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죄 이후 실질 지배력 회복했지만 오지급 사태엔 입장 없어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는 단순한 전산 오류가 아니었다. 수십조 원 규모의 자산이 잘못 지급되는 초유의 사태였고, 시장 신뢰는 급격히 흔들렸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해킹이나 외부 공격이 아닌 내부통제 실패로 규정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장 점검을 정식 검사로 전환했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긴급 현안 질의를 열었다.
국회에 출석한 이재원 빗썸 대표는 국민과 고객에게 사과하며 내부 검증 시스템 미비와 관리 실패를 인정했고,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경영 전반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은 끝내 책임의 전면에 서지 않았다.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은 과거 빗썸 관련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며 형사 책임에서는 벗어났다. 이후 그는 빗썸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계열사 정비, 이사회 구성, 향후 IPO 논의까지 빗썸 경영 전반에서 그의 영향력이 거론돼 왔고, 시장에서는 ‘무죄 이후 사실상 경영 복귀’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기업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정훈 전 의장은 빗썸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 지분을 직접 약 16% 이상, 자신이 실질 지배하는 법인을 통해 간접 약 48%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합치면 과반이 넘는 지분으로, 이정훈 전 의장은 명백한 실질 지배주주이자 단일 최대 영향력 보유자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에서 이 전 의장은 국회에서도 출석 요구가 거론될 뿐, 실제 증인석에는 서지 않았다. 이는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기보다,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가 범죄가 아닌 내부통제 실패라면, 오히려 가장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내부통제를 설계·승인하고 경영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한 지배주주라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실무자와 현 대표만 책임의 전면에 서 있고, 과반 지분을 보유한 실질 지배주주는 침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의 역할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정식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지만, 과거 여러 차례의 점검과 검사에서 왜 이런 구조적 취약점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더구나 빗썸 내부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독의 독립성과 엄정성에 대한 불신도 겹친다.
검찰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은 ‘범죄’가 아닌 ‘관리 실패’로 분류되며 형사 수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관리 실패는 곧 경영 실패이며, 경영 실패에는 책임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에서는 지분도, 영향력도 가진 인물은 책임 논의에서 빠지고, 현 경영진만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형사 책임 여부와는 별개로, 경영 영향력과 지배구조 차원에서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당국의 검사와 향후 국회의 판단이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따라,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고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가상자산 거래소 지배구조와 책임 범위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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