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P 4.8%(111조 손실)’ 구조모형 추정치가'손실 발생'으로 요약·배포
- 최태원 회장 사과·행사 중단 선언에도 핵심 근거·승인 책임은 ‘공백’
이재명 대통령의 ‘가짜뉴스’ 공개 질타를 계기로 대한상공회의소와 정부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행사 중단과 임원진 전원 재신임을 포함한 조직 쇄신 방안을 밝히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상속세 관련 보도자료의 데이터 신뢰성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최 회장은 최근 입장문에서 상속세 관련 자료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 “근본적 신뢰가 흔들린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당분간 주요 행사를 중단하고, 임원진 전원이 재신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그는 “팩트체크 강화 수준의 보완으로는 부족하다”며 조직문화와 목표, 전문성, 대한상의의 역할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예고했다.
이와 별도로 본지는 대한상의 산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지난 1월 발표한 정책 보고서의 핵심 수치인 ‘GDP의 4.8%, 약 111조 원 손실’ 산출 방식에 대해 독자 검증에 착수했다. 쟁점은 해당 수치가 국내 실증조사 결과인지, 가정에 따른 추정치인지 여부와, 추정값이 왜 단정적 손실 규모로 유통됐는지에 있다.
SGI는 보고서에서 “구조적 모형(Structural Model)을 활용해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기업 규모별 규제(50인 기준) 효과를 분석한 Garicano 등(2016) 연구 모형을 토대로, 이를 한국의 50인·300인 규제 환경에 맞게 수정·적용해 결과를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수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나 행정자료 분석이 아니라 해외 학술 모형을 차용한 시뮬레이션 추정치에 해당한다.
보고서 원문에는 국내 기업 또는 노동시장을 대상으로 한 실측 비용 조사나 행정통계 기반의 검증 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도자료에서는 ‘기업 생태계 왜곡으로 GDP의 4.8%, 약 111조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문장이 단정형으로 담겼다.
이후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이를 '규제로 연 111조 손실', 'GDP 111조 원 증발' 등 사실 서술형 제목으로 인용했다. 구조모형 기반 추정치라는 전제는 기사 하단에 짧게 언급되거나 빠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본지가 SGI 원문과 회신 내용을 확인한 결과, 111조 원 수치는 ‘규제가 없었다면’이라는 반사실적 가정 아래 계산된 결과였다.
OECD 등 국제기구가 한국의 규제와 생산성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손실 규모를 단일 금액으로 제시하지 않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SGI는 본지 질의에 대한 1차 답변에서 “국제 학술지(AER)에 게재된 구조모형을 기반으로 프랑스 사례를 한국 상황에 맞게 수정 적용했다”고 밝혔다. 또 “서강대 경제학과 박정수 교수와 SGI 연구위원이 공동 연구했고, 학계 토의와 자문을 거쳤다”며 “내부 박사급 연구진이 팩트체크와 표현 검토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 계수 값과 민감도 분석 범위, 최종 승인 책임자의 실명 등은 답변에 포함되지 않았다. 본지는 이후 단정적 표현 사용의 승인 기준과 책임자, 한국적 계수 설정의 실증 근거, 가정 변경 시 결과 변동 폭, 보도자료가 사실로 확산된 데 대한 인식 등을 묻는 2차 질의를 보냈다.
논란의 핵심은 수치의 크고 작음을 넘어, 추정치가 어떤 검증과 내부 절차를 거쳐 단정적 결과처럼 제시됐는지에 대한 책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 영향력을 지닌 경제단체의 보도자료가 추정과 사실의 경계를 충분히 구분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도자료의 작성·검증·배포 전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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