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식 논리 vs 정치 현실 충돌…항소심에서 재검증 불가피
김건희 여사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 직후, 법조계와 정치권, 여론의 반응은 이례적으로 격앙됐다.
판결 결과 그 자체보다도, 판결이 현실을 얼마나 외면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세다. 이 재판의 재판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 공소장 변경 없이도 방조범 인정이 가능하다는 법리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김 여사의 관여를 전면 부정했다.
주가조작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김 여사 계좌가 실제 시세조종에 활용됐다는 정황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음에도, 재판부는 “범죄 인식과 가담 의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고, 김 여사가 직접적인 재산상 이익을 얻지 않았으며,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의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실 정치에서 비공식 여론조사가 계약서로 남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고, 정치적 이익은 반드시 금전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판결은 형식적 증거 논리에 갇혀 정치 권력의 작동 방식 자체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판결을 두고 홍준표 전 의원은 SNS에서 “정치판을 전혀 모르는 판결”이라며 “사자성어로 멋을 부렸지만 결국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직격했다.
이는 태산이 요동치는 것처럼 큰 소리 내고 흔들렸으나, 실제로 나타난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이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징역 18년이 선고됐던 점을 언급하며,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이 결코 그에 못지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 사건을 선고한 우인성 부장판사는 앞서 의대생이 연인을 살해한 사건의 1심 재판장이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잔혹한 범행과 사회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다는 평가를 받은 형량을 선고했고,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피해자 관점이 실종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 사건 역시 법률 조문과 양형 기준에는 충실했지만, 범죄의 잔혹성·사회적 파장에 비해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두 사건은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법률적 형식 논리는 강조되지만, 사회적 맥락과 상식은 반복적으로 배제된다는 점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 판사의 판결은 늘 증명 책임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결과적으로 권력형 범죄나 중대 사건에서 ‘법원의 온정주의’로 귀결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판결은 자본시장 전체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비판이 크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주범들조차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김건희 여사 무죄 판결은 “주가조작을 해도 인생이 망하지는 않는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남겼다는 지적이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논하는 상황에서, 주가조작에 대해 패가망신 수준의 책임을 묻지 못하는 사법 판단이 반복되는 것은 시장 신뢰를 근본부터 훼손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단순한 유·무죄 판단이 아니다. 법원이 법률 해석의 안전지대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현실과 권력 구조까지 함께 판단할 책임이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김건희 여사 선고 이후 쏟아지는 비판은 사법부가 이 질문을 더 이상 회피하기 어려운 지점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사안은 아직 사법 절차의 종착점이 아니다. 향후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어떤 법리와 시각으로 판단을 내릴지,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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