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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의 성공창업경제학] ‘백년가게’의 몰락

  • 박상현 기자
  • 입력 2026.02.1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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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폐업 100만 명 시대,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품은 ‘백년소상공인’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단순한 개별 점포의 위기를 넘어 상권 전체의 붕괴를 막기 위한 실질적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대한민국 자영업 역사에 전례 없는 경고등이 켜졌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사업자 수는 100만 8,282명에 달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폐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뼈아픈 지점은 우리 곁에서 수십 년간 풍파를 견디며 지역 경제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백년소상공인’들조차 이 거대한 폐업의 파도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말 기준, 휴·폐업으로 인해 백년소상공인 지정이 해제된 곳은 총 41곳(백년가게 23곳, 백년소공인 18곳)에 이른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18년부터 3년간 단 한 건의 폐업도 없었던 점을 상기하면, 최근의 추세는 가히 파괴적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화된 2021년 4건을 시작으로 2022년 8건, 2023년에는 17건으로 급증했다. 경남 창원에서 55년간 자리를 지킨 ‘봉래식당’과 서울 명동에서 3대를 이어온 ‘금강보글보글섞어찌개’ 같은 지역의 랜드마크들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은 소상공인들에게 절망에 가까운 충격을 주었다.

 

백년가게는 최소 30년, 백년소공인은 10년 이상의 업력을 유지하며 경영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우량주들이다. 

 

이런 ‘검증된’ 업체들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경제 위기가 개별 경영주의 역량 문제를 넘어선, 구조적이고 파괴적인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지역 인구 감소와 고물가, 고금리의 삼중고는 수십 년의 노하우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벽이 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현장의 위기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야심 차게 시작된 백년소상공인 육성 사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예산과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2022년 76억 9,500만 원까지 확대됐던 예산은 2024년 4억 2,700만 원 수준으로 무려 94%나 급감했다. 


올해 예산이 14억 원대로 조금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이는 신규 발굴과 브랜드 홍보에나 겨우 쓰일 수 있는 ‘생색내기’ 수준이다. 

 

정작 폐업 위기에 몰린 이들에게 절실한 시설 개선이나 판로 지원, 가업 승계 컨설팅 등 실질적 예산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백년소상공인은 단순한 상인이 아니다. 그들은 지역의 문화를 보존하고, 인근 소규모 점포들을 끌어당기는 ‘앵커 스토어(Anchor Store)’ 역할을 수행한다. 

 

백년가게 하나가 문을 닫으면 그 거리를 찾는 유동인구가 줄어들고, 주변 점포들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 ‘상권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필자는 백년소상공인과 자영업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세 가지 정책적 전환을 강력히 제안한다. 먼저, 점포 중심의 ‘점’ 지원에서 상권 중심의 ‘면’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백년가게를 거점으로 그 일대 상가와 거리 전체의 디자인, 인프라를 개선하는 ‘백년상권 클러스터’ 사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백년가게가 집객의 핵심 동력이 되고, 주변 가게들이 그 수혜를 입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상권 전체의 자생력이 확보된다.

 

또한, 가업 승계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백년소상공인의 폐업 사유 중 상당수는 경영난 못지않게 ‘후계자 부재’에 있다. 

 

청년들이 부모의 가업을 잇거나, 열정 있는 청년 창업자가 노포의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상속세 감면 혜택을 파격적으로 확대하고, 기술 전수 교육 시스템에 예산을 집중 투여해야 한다. ‘오래된 가게’가 아니라 ‘미래가 있는 가게’로 인식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산의 정상화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홍보 중심의 예산 편성을 지양하고, 노후화된 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온라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실질적 예산을 최소 2022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해야 한다. 

 

아울러 초저금리 대환대출 등 백년소상공인 전용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여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우수한 전통이 끊기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

 

백년가게의 간판이 내려가는 것은 우리 동네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며, 지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 소멸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백년소상공인의 위기를 자영업 생태계 전체의 비상사태로 인식해야 한다.

 

"100년 가는 가게를 만들겠다"던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홍보라는 이름의 포장지를 벗겨내고 실질적인 생존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뿌리 깊은 나무가 쓰러지면 숲 전체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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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건국대 교수,한국동행서비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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