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사고에도 개선 없었다는 지적
- ESG 투자기관 신뢰도 급락 우려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이 한국ESG기준원의 2025년 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최하위인 D등급을 받으며, 사실상 증권사 ‘꼴찌’라는 오명을 썼다. 외형적 실적은 업계 최상위권이지만, 내부에서는 회계 오류·불건전 영업행위·고객자금 유용 등 핵심 시스템이 연달아 무너지며 오너인 김남구 회장 체제 전체가 흔들리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투자업권에서 적발된 불건전 영업행위 73건 중 한투증권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만도 ‘부당 권유’, ‘운용 지시 금지 위반’, ‘신탁·고유재산 연계 거래’ 등이 잇따라 적발됐고, 지난 3월에는 기관경고와 약 45억 원의 과태료까지 부과됐다. 업계에서는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니라 조직문화와 영업 관행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내부통제 실패는 더욱 심각한 형태로 드러났다. 올해 11월, 강남지점 직원이 고객 자금을 도박 자금으로 유용한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 예탁금이 직원 개인 계좌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됐음을 의미하며, 금융투자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고객자산 보호 체계마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ESG 지배구조 평가에서 치명적인 악재로 직결되는 사건이다.
회계 시스템도 근본적 결함을 드러냈다. 한투증권은 2019~2023년 실적을 대규모 정정하며 5조 7천억 원 영업수익 과대계상 사실을 인정했다. 외환 관련 회계처리가 잘못된 상태로 수년간 이어졌고, 투자자·시장에 제공된 정보 역시 장기간 왜곡돼 왔다. 금융당국은 내부 회계관리제도가 고의적·방임적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이 모든 리스크가 김남구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구조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전략·보상 관련 핵심 의사결정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견제장치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고와 제재가 반복되는 동안 구조적 개편이나 책임경영 조치가 눈에 띄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의 핵심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한투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 6천억 원을 넘기며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실적은 견조하지만 지배구조 취약성이 장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SG를 중시하는 기관투자자·연기금은 G(지배구조) 점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이번 최하위 평가가 향후 자금 조달·투자 매력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한투증권의 문제는 개별 사고가 아니라 ‘지배구조 전반의 시스템적 결함’”이라며 “김남구 회장 체제 아래에서 반복된 사고와 제재가 누적되며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지배구조 최악’ 평가와 연속된 사고들은 한투증권에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오너 체제를 포함한 지배구조 전면 재정비가 필요한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내부통제 보강, 회계 시스템 개선,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실질적 대책 없이는 지금의 위기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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