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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프랑스 신용강등이 던지는 경고

  • 박상현 기자
  • 입력 2025.09.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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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치적 유혹'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은 단순히 프랑스 재정의 ‘지표’가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 근본 원인인 ‘정치적 실패’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이는 바로 ‘증세 없는 복지’라는 달콤한 정치적 유혹이 현실에서 어떻게 시스템의 취약성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살아있는 사례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꾸준히 재정 건전성 강화를 공언해왔으나, 고소득층과 부유층에 대한 조세 형평성 제고라는 핵심 과제는 정치적 저항에 막혀 좌초되기를 반복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75% 초고율 부유세’였습니다. 이때 정부 정책에 반발한 유명 영화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Gérard Xavier Marcel Depardieu)는 프랑스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 버린 유명한 일화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 정책은 자본 유출과 투자 위축이라는 경제적 반작용과 막대한 정치적 비용을 초래하며 백지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세 저항(Tax Resistance)’으로 인한 국가 재정수입의 한계는, 복지 지출이라는 엔진에 연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채 출력을 높이는 꼴만 돼 버렸습니다.


거기에 더해 팬데믹이 발발하자 각종 지원 정책으로 GDP 대비 부채가 100%를 넘는 결과를 맞았죠.


신용평가사들은 악화되는 재정 지표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치적 교착 상태가 효과적인 재정 개혁을 가로막는 ‘거버넌스 리스크(Governance Risk)’로 작용한다고 지적하며 등급을 하향 조정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많은 선진국들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복지 재정 압박을 겪는 공통적 현상을 맞고 있습니다. 이때 쉽게 등장하는 논리가 ‘과도한 노인 복지가 재정을 망친다’는 식의 세대 갈등 촉발론 이지요.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위험한 오류입니다.


진정한 문제의 핵심은 ‘복지지출’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조세 기반(Tax Base)’의 붕괴에 있습니다.


각국은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으로 국가 재정의 근간이 약화된 반면, 복지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 모순된 상황의 대가는 결국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맞습니다. 공공서비스 이용료 인상과 간접세 부담 가중은 실질적으로 ‘역진적(Regressive)인 서민 증세’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재정적자, 부자감세로 막대한 세수가 펑크 난 미국 트럼프 정부는 '관세'라는 기이한 정책으로 자국민들에게 인플레이션이라는 악수를 두고 있는 것도 좋은 예 일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부자감세의 효과로 천문학적인 세원이 사라졌습니다.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정치는 6조~6.4조 원, 한겨레신문 보도 83조)


그로 인해 각종 예산들이 깎여 나갔죠.


심지어 한 번도 삭감된 적 없던 R&D 예산마저도 끊겨서 수많은 인재들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고로부터 우리가 받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지속 가능한 복지(Sustainable Welfare)’는 반드시 ‘합리적 증세’와 한 쌍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세금을 더 걷지 않으면서 확장된 복지를 약속하는 것은, 결국 국가 채무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불과합니다.


이제 우리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치적 꿈에서 벗어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누가’, ‘어떻게’ 비용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성숙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조세 혜택의 재조정, 조세 행정의 효율성 제고, 복지 전달 체계의 혁신 등을 통해 사회 전체가 고통을 나누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음악은 프랑스 작곡가 움베르토 지오다노 작곡의 오페라 ‘안드레아 쉐니에’입니다.



@ EileenML aka Adamfulgence

 

*내용


혁명기 직전, 프랑스의 한 시골 성에서 열린 파티..


시인이자 혁명가인 안드레아 쉐니에와 백작의 딸 만달레나는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만달레나의 운명 속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로 하인인 제라르가 있었습니다.


제라르는 혁명기 노동자들이 그러 했듯이 시대에 발맞춰 혁명의 주동자가 됩니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져야 했던 쉐니에와 만달레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다시 재회하게 되고, 제라르 역시 만달레나를 찾아내 그들이 마주하게 됩니다.


제라르는 만달레나를 차지하기 위해 적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쉐니에를 혁명재판소에 고발한다.


쉐니에는 당당하게 자신의 무죄를 외치지만, 법정과 군중들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서 그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외칩니다.


희망이 사라지고..


자신을 향한 욕정으로 가득 찬 제라르(집안 하인이었던)를 바라보며 만달레나는 혁명 이후 자신이 겪은 고초를 아리아로 토로합니다. (이 아리아가 바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


불타는 저택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 어머니가 얼마나 참혹하게 숨져갔는지, 자신을 돌보기 위해 유모 베르시가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그녀는 자신이 저주를 몰고 왔다고 노래를 합니다.


'쓸모없는 몸뚱이는 당신이(하인 제라르) 갖든지 말든지...' 하며 다른 여인을 대신해 죽으려고 형장으로 가는 만달레나..


쉐니에와 만달레나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단두대 앞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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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호준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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