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여성들의 근무 환경이 점차 좋아지고 있으나 현장에는 여전히 개선돼야 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여성이 느끼는 번아웃 및 직장 내 비포용적 행동 경험은 감소했고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여건은 개선됐다. 다만 직장 여성에게 편중된 가사노동, 유연근무제에 대한 인식, 여성 건강 문제에 대한 지원 등 요인들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응답자 중 56%가 ‘자신의 정신 건강을 우려한다’고 답했으며 ‘신체 건강이 좋다’는 응답도 65%에서 54%로 크게 낮아졌다. 또한 ‘근무 외 시간에 일에서 자유롭다’고 답한 응답도 2022년 45%에서 2023년 37%로 감소했다. 또한 근무 시간 유연성 부족 등 원인으로 최근 12개월간 퇴사율이 증가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 특히 최근 12개월간 퇴사율은 2021년과 2020년의 퇴사율 총합을 상회한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여성 건강 문제로 직장에서 경험하는 애로사항이 새롭게 추가됐으며, 많은 기업이 성평등 선도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제시하고 있다.

자녀 둔 맞벌이 여성에 가사노동 편중… 배우자 커리어 우선시하는 경향 탓
조사 결과 직장 내 업무 외 가사 노동 책임이 여성에게 편중돼 있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 중 46%가 대부분 육아를 담당하고 있으며 34%만 동등한 육아 분담, 10%만이 대부분 배우자의 몫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42%가 청소와 기타 가사에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19%가 동등 분담, 15%가 배우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 가정에서 여성이 주 소득자인 경우는 흔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를 둔 여성 중 11%만이 자신이 주 소득자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37%가 본인 커리어보다 배우자 커리어를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배우자 수익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 배우자 커리어를 우선시하는 현상이 지속될 시 여성 소득이 증가할 기회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직장 문제를 제외한 여성들의 최대 우려 사항으로는 △여성 권리(59%) △경제적 안정(58%) △정신 건강(56%) △신체 건강(56%) △신변 안전(54%) 등이 뒤를 이었다. 자신을 LGBT+로 밝힌 여성은 비 LGBT+ 대비 여성 권리에 대해 더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거주 국가 내 소수 민족 집단에 속하는 여성들은 경제적 안정과 정신 건강에 대해 다수 민족 여성보다 더 우려하고 있다.

유연근무제, 아직은 ‘그림의 떡’… 하이브리드 근무 여건은 개선됐으나 풀어야 할 과제 산재
응답자 5명 중 1명이 지난 12개월 동안 직장에서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근무 장소와 시간에 대해 높은 수준의 유연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4 미만이었고, 유연하지 않은 근무 시간이 현재 퇴사를 고민하는 여성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였다. 유연근무제는 조사에 참여한 여성이 고대하는 중요한 이슈이며 향후 커리어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재직 중인 여성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재직한 여성 대상 ‘현 직장에서 얼마나 오래 재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3년 이상 근무하겠다’라는 비율은 각각 66%, 19%로 큰 격차를 보였다. 다만, 응답자 97%가 유연근무 방식을 요구하거나 활용하면 승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95%가 ‘유연근무를 하더라도 업무량이 조정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여성들이 유연근무제를 원하더라도 소속 회사에 요구하면 향후 커리어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이브리드 근무 여성 중 37%가 ‘회의나 의사 결정, 비공식적 상호 작용에서 배제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30%는 ‘리더에게 자신의 업무 기량이 충분히 노출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해당 응답률은 지난해 조사 대비 각각 21%포인트, 15%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이 개선됐음을 시사한다. 다만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 관련해 △출근해야 하는 분위기 조성(33%) △근무 시간 예측 가능성 부족(32%) △근무 형태 유연성 부족(31%) 등 비율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인 여성,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로 연차 사용하지만 소속 회사에 휴가 사유 밝히지 못해
조사 대상 여성 중 15%가 월경 관련 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41%는 ‘통증이나 기타 증상이 있어도 업무를 지속한다’고 답했으며 19%가 관련 증상으로 휴가를 사용했으나 구체적 휴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다만, 7%는 휴가 사유를 밝혔으나 이로 인해 커리어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갱년기 증상을 경험한 비율은 10명 중 2명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20%는 ‘어떤 통증이나 불편감에도 업무를 지속한다’고 답했다. 갱년기를 겪는 응답자 중 30% 정도가 ‘갱년기 증상을 휴가 사유로 밝힌 적이 있으며 회사가 지지적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갱년기 휴가를 사용한 응답자 중 20%가량이 휴가 사유를 밝히지 않았고 10%는 갱년기를 휴가 사유로 밝히지 못한다고 답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여전하다. 직장에서 정신 건강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응답자 비중은 25%로 2022년 43%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여성 약 1/3이 정신 건강을 이유로 휴가를 낸 적이 있지만 25%만이 휴가 사유를 편하게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39%에서 감소한 수치이다. 기업의 정신 건강 지원에 대한 인식도 악화됐다. 2022년 44%보다 줄어든 40%의 응답자만이 ‘직장으로부터 적절한 정신 건강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성평등 선도기업 근무 여성의 직업 만족도 및 웰빙 수준 현저하게 높아
조사 결과 자신이 속한 기업이 성평등 선도기업(Gender Equality Leader)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5%에 머물렀다. 응답자 중 92%는 ‘현 직장이 성 다양성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했으며 48%가 1년간 ‘지난 1년간 현 직장의 여성 지원 기여도는 증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성평등 선도기업에 재직하는 여성의 경우 소속 회사에서 정신 건강을 지원한다는 비율이 69%로 낙후 기업 재직 여성 대비 54%포인트 높았다. 또한 ‘정신 건강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비율은 71%로 낙후 기업 대비(11%)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선도기업에 재직한 여성 사이에서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 생산성, 의욕, 직무 만족도 등이 모두 70%를 넘는다.
미셸 파멜리(Michele Parmelee) 딜로이트 글로벌 부사장 및 최고인사책임자(Deloitte Global Deputy CEO & Chief People and Purpose Officer)는 “조사 결과 응답자 중 5%만이 자신이 속한 기업의 고용주를 성평등 선도기업으로 생각한다는 점은 여전히 직장 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존재하는 것을 방증한다”며 “여성은 노동 인구에서 필수적 존재이며, 이번 조사를 통해 도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성들이 직장에서의 경험이 개선될 때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모습을 보이고 근속연수가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의 리더들이 직장인 여성이 성공할 수 있는 포용적인 문화를 함양하는 것은 옳은 일뿐만 아니라 윈윈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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