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각료 6년 연속 패전일 참배…韓 “깊은 유감” 中 “여전히 침략사 왜곡”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80주년인 15일,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작년 10월 이시바 시게루 내각 출범 이후 현직 각료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처음으로, 일본 정부 내 우경화 기류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헌화·참배했다. 그는 환경상을 지낸 2020·2021년에도, 각료 신분이 아니었던 지난해에도 패전일에 참배한 바 있다. 이로써 일본의 패전일 현직 각료 참배는 2020년 이후 6년 연속 이어졌다.
같은 날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하기우다 고이치 전 자민당 정조회장 등 보수·우익 성향 정치인들도 잇따라 신사를 찾았다. 초당파 의원 연맹인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약 50명이 단체로 참배했고, 지난달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성향 참정당은 가미야 소헤이 대표를 포함한 중·참의원·지방의원 88명이 집단 참배에 나섰다.
이시바 총리는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그는 취임 이후 기시다 후미오·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야스쿠니 참배 대신 공물 봉납 방식을 택해왔다. 현직 총리가 직접 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을 추모하는 곳으로, 그 중 약 90%가 태평양전쟁 관련 전몰자다. 특히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어, 일본의 참배 행위는 매년 한·중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전쟁범죄자가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한 데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역사 직시와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차기 총리 후보가 참배한 것은 무례한 행위”라며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참배를 중단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역시 강경한 반응을 내놨다. 왕이 외교부장은 윈난성에서 열린 ‘란창강·메콩강 협력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80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세력이 침략을 미화·부인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이는 유엔 헌장과 전후 질서, 인류 양심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도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군국주의 침략전쟁의 상징”이라며 “일본이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군국주의와 철저히 결별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이 여전히 역사문제에서 과거와 결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일본 국내 정치 지형이 점점 우경화로 기울고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패전 80년, 과거의 그림자가 여전히 동북아 외교 지형 위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BEST 뉴스
-
강남 똑똑플란트치과, 결국 터질게 터졌다 …노동부 특별감독 착수
서울 강남구 대형 임플란트 전문 치과인 똑똑플란트치과에서 수년간 비정상적인 근로 관행과 직장 내 괴롭힘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확산되며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번 사안은 입사 이틀 만에 퇴사한 직원에게 18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증명이 발송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실이 온라... -
'반성문 강요·3시간 대기·사후관리 실종'…논란 확산하는 똑똑플란트치과
강남의 한 치과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직원들에게 수백 줄짜리 반성문 작성, 면벽 서기, 고성·욕설이 반복됐다는 내부 제보가 불거져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환자들의 시술 불편·사후관리 부재·비용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며 파문이 다시 커지고 있다. ... -
“시대인재” 저작권 무단 사용…문저협 가처분·형사 고소 강행
국내 최대 문학·예술 저작권 관리 단체인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가 대치동 대형 입시학원 ‘시대인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형사 고소 절차에 들어갔다. '교육 목적을 명분으로 참고서·문학 지문을 무단 발췌하고 출처를 누락하는 사교육 시장 관행을 더는 ... -
장경태 ‘성추행 공작’ 논란…모자이크 해제 영상 공개되며 공방 격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성추행 의혹 영상’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원본 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가 된 영상은 약 1년 전 촬영된 술자리 장면으로, 일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
‘매우 혼잡’ 대한항공 라운지…아시아나 승객까지 쓴다고?
#. 16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타고 인천에서 시드니로 떠난 대한항공 고객은 이날 대한항공 앱에서 2터미널 라운지 혼잡 정도를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2터미널에 있는 3개의 대한항공 라운지가 전부 빨간색으로 표기되며 ‘매우 혼잡’이라고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새롭게 연 ... -
[단독] “이런 양아치는 본적도 없다” 62~68만원에 팔고 102~153만원 내라는 여행사
하나투어 CI [하나투어 제공]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가 과도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구설수에 휘말렸다. 기존에 결제한 요금의 2~3배 가량을 요구하자 누리꾼들은 “해도 너무한다”며 하나투어를 비판하고 있다.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