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공천 헌금 의혹이 불거진 직후 ‘가족 일’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가운데, 그가 해외에 체류하던 기간 국내에서는 가족이 소유·운영하던 법인이 돌연 폐업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법인은 서울시 산하기관들과 다수의 연구용역 계약을 맺으며 최근까지 실적이 급증하던 곳으로, 출국·폐업 시점이 맞물리면서 단순한 경영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된 매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시의원 가족이 소유한 법인 ‘에듀이스쿨’은 지난달 7일 폐업했다. 김 전 시의원은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으로 출국해 체류하다가 지난 1월 11일 귀국했다.
이 기간 김 전 시의원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메신저 기록이 삭제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증거 인멸 의혹도 제기됐다. 에듀이스쿨의 폐업은 김 전 시의원의 미국 체류 기간과 정확히 겹친다.
에듀이스쿨은 2019년 설립 이후 꾸준히 외형을 키워왔다. 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인의 영업이익은 2023년 약 7000만 원에서 2024년 12월 기준 2억36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편찬원 등 서울시 산하기관과 다수의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해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흐름을 보이는 법인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 큰 의문은 유사한 폐업 패턴이 과거에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에듀이스쿨의 상호는 김 전 시의원의 여동생 김모 씨가 대표로 운영했던 법인 ‘에듀e스쿨’과 글자 하나만 다르다.
에듀e스쿨은 2015년 서울공예박물관으로부터 공예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용역을 수주했고, 2019년에는 서울시의회로부터 2300만 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그러나 이 법인 역시 별다른 경영 악화 없이 2020년 2월 돌연 폐업했다. 당시 김 전 시의원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에듀e스쿨이 폐업한 지 약 두 달 뒤 설립된 에듀이스쿨에는 김 전 시의원의 모친 박모 씨가 이사로 재직했다. 두 법인의 주소지는 모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김 전 시의원 명의의 건물로 동일하다.
상호만 바뀐 채 인적·물적 기반이 이어져 온 구조라는 점에서, ‘법인 쪼개기’ 또는 외형상 다른 업체로 보이기 위한 반복 설립·폐업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 세무사는 “수의계약은 사실상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계약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동일 업체와 반복 계약을 맺으면 외부의 의심을 살 수 있어, 외형상 다른 법인처럼 보이도록 폐업과 개업을 반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경율 회계사도 “법인은 존속 비용이 크지 않고, 상당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면 굳이 폐업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김 전 시의원이 수의계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대상에는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역사편찬원,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계약 당사 기관은 물론, 관련 사업을 인허가하거나 검토할 수 있는 서울시 국·실도 포함된 것으로 ㅠ알려졌다.
공천 헌금 의혹 제기, ‘가족 일’을 이유로 한 해외 체류, 메신저 기록 삭제 정황, 그리고 같은 시기 이뤄진 가족 법인의 ‘흑자 폐업’. 일련의 정황이 시간표처럼 맞물리면서, 법인 운영과 공적 계약 사이의 경계가 적절히 지켜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편 경찰은 최근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시의원 측의 금전 제공 정황과 진술 등을 토대로 신병 확보 필요성을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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