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서울 양재동에서 추진 중인 초대형 물류복합단지 사업이 인허가의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발목을 잡는 건 재무 체력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영업적자 누적으로 계열사 자금 수혈까지 받았음에도 현금 여력은 바닥 수준에 머물러, 대규모 개발 착공을 뒷받침할 자금 조달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하림그룹의 비식품 계열사인 하림산업은 최근 지주사와 금융 계열사로부터 총 600억원을 지원받았다.
하림지주가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금융 계열사 에코캐피탈을 통해 100억원의 운영자금(CP)을 조달했다.
그러나 하림산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8억원에 불과하다. 내부 수혈에도 불구하고 단기 유동성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재무 지표 전반도 경고음을 낸다. 2024년 말 기준 하림산업의 자산총계는 2조4522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지만,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1조3635억원으로 3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자산 증가의 상당 부분은 서울 양재동 물류복합단지 부지의 자산가치 재평가에 따른 회계상 효과다.
반면 누적 영업손실은 계속 쌓여 2024년 기준 결손금은 약 5600억원에 달했고, 당기순손실 규모도 확대됐다.
그 결과 자본총계는 1조2078억원에서 1조887억원으로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86%에서 125%로 뛰었다. 실질 영업 개선 없이 자산 재평가로 버틴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재무 구조가 양재동 물류복합단지 사업의 착공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하림그룹은 2016년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약 8만6003㎡)를 4525억원에 매입해 대규모 물류·업무·상업 기능을 결합한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와의 개발 방식 갈등과 법적 다툼으로 10년 가까이 사업은 표류했다.
2024년 2월 서울시가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승인·고시하며 전기가 마련됐지만, 하림은 같은 해 12월 돌연 사업계획 변경을 신청해 착공은 다시 미뤄졌다. 변경 승인은 2025년 8월 마무리됐고, 현재는 건축허가를 앞둔 단계다.
인허가는 종착점에 다가섰지만, 자금은 아직 미완성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규모 개발에 필수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과정에서 하림산업의 재무 지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금 보유액이 58억원에 그친 상황에서 착공과 동시에 발생할 막대한 공사비·금융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그룹 차원의 추가 보증이나 증자가 요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착공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는 다시 재무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시장에서는 양재동 부지 자산 재평가를 두고 “자본잠식 방어이자 PF 협상을 염두에 둔 회계적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자산 가치 상승이 곧바로 현금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사업 추진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하림그룹이 식품 본업 외 비식품·부동산 개발에 투입한 자금이 누적된 상황에서, 양재동 프로젝트가 그룹 전체의 재무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양재동 물류복합단지는 하림그룹의 숙원 사업이자, 서울 도심 물류 재편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꼽힌다. 하지만 10년의 기다림 끝에 맞은 마지막 문턱에서 ‘돈’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건축허가 이후 실제 착공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자금 조달 구조가 공개될지에 따라 이 사업의 성패는 물론 하림그룹의 재무 안정성에 대한 평가도 함께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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