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한복판에도 조용한 모기… 서울시 ‘모기활동지수’ 38.9, 예년의 절반 이하
- 기록적 폭염에 산란 못 하고 증발… 전문가 “가을에 몰려올 수도”
한여름밤, 윙윙거리는 소리로 잠 못 이루게 하던 모기가 올해는 조용하다. 서울 한복판에서조차 모기 한 마리 보기 어려운 이유는 다름 아닌 ‘역대급 폭염’이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모기예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모기 발생지수는 2단계 ‘관심’ 수준에 머물렀다. 이 지수는 ‘쾌적–관심–주의–불쾌’ 4단계로 구분되는데, 예년 같으면 7월 중순에는 ‘주의’나 ‘불쾌’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모기활동지수 역시 이례적으로 낮다. 수치가 100일 경우, 야외에서 10분간 서 있기만 해도 5번 이상 모기에 물릴 수 있다는 기준인데, 현재는 38.9에 불과하다. 지난 22일에는 23.1까지 떨어졌고, 7월 10일에는 ‘0’을 기록했다.
모기는 통상 15~30도의 기온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또 장마철의 잦은 비가 알을 낳기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해마다 6월 중순부터 개체 수가 늘기 시작해 8월 중순 정점을 찍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장마는 짧고,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모기들이 번식조차 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6~7월 초반 계속된 고온으로 물웅덩이조차 말라버려 모기가 산란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짧은 장마,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는 모기에게 더욱 불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100’까지 치솟았던 모기활동지수는 올해는 한 차례도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장 높았던 날이 6월 28일로, 77.2에 그쳤고, 6월 6일에는 27.4에 머물렀다.
이처럼 모기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도 방역 요청 민원이 뚝 끊겼다. 시청 관계자들은 “올해는 모기 민원이 거의 없다”며 이례적 반응을 전했다.
그러나 ‘가을 모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해처럼 7~8월 모기가 사라졌다가 9월 말 이후 기온이 내려가고 고인 물이 늘면서, 늦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모기 개체 수가 줄었지만, 9월 이후 선선한 기온과 가을 태풍 등으로 모기 서식 환경이 다시 조성될 경우, 오히려 더 많은 모기가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