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B는 “보이스피싱 같다” 인지했지만 상부 보고·거래 중단 없어
- 한투증권은 방조, KB국민은행은 탐지 실패
70대 고령 고객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13일 동안 9억 원이 넘는 자산을 잃는 동안, 한국투자증권의 고객 보호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장모 씨는 금융감독원과 검찰을 사칭한 범죄자에게 “사건 연루로 자금 출처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믿고, 한국투자증권에 가입해 있던 금융투자상품을 순차적으로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PB 직원은 고객의 설명을 듣고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지할수 있었음에도, 거래 보류나 보호 조치 대신 고객 요청을 그대로 이행했다.
실제로 장 씨는 “금감원 검수”라는 문구를 통장 적요에 직접 기재하며 거액 자금을 이동시켰다.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위험 신호다. 그럼에도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는 고령 고객 대규모 자산 이동,반복적인 금융상품 해지,수사기관 사칭 발언이라는 명백한 경보 요인이 모두 무시됐다.
담당 PB 직원은 거래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상부 보고나 거래 중단, 경찰 신고 등 어떤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고객 요청대로 금융상품 해지와 자금 이체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고령 고객의 전 재산에 가까운 자금이 범죄 조직으로 흘러들어 갔지만, 이를 막아선 금융사는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담당 PB 직원이 “보이스피싱 같아 보인다”는 판단을 스스로 하고도, 상부 보고·거래 중단·경찰 연계 등 어떤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투증권에서 자산을 풀어주는 순간 1차 방어선은 무너졌고, KB국민은행에서 22차례 반복 송금이 이어지는 동안 2차 방어선마저 완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보다 금융사의 대응이 더 느리고 더 허술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첫 의심 이후 6일이 지나 추가 자산 해지가 이어졌음에도 아무런 제동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시점은 ‘실수’나 ‘판단 착오’로 보기 어렵다. 사실상 조직 차원의 고객 보호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보면, PB의 역할은 단순한 ‘창구 직원’이 아니다. 특히 고령 고객의 고액 자산 이동은 금융사 내부 규정상 강화된 확인·보고·차단 절차가 요구되는 고위험 거래에 해당한다.
금융당국도 이 점을 문제 삼았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렸고, 민원이 접수된 만큼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피해자 과실’로 사건을 정리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측은 “피해자가 수차례 본인 명의의 KB국민은행 계좌로 이체를 요청했고, 제3자 계좌가 아닌 만큼 요청을 이행했다”며 “이체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연락해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측 역시 “계좌 명의자 본인이 출금을 요구한 경우 이를 강제적으로 막을 권한은 없다”며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은 참고 지표일 뿐, 고객의 명시적 출금 요청을 일률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 고객이 수사기관 사칭을 언급하며 반복적으로 거액 자산을 이동한 점, 담당 직원이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지한 정황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금융사의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만큼, 금융사의 대응 강화와 함께 개인 역시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을 경우 즉시 거래를 멈추고 가족·금융사·경찰에 확인하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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