 준 의외의 선물이다. 글=이호준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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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예술가의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 –Ⅰ
- 케테 콜비츠 (1867~1945) 사진출처=SNS(widewalls.ch) *케테콜비츠의 기록 / 직조공 봉기 사건 예술가는 '저항'보다 '기록'으로 그 시대적 소임을 하는것이 더 큰 역할과 이슈를 남긴다. 그런 면에서 '예술가의 시대정신'은 사람들이 놓치는 것, 잊혀가는 것들을 재발견하는 것에서 그 역할의 비중이 있지않는가 싶다. 쉬운 예로 피카소가 거리에서 돌을 던지며 시위를 하는 것보다 '게르니카'를 그림으로써 한 세기 동안 그 비극이 이슈화 되지 않았던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카탈루냐 지방의 새들은 '피스 피스하고 운다'라면서 평화를 기원 하는 곡 '새의 노래'를 연주 한것이 더 많이 회자 되었다. 아래 소개할 독일 프롤레타리아 회화의 선구자 이고 여류작가인 '케테 콜비츠'는 말했다. “미술에서 아름다움만을 고집하는 것은 삶에 대한 위선이다.” “나의 작품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구제받을 길 없는 이들, 상담도 변호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인간들을 위해 나의 예술이 한 가닥 책임과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이렇게 그는 예술가로서의 시대 정신을 기록했다. 석판과 부식동판의 기법을 사용하여 4년씩이나 걸린 직조공 봉기 사건의 (1893~1897)연작은 빈곤, 죽음, 회의, 직조공의 행진, 폭동, 결말등 여섯 점의 판화로 이루어진다. 이 연작을 시작으로, 케테는 평생 가난한 이들과 학대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진보적인 예술가로써의 시대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그녀는 법관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별 모자람 없이 자랐다. 착실하게 미술수업을 받아온 케테는 24살이 되던 해인 1891년, 의사이자 사회주의자였던 칼 콜비츠와 결혼하고, 이때부터 평생 자신을 이끌게 되는 '민중'들을 자연스레 만나고 그들의 인권과 권리에 관심을 갖게된다. 배경 산업혁명이 전 유럽을 휩쓸던 1840년대, 그때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경제발전이 시작됐다. 그 바탕에는 단순노동자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루어진 발전 이었다. 프랑스 혁명은 고대 조세제도의 모순을 개혁하고자 혁명을 했고 또 성공을 했지만새시대는 굶주리고 뼈빠지게 일할 '자유'만을 농민과 노동자에게 주어진 또다른 모순의 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당시 독일의 직조공들도 그 같은 상황에서 자유로울수 없었다. 한 공장주였던 사장은 노동자들이 '감자를 살 수 없을 정도로 임금이 적다'는 하소연을 하자 "풀이 잘 자랐는데 그거라도 먹으면 되겠네" 라고 비웃었을 정도로 그들의 권리나 인권이 보장을 받지 못했던 시절 이었다. 이에, 슐레지엔의 직조공들은 곡괭이와 삽자루들을 들고 봉기를 한 것 이었다. 거리로 나선 그들을 기다린것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총과 칼이었다. 케테콜비츠 프린트 드로잉 '빈곤' 빈곤 누더기 같은 침대에 누워 죽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와 속수무책일수밖에 없는 아버지.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케테콜비츠 프린트 드로잉 '체념' 체념 이제 아이는 죽음에 임박한 것 같다. 어두컴컴한 방안에 어머니는 지친 듯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고, 아버지는 뒷짐을 진 채 모든 걸 체념한 모습으로 망연히 서 있다. 아이는 이미 죽음의 신 해골의 품에 안겨 있다. 케테콜비츠 프린트 드로잉 '모색' 모색 궁핍으로 비참한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 이상 운명만 탓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던가. 이제는 행동에 옮겨야 할 때.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그들의 운명에 저항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케테콜비츠 프린트 드로잉 '단결' 단결 그리고 마침내 슐레지엔의 직조공들은 자신들의 생산의 수단이자 무기인 곡괭이와 삽자루들을 들고 힘을 합쳤다. 이 모든 문제를 짊어지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케테콜비츠 프린트 드로잉 '저항' 저항 직조공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자들의 굳게 닫힌 철문을 향해 돌을 던지고 싸워본다. 공장주들에게 단지 먹을 것을 달라며 일어섰을 뿐인데, 공장주를 보호하려고 출동한 프로이센 보병대는 직조공들에게 먹을 것 대신 총알세례를 퍼부었다. 대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무릎에 총상을 입은 여덟살 소년, 머리가 박살난 여성… 열 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케테콜비츠 프린트 드로잉 '실패' 실패 결과적으로, 그들의 봉기는 실패했다. 직조공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가 동원된 데 이어 대량 검거가 시작됐고 마침내 6월 9일, '살아남은' 직조공들은 전방위적인 압박에 못 이겨 직장으로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줄지어 집으로 운반되고 있는, 총에 맞아 희생된 봉기자 들의 시신들만이 '한때, 우리는 저항 했었다'는 사실만을 알려준다. 위 케테 콜비츠가 석판으로 남긴 '직조공 봉기'는 70년대 청계 피복노조 사건과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월급 3000원을 받고 일하던 젊은이들이 숨 한번 제대로 쉴 수 없고 허리조차 제대로 펼 수 없었던 다락방에서의 고된 노동. 그들은 쉴 수 있는 권리, 적절한 대우를 주장했건만 무지막지한 탄압으로 일관했던 정부와 자본가 들이었다. 평화시장 앞에 설치된 전태일의 동상. 사진=이호준 칼럼리스트 글=이호준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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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예술가의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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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우리는 숫자로 표시되며 숫자로 교감한다
- 우리가 온라인에서 기사를 보고, 미디어를 읽고 보는 행위들 모두가 알고 보면 디지털 숫자를 인식하는 것이다. 데이터 공급자의 거대한 메모리장치에서 텍스트나 영상을 선택하면, 그것은 디지털 신호인 0과 1로 변환이 되어야 한다. 그다음 우리가 디지털 신호를 받아들인 후 아날로그 신호로 바뀌어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보고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정보들에 대한 공감(좋아요)을 하고 반응하는 모든 것들 또한 숫자 놀음이다. 그 숫자들로 인해 수익도 결정된다. 그뿐 아니라 주민번호, 학번, 반번호, 키, 점수, 석차, 아파트 동, 호수, 자녀의 반 등등,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모든 것이 숫자로 매겨진다. 뼈빠지게 돈을 벌어서 아이들의 숫자(등수,성적)를 올리는데에 올인한다. 그리고 통장의 숫자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에 우리는 기쁨과 좌절을 느낄수 밖에 없다. 국가도 숫자의 통제이고 관리이다. 18세기 독일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통계(statistics·statistik)’라는 단어의 어원이 ‘국가에 대한 과학(지식)’이다. 정부는 수출실적, 재정, 실업률, 취업률, 금리, 이 모든 통계 숫자로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사회는 계산 가능한 사회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 계산이 불가능해진다면 모라토리엄, 국가 부도가 되는 것이며 국가 간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다.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이 숫자로 사람들을 통제하며 인위적으로 조작을 하여 사람들을 기만한다. 최근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숫자는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에 관련한 숫자다. 00번 확진자등, 치료자, 사망자 통계가 우리들 사회, 경제, 개인들에게 너무도 큰 영향을 주는 숫자들이다. 마스크를 구입하려 해도 주민번호 뒷자리 숫자를 확인해야 한다. 전 세계가 그 숫자에 일희일비하며 결과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역시스템을 두고 많은 국가들이 모범사례로 손꼽는 이유는 바로 숫자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이다. 국제기구들도 소수점 하나에까지 민감하게 계산을 하는, 팬데믹이 가져다준 숫자의 세상이다. 그 디지털 숫자가 전자 신호에 불과 하지만 사람들은 숫자가 보여주는 결과에 민감하고 가슴 졸이고, 그것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누군가는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가 한말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너가 생각하는 진짜가 뭔데? 그건 두뇌가 해석하는 전자 신호에 불과할지도 몰라.“ 설혹 모피어스의 말처럼 숫자로 결정되는 이 세상이 허구라 할지라도 당장에 우리들은 숫자를 통제 해야만 한다. 정부의 통계는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로, 경제는 예전의 수치로, 환자의 숫자는 제로를 향하여. 그 디지털 신호가 아나로그화 되어 사람들의 귀와 눈으로 들어와 많은 감동과 위안을 주게 될 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이호준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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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우리는 숫자로 표시되며 숫자로 교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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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마르세유 흑사병을 기억하라
- 프랑스의 마르세유 사람들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1580년에 이미 적극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다. 모든 선박은 선원들의 ‘건강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항에 들어올 수 있었다. 또한 모든화물, 승무원과 승객을 검사하여 질병의 징후가 있는지 확인했으며, 질병의 징후를 보일 경우, 선박은 마르세유 부두에 입항할 수 없었다. 이러한 검역을 마치고 난 후에라도 선박은 최소 18일간의 검역기간을 대기해야 했고, 무증상자라도 검역관이 전염병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은 마르세유 해안의 섬에 격리하여 최소 50일에서 60일간 관찰을 거쳐야만 했다. 시 의회는 ‘보건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이 위원회는 도시 보건을 위해서 권고안을 작성해 놓았다. 마르세유에는 최초의 공립병원이 지어졌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을 채용했다. 또한, 보건위원회는 많은 양의 정보를 축적해 놓았고 시민들과 공유도 했었다. 이러한 꼼꼼한 방역 대책도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지는 처참한 결과가 있었다. 1720년 중동의 레바논지역에서 출발한 상선 속에서 흑사병이 시작됐다. 그리스의 서머나, 리비아의 트리폴리, 키프로스를 거치는 동안 승객과 승무원들이 전염되고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리보르노 항에서는 이 배의 하역을 거부해서 참화를 면했다. 이어서 배가 향한 곳은 프랑스의 마르세유. 선박이 마르세유에 도착하자마자 항구 당국에 의해 라자렛의 검역소에 즉시 배치되었고 일정 기간 사람이나 물건은 배에서 내릴 수 없도록 매뉴얼대로 시행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배에 실려있던 면화, 실크 및 화물들이었다. 마르세유에는 중동지역의 특산물과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상인들의 대형 창고가 있었고, 당시 중세 박람회가 열리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그 물건들을 기다렸던 상인들은 마르세유 시에 검역 완화를 요청했다. 여러모로 조여오는 상인들의 압박에 마르세유시는 굴복하고 말았는데 그 대가는 처참했다. 흑사병이 발병한 후 2년 동안 마르세유의 총인구 9만 명 중 5만 명이 사망했다. 시체가 쌓인 마르세유거리. 사진출처=위키완드 그 인근 엑상프로방스 지역으로 확대된 결과 5만 명이 감염되어 사망했다고 한다. 이때의 재앙으로 경제와 인구가 회복하는 데는 4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인간은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 큰 노력과 방비를 하지만 그 많은 노력이 무너지는 것은 그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인간에 의해서다. 아무리 좋은 장비와 검역시스템을 갖추어도 숙주가 되어버린 인간의 이기심을 억제하지 못하거나 방심하는 순간 전염병은 소리 없이 빠르게 퍼진다. 전염되는 사람들은 내 지인, 내 가족부터이다. 지난봄 내내 집안에 갇혀 있었고 젊은 혈기에 갑갑증이 생기는 것 마저 다 이해하지만, 나 하나로 인해서 내 가족의 연장자가 사망한다면 그 후회를 어찌 감당할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나. 이태원클럽 확진자 발생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제가 무너지고 다시 2차 확산 조짐을 보인다고 걱정이 크다. 상인들의 압박에 굴복하고 처참한 댓가를 치러야 했던 프랑스 마르세유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이호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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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마르세유 흑사병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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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월 2만원을 위한 빈곤포르노는 이제 그만
- 한 달 2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월 2만원의 가치 그리고 무게감은 그리 작지 않다. 2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월 2만원으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보험이다.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월 2만원 이면 흔히 말하는 ‘암 진단 시 2천만 원 일시금 지급’ 해주는 상황에 따라선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좋은 보험을 가입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외 주식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예금도 가능하다. 당장 점심시간만 해도 2만원이면 꽤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나? 최근 케이블 TV의 광고들 중 각종 NGO 단체들의 광고가 홍수를 이룬다. 초기엔 국내 결손어린이들이나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월 1만원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세요’ 라고 하던 것이 어느새 북극의 곰을 포함해서 유기견들까지 가세해 월 2만원으로 인상(?)을 해 버렸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프리카 아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왜 금액이 두 배로 뛰었을까? 그것은 인가되지 않은 단체들의 난립과 모금 운동에 따른 마케팅 비용의 증가 때문이다. 모금 운동의 경쟁이 심화 되면서 더 많은 케이블 TV에 광고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월 1만원 후원금을 받아서 광고비 내고, 직원들 월급 주고, 운영비 쓰는 것이 부족 해 지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단체의 마케팅 팀장과 얘기를 했었다. “아유…. 우리는 그래도 양심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000있죠?” “걔네들 CF찍을 때 일부러 찢어진 옷을 가지고 간데요. 요즘 아프리카 애들 찢어진 옷 입는 아이들 없어요. 워낙 지구 곳곳에서 옷을 보내주기 때문이죠. 연기 시키는 거예요.” 얼마 전 유엔의 기구인 줄만 알았던 한 단체가 알고 보니 그 이름을 도용했던 사설 단체임이 밝혀졌고, 그 민낯이 드러났었다. 자원봉사 단체인 줄만 알았던 NGO들이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이용하여 빈곤포르노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불편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최근 ‘노르웨이 학생 및 학자 지원 기금(SAIH)이라는 단체가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빈곤 등 고통스러운 이미지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모금 캠페인)’에 대해 비판을 하여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빈곤에 대한 인식의 개선, 기금 모금 캠페인 방식의 전환, 후원방식에 관한 고정 관념의 해체를 말했다. 이를 위해 빈곤과 고통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속 가능한 사회 변화를 촉진한 모범사례로 라디 에이드 캠페인을 선정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에서는 ‘미디어가 보여주지 않는 아프리카’를 해시태그로 하여 사진들을 올려주는 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트위터리안은 “국제 미디어의 아프리카 표현은 너무나 자주 재난과 재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아프리카의 세련된 사진들을 공유해서 4만2천개 이상의 트윗과 리트윗을 받았다. 유니세프에서는 실제로 지원을 받아야 할 지역과 재난지역의 선포에 대한 홍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봉사를 위해 존재하는 순수하고 오래된 단체들에 피해 가지 않도록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야 할 때이다. 자극적인 빈곤 포르노 보다는 약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지속적인 후원을 이끌어내는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특히, 빈곤층 아이들에게 동정심이 아닌 꿈과 희망을 주는 캠페인이 나와 줘야 한다. 글=이호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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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월 2만원을 위한 빈곤포르노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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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17세기 방호복을 입은 의사 '닥터 쉬나벨'
- 동로마제국부터 페스트를 겪었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중세만해도 외부에서 선박이 들어올 때 40일 이상을 일정 해상이나 섬에서 대기하다가 환자가 없어야 입항을 허락할 정도로 방역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체계적이거나 과학적이지 못했던 당시의 방역체계로는 무서웠던 17세기의 페스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까뮈의 '페스트'속 한 장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쥐들이 빌빌거리다가 입가에 피를 토하고 죽기 시작하면 그것이 페스트 창궐의 시작이다. 페스트가 대유행이었을 당시 환자를 치료하거나 시체를 치우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닥터 쉬나벨' 이라고 불렀다. 닥터 쉬나벨은 지금의 의사로 볼 수는 없다. 굳이 설명하자면 시에서 돈을 많이 준다니까 자원한 돌팔이 지원자인 셈이다. 이들은 그림에서 보듯이 펭귄과 비슷한 복장을 했는데 긴부리 속에는 향료나 약초를 넣어 호흡기를 보호했고 긴코트는 밀납을 코팅하거나 가죽재질이었다고 한다. 닥터 쉬나벨은 환자나 시체와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 지팡이로 쿡쿡 찌르고 다녔다고 추정한다. 눈을 보호하기위해서 눈 주변을 유리로 된 안경을 만들어 썼다고 전해진다. 이 정도 상당히 공들여 만든 방호복이다. 하지만 코트 밑이 뻥 뚤렸다는게 문제다. 그 사이로 벼룩같은 벌레가 들어와 감염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닥터 쉬나벨이 여느 집에 들고 나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저 집에 송장 나가네.'라고 쑤근거렸다. 닥터 쉬나벨은 치료를 가장해 림프절을 비위생적인 바늘로 찌르고 피를 뽑는 사혈요법을 쓰고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 정도면 치료가 아니라 고문에 가깝다. 닥터 쉬나벨의 복장은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상징이다. 페스트의 악령은 멈췄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역에 퍼지면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치료제도 없고 의사와 병상도 없어 확진자와 사망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아무리 현대과학과 의학이 발달했어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인간은 나약한 존재로 무기력함을 또 다시 마주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글 = 이호준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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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0.5마력의 예수님과 500마력의 목사님
- 사상 처음으로 기독교도를 로마법의 이름으로 처형하게 한 인물인 폭군 네로는 마차 경주에 중독되다 못해 직접 경기에 출전을 했었다. 마차 경주가 시작되면 팡파르가 울리며 금으로 치장된 황제의 마차가 등장한다. 마차는 무려 10마리가 이끄는 초대형 10마력 마차였다. 마차 경주의 원래 규정은 4마리지만, 황제 특권으로 10마리 마차로 참가한다. 영화 '벤허'의 한 장면 네로는 10마리 말을 한꺼번에 다루려면 엄청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했다. 당연히 네로의 마차를 이끄는 스킬은 좋지 못했을 터이고,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네로의 마차는 말이 뒤엉켜서 전복사고를 당하고 만다. 마차는 말을 이끄는 마부의 기술이 좋을 때 6마리가 가장 좋은 속도와 힘을 낼 수 있는 황금비율이다. 8마리가 넘으면 오히려 말들 간의 속도유지와 힘의 배분, 마차의 무게 균형을 이룰 수 없어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8기통보다 6기통을 더 선호했던 셈이다. 최근의 자동차들을 따져보자.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 경차 '티코'는 41마력이었고 흔했던 마티즈의 경우 50마력이 넘었다. 무려 말 50마리의 힘을 나타내는 수치인 것이다.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차를 발명하였고, 말이 단위시간당 얼마만큼의 일률을 가지는지 계산하게 됐다. 1초간 75kg의 물체를 1미터 이동시키는 힘이 1마력이며 말은 당나귀보다 50%의 힘을 더 낼 수 있는 것으로 환산하였다. 일반적으로는 한 마리의 말이 이끄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2천년 전 예수그리스도는 예루살렘 성에 들어갈 때 0.5마력의 당나귀를 탔다고 한다. 그것도 잠깐. 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장면을 묘사한 돌벽 조각품 그렇다면 당나귀 한 마리, 0.5마력은 어떤 용도로 쓰일까? 기껏해야 물을 끌어올리는 컴프레서 정도가 1마력이다. 그런데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현재의 목회자들은 어떠한가. 예전에 알던 한 교회의 목회자는 200마력의 자동차를 마다 하시고 300마력의 차를 고집했다. 말 300마리가 이끄는 힘을 과시하고 다니신다. 강남의 한 대형교회 목회자는 무려 말 500마리나 되는 힘을 과시하며 다닌다고 한다. 목회자들이 말의 힘을 과시하며 다닌다면 서민들이 목회자를 네로처럼 보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2000년 전의 기준을 적용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회적 인지 감수성을 좀 걱정해 보자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지금, 고급차를 타고 다니며 사회적 물의를 빚는 일부 목회자들을 환기를 해보고 싶은 것이다. 개신교의 창시자인 루터와 칼뱅도 주일예배는 반드시 모여서 이루어 져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루터는 페스트가 창궐했을 당시에 말했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약을 사용하고,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물약을 챙겨라. 집, 마당, 거리를 소독하라. 당신의 이웃이 당신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거나 회복되지 않은 곳이라면 사람과 장소를 피하고, 불타는 도시의 진압을 돕는 사람처럼 행동하라.” 그리고 장 칼뱅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 '기독교 강요'에서 누가 과연 교회의 목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서술했다. 우선 학식과 경건함, 그리고 탁월한 은사로서 준비된 사람. 건전한 교리 와 허물없는 거룩함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목사가 불미스러운 삶과 행동으로 그의 거룩한 사역에 오점을 남기고 권위를 상실한다면 목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오는 5일 예수께서 십자가 수난을 겪기 전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을 하심을 기념했다는 고난주일의 시작, 종려주일을 맞아서 반추가 필요한 지점은 아닐까. 글=이호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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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0.5마력의 예수님과 500마력의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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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혼돈기에 찾아오는 인간의 비(非) 이성
- 2006년에 개봉했던 영화 <다빈치 코드> 속의 인물 중에서,배우 '폴 베타니'는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는, 믿음이 너무 좋아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비밀스런 사제로 나온다. 영화 <다빈치 코드>에서 비밀사제로 분한 폴 베타니 그는 매일 저녁이면 속죄와 참회를 하기 위해 자진의 허벅지에 매어놓은 갈고리 체인을 더욱 세게 조이고 자신의 등을 채찍질 한다. 이런 행위는 천년이나 가까이 이어져 내려온 역사가 있으며, '가학적 신앙'이라고 규정을 짓는 학자도 있다. 14세기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하여 마을과 교회를 초토화하자 '가학적 신앙'인 '채찍고행단(Flagellation)'이 유행을 했다. 많은 사제들과 사람들이 속죄와 참회, 그 고통을 통해 병마가 자신의 몸에서 떠나거나 범접하지 못 할 거란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채찍질하면서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녔다. 이 운동은 1348년과 1349년에 독일에서 절정이었고 그 수가 수천 명에 이르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스스로 음식을 사먹으며 다닐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재력을 증명해야 했다고 하니 그 집단의 순수성(?)은 인정해 줄만 했다. 이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 다니며 광장에 이르면 서로 채찍질을 했고 스스로에게도 채찍질을 했다. 영화 <다빈치코드>에서 비밀사제 사일러스는 자신에게 채찍질 등 가학하면서 속죄를 한다 옆에서 누군가와 같이 채찍질을 하다보면 경쟁심(?)이 생겨서 더욱 강도를 높이는 바람에 상처가 심해지기도 했는데 그 상처가 감염이 돼서 더욱 빠르게 질병이 침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감염원이 숙주가 돼서 이 마을 저 마을 병을 옮기고 다니는 병균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들을 지지하던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시들해지자 그 수가 줄어들었다는데 이후 이들의 행적은 유태인들을 마녀사냥하며 학살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가 없을 때 비현실적 이거나 비이성적으로 변화한다. 평상시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코로나바이러스가 점점 더 확산하면서 그런 인간의 비이성이 여기 저기 에서 조금씩 꿈틀거리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미국에서 한 교포 여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서 흑인여성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고 전례없는 휴지 사재기에 마트가 텅텅 비고 있다. 중국의 자치대는 주인이 보는 앞에서 강아지를 때려 죽이기도 했다. 종교단체는 영적인 치유의 능력을 믿었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응답은 집단감염이다. 인간의 정신 분석 심리학의 대가인 ‘카를 구스타프 융’은 종교와 인간 본성에 대해서 연구를 했고 ‘집단 무의식’ 개념을 설명했다. 집단 무의식이란, 집단의 각 구성원의 무의식적 콤플렉스가 하나의 통일체로 움직이는 상태를 이른다. 즉, 사회의 각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어떤 행동과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무의식의 미숙한 본능에 따라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면서 참 자기와는 다른 행동도 합리화 하게 된다는 것이다. 혼돈기 사회의 비이성이 집단에서 주로 발현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코로나 사지(死地)에서 바이러스와 다투고 있는 의료진, 공무원들의 헌신, 희생정신, 이성, 이타심, 인간애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SNS로 서로를 응원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외신들도 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해 지지와 찬사를 보내지 않는가. 우리 사회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혼돈기에 찾아오는 비이성을 억제 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처럼 확신한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호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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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혼돈기에 찾아오는 인간의 비(非) 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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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일본의 마스크 문화 – 다테마스크(伊達マスク)
- 일본인들이 마스크 쓰는 이유 1위는 편안함이라고 한다.(출처=일본 방송화면 갈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것은 봄철 황사, 그리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리면서부터 아닐까. 황사용 마스크, 초미세먼지용 마스크 등 기능까지 구별해서 다양하게 사용하다 보니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 '메이드인 코리아'는 글로벌 인기 상품이 됐다. 일본은 국내보다 황사나 미세먼지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일본인은 마스크를 자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이상할만큼 마스크를 쓴 모습을 자주 볼 수가 있는데 일본의 한 방송사 조사(2018년)에 의하면 겨울에 4%가 넘는 사람들이 평소에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나타났다. 왜 일본인은 마스크를 애용할까?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마스크 착용을 장려한 것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을 때다. 일본 정부가 최초로 마스크 착용을 장려한 1918년 당시 포스터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치르면서 나무를 마구잡이식으로 베었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나무까지 벌목해 훔쳐갔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황폐해진 민둥산을 복구하기 위해 대규모 조림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빨리 자라고 비용이 저렴한 삼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일본 전역에서 자란 수많은 삼나무는 봄이 되면 '삼나무 꽃가루'를 뿌린다. 삼나무 꽃가루는 비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있다. '가훈쇼'라고 불리는 화분증(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봄이 오면 일본인은 마스크를 많이 쓴다. 최근 들어 일본인은 봄철뿐만 아니라 가을, 겨울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성인, 주부, 사무직 근로자까지 다양하게 쓰고 다닌다. 이런 현상을 ‘다테마스크’라고 부른다. 다테(伊達)는 ‘겉멋, 멋부린다’라는 의미로 다테마스크는 멋부리기 위해서 쓰는 마스크라는 뜻이다. '허세마스크'인 셈이다. 일본 마스크는 문구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까지 다양한 디자인이 새겨져 있다. 마스크에 따라 눈이 커 보이거나 얼굴이 작아 보여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된다. 한때 일본 고교생 사이에서 유행했던 ‘갸루패션’의 완성은 턱에 걸친 마스크였다. 마스크를 쓴 남녀가 단체 소개팅을 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인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가 단순히 멋을 부리는 것보다는 세상과 차단하고픈 심리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설문조사 결과 ‘얼굴을 가렸을 때 마음이 편하다’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숨기고 싶은 현대인들의 자기 방어심리나 은폐, 기피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다테마스크 의존증 환자’도 있다. 집 안에 틀어박힌 채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는 단카이세대의 ‘히키코모리’는 일본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다. 이호준 문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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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일본의 마스크 문화 – 다테마스크(伊達マス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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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동요 속에 숨겨진 흑사병의 역사
- [Ring around the rosy]라는 제목의 영어동요는 주변의 영어 유치원에만 가도 불리는 흔히 불리는 곡이다.가사가 쉽고 우리나라 동요 '둥글게 둥글게' 마냥 원을 돌면서 노는 방식이라 아이들이 좋아한다. 지금은 내용들이 많이 바뀌어서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즐겨 부르고 있지만 그 기원을 알면 영 찜찜한 노래가 아닐 수 없다. Ring around the rosie (장미 주위를 돌자) A pocket full of posies (꽃다을발을 가득 주머니에 넣고) Ashes!Ashes! (에취 에취!) We all fall down (우리모두 주저 앉았네) 이 동요의 기원은 중세 페스트가 유행할 당시에 시작됐다고 보는 주장이 많다.붉은 장미는 페스트의 증상이 림프절을 따라서 튀어나오는 붉은 종양을 뜻한다고 한다. 붉다못해 검게 변한 시체들 주위로 아이들이 손을잡고 원을 그리며 노래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당시 사람들은 병을 멀리 하기위해서 주머니 가득 약초들을 넣고 다녔다고 하는데 거기서 'A pocket full of posies'가 나왔다는 것이다. 페스트의 초기 증상은 재채기가 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그래서 지금도 영어권 국가들 사람들은 누군가 재채기를 할때 영혼이 빠져나간다 하여서 'Godbless you~' 하고 외쳐 주는것이라고 한다. 마지막 소절의 We all fall down (우리모두 주저 앉았네)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쓰러졌다는 것의 숨은 의미(죽음)를 알 수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블로그나 구글의 위키피디아 같은 정보사이트에서도 근거를 명확히는 말해주지 못한다. 당연히 '구전동요' 이기 때문이다.이 노래의 배경 때문인지 서양의 호러영화에서 아이 귀신이 나올땐 이 곡이 음산하게 깔리곤 한다. 이호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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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동요 속에 숨겨진 흑사병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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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경제용어에 동물이름이 등장하면 위험의 징조
- 블랙스완이 나타났다는 의미는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을 일컫는 경제 용어로 사용된다. [이호준의 경제 토크]경제 위기 속의 등장한 동물은 불길한 징조? 예상못할 충격적인 돌방상황이나 사건을 말할 때 ‘블랙스완이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IMF 사태와 같은 경우도 해당했다. 17세기 말까지 수천년 동안 유럽인들은 모든 백조는 희다고 생각해왔으나 네덜란드의 한 탐험가가 흑고니를 발견한 후 일반적인 통념이 깨지는 충격을 받은 데서 유래한다. 경험이나 예측을 벗어난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일을 말한다. 이 용어는 월가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저서 '검은 백조(The black swan)'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면서 두루 쓰이게 됐다. 갑작스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블랙스완이 나타났다’라고 한다면. 오랫동안 위험을 경고하며 예측이 가능한 상황을 말 할 때 ‘회색코뿔소가 온다’라고 말한다. 미국의 정치·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세계정책연구소를 이끄는 미셸 부커는 지난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이 개념을 처음 발표했다. 회색코뿔소는 예측가능하지만 간과하게 되는 위험을 의미한다. ‘회색 코뿔소’란 '개연성이 높고 그것이 미칠 충격이 엄청난 위험을 상징'하며 “당연히 알아채야 하지만 자주 놓치는 위험 혹은 보고도 못 보는 척하는 위험'이다. 코뿔소는 사람을 몹시 경계하는 습성이 있는 만큼, 그 접근은 당연히 경계 대상이다. 하지만 코를 비비거나 꼬리를 흔드는 등의 행동을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코뿔소의 접근은 오로지 공격으로 이어질 뿐이니 가까이 다가온다고 느껴지면 멀찌감치 피해야 한다. 미셸 부커는 “코뿔소는 이름이 흰 코뿔소든 검은 코뿔소든 혹은 수마트라 코뿔소든 자바 코뿔소든 인도 코뿔소든 모두 회색”이라고 말했다. 풀어보면 정치·경제·인권·군사·환경 등 어떤 영역에서 어떤 색깔로 출현하든 코뿔소가 주는 충격은 대단하다는 경고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은 미국은 사실상 국가부도를 맞았다. 그 이후의 경제 재건 방법은 양적완화(달러를 시중에 푸는 정책)였다. 제로금리로 달러를 마구 풀자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국 같은 신흥국들은 그 달러를 빌려갔다. 신흥국들은 정경유착의 부패고리가 깊었던 터라 인프라나 공공재정에 쓰기보다는 돈놀이에 탕진했다. 당시 중국의 일부 국영기업들은 기업의 특성상 싼 이자를 주고 빌린 돈을 일반인들에게 고금리로 대출해주는 황당한 비즈니스까지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돈은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 투기세력들의 돈놀이 파티로 변화 했던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의 인건비는 결국 오르기 시작했고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고 중국을 떠났다. 그러니 중국의 성장동력은 멈춰 서기 시작했던 것. 중국과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은 미국에서 풀어준 달러를 가지고 돈놀이를 해 유지 됐었던 버블이었다. 2013년 제네바 리포트, 2016년 IMF 에서는 이들 신흥국의 달러 만기도래에 관해 경고를 날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을 통해 경기가 살아난 미국은 그 달러를 회수할 시기가 온 것이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눈앞에 회색 코뿔소가 나타났다고 경고를 하기 시작 했지만 그들은 아직도 멀었다며 눈을 감아 버렸다. 아르헨티나정부가 달러유출을 막는 자본통제에 들어갔고 거기에다 콜롬비아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터키의 금융위기도 이 상황과 퀘를 같이 한다. 최근 중국은 자국 여행객들을 통제하면서 달러의 유출을 막고 있었던 상황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피로감이 높은 상태였다. 그러다가 코로나19로 카운터펀치를 맞은 상태다. 어찌 보면 ‘회색코뿔소가 온다’는 경고와 예측기사를 사람들은 수차례 들었지만 의외로 무방비 상태에 일상을 살아간다. ‘블랙스완’이든 ‘회색코불소’든 동물이 들어간 경제학 용어는 왠지 불길한 내용들이다. 이번 중국의 우한에서 전파된 코로나19가 박쥐와 천산갑에서 유래되었다하니 이 동물들도 향후 불길한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또하나의 사례로 인용될수도 있지 않을까? 이호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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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경제용어에 동물이름이 등장하면 위험의 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