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재난 대응보다 정치적 눈치가 우선됐다” … 정부 합동감사로 드러난 충격적 사실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3주기를 앞둔 23일, 정부의 합동감사 결과가 발표되며 당시 용산구청과 관계 기관의 대응 실패 실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당일 구청 상황실 근무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제거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었고, 재난 신고 접수 후에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2022년 10월 29일 밤, 용산구청 상황실 근무자 5명 중 2명(재난관리 담당자 1명 포함)은 참사 발생 시각인 오후 10시 15분 전후, 전쟁기념관 인근의 ‘윤 대통령 비판 전단지’ 제거 작업에 투입돼 있었다. 이 작업은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비서실을 통해 지시한 것으로 보이며, 경찰 측 요청에 따라 수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전단지들은 대통령실 이전 이후 주변 담벼락 등에 붙은 정치적 문구의 전단이었고, 다음날 대통령 출근을 앞두고 “미관상 정비 필요” 명목으로 제거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 감사보고서의 설명이다.
그 시각,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 인파로 이미 통제 불능 수준이었고, 현장에서는 압사 사고 징후가 감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구청 재난상황실은 초기 경고나 통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구청 상황실은 오후 10시 29분께 첫 사고 신고 전화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0분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사고 전파 메시지가 도착한 것은 오후 10시 53분이었고, 이때도 구청장은 보고받지 못했다. 박희영 구청장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 59분이었으며, 이후 2시간 동안 긴급회의나 재난 대응 체계는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국무조정실 합동감사는 경찰청·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 서울시청, 용산구청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참사 당시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 인력이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으며, 경찰과 지자체 간 협조 체계 또한 완전히 붕괴돼 있었다. 감사위원회는 총 62명(경찰 51명, 지방공무원 11명)에 대해 징계 및 경고 등 조치를 권고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3년이 지나도 단 한 명의 실질적 처벌도 없었다”며 “감사결과는 절반짜리 진상규명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10월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3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앞두고 “정부는 위로금 명목으로 책임을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일시적 위로금(사망자당 2천만 원)과 생활지원금 지급 방침을 거부하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들은 “우리 가족이 죽어간 동안 구청 공무원들은 대통령 전단지를 떼고 있었다”며 “이게 대한민국의 재난 대응 현실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감사 결과는 3년이 지나도 이태원 참사 대응 실패의 본질이 ‘무능과 무감각’에 있었다는 점을 다시 드러낸 셈이다. 재난현장에서 가장 먼저 움직였어야 할 지방정부와 경찰이 정치적 민원과 행정 외형 관리에 매달렸고, 그 대가로 159명의 생명이 희생됐다. 정부는 징계 조치와 함께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유가족들은 “책임자 실명 공개, 검찰 재수사, 재난 대응 구조 개편” 없이는 진정한 정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날, 누군가는 살려달라 외쳤고, 누군가는 전단지를 떼고 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불편한 문장이 대한민국 재난 행정의 민낯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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