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행정지로 유예된 중대재해 제재, 공공수주 홍보는 계속…책임은 어디에?
- 윤진오 대표, ‘중대재해 제로’ 기조 속 연임 가능성은…안전 책임 시험대
공공의료 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 대응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시공사인 동부건설은 ‘중대재해 제로’를 내세운 안전 경영과 함께 최근 공공기관 수주 성과를 잇따라 홍보하고 있지만, 법원의 집행정지로 행정처분 효력이 멈춘 구조 속에서 사망 사고가 반복되며 제도와 현장의 간극이 뚜렷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최근 사고는 지난 1월 27일 강원 삼척시 ‘삼척의료원 이전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작업 중이던 50대 외국인 근로자가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흘 뒤 숨졌다.
해당 사업은 강원도가 발주한 545억 원 규모의 공공의료 BTL 사업으로, 공사비와 상시 근로자 규모를 고려할 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여부가 쟁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원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동부건설 측은 사고 경위와 관련해 “사고자는 실제 작업에 착수하기 전 고소작업대에 올라서던 중 넘어졌고, 리프트 높이는 약 1.5m로 일반적으로 위험 구간으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사고 직후 해당 공종을 즉시 중지했고, 고용노동부에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공시한 뒤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공공공사와 수주 활동은 법적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는 단발이 아니다. 2025년 11월에도 서울 양천우체국 복합청사 건립 현장에서 추락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회사는 공종 중지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또 다른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이와 동시에 동부건설은 최근 공공기관 발주 사업 수주 성과를 적극 알리며 경영 정상화와 실적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 인프라·공공시설 분야 신규 수주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가 이어지자, 현장에서는 “제재는 법원에서 멈춰 있고 공사는 계속되는 구조가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고 직후에도 공공수주 홍보가 이어진 점을 두고, 제도의 긴장감이 현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제도적 한계는 행정처분 과정에서 드러난다. 동부건설은 검단 주차장 붕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처분은 실제로 집행되지 않았다.
집행이 예정됐던 2024년 4월부터 11월까지도 영업활동과 공사 수행에는 제한이 없었고, 2026년 현재까지 본안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8개월 영업정지’라는 숫자는 존재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제재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는 평가다.
이런 구조 속에서 기업은 공공수주를 이어가고 성과와 안전을 홍보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특히 공공의료 시설과 같은 공공성이 큰 사업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발주기관과 시공사 모두에게 제도적 책임을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편, 동부건설의 안전관리 논란이 이어지면서 경영진 책임과 대표이사 연임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윤진오 대표는 2023년 3월 취임 후 2024년과 2025년 연속 재선임돼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임기는 2026년 3월 정기 주총을 전후로 다시 판단을 받게 된다.
윤 대표 재임 기간 ‘중대재해 제로’를 내세운 안전 경영 기조는 반복된 사망 사고로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이 법원의 집행정지로 실제 집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5년 11월과 2026년 1월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며 “제재는 유예되고 책임은 흐려진 채 연임만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전 성과와 현장 실태의 괴리가 해소되지 않은 채 연임이 반복될 경우 책임 경영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망 사고의 반복, 집행정지로 유예된 제재, 그리고 그 와중에 이어지는 공공수주 홍보는 특정 기업을 넘어 중대재해처벌법과 행정제재 시스템 전반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공사에서조차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제재의 숫자나 성과 홍보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책임과 감독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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