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민생회복지원금’이 다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기 침체 속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기적 경기 부양과 함께 재정 건전성, 물가 안정, 정책 효율성 등 여러 구조적 과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민생지원금 신청률은 95%를 넘어섰고, 지급액은 약 8조 7천억 원에 달한다. 대부분 신용·체크카드 충전 방식으로 지급돼 사용 편의성은 높지만, 그만큼 단기간 소비 집중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과거 긴급재난지원금 분석에 따르면, 지급 가구는 지원금의 약 21.7%를 추가 소비에 사용했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소비유발계수가 0.26~0.36 수준으로, 지원금 10만 원당 2만 6천~3만 6천 원의 신규 소비가 발생했다고 평가됐다. 단기적 소비 촉진 효과는 분명 존재하는 셈이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매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민생지원금 지급 직후 일주일간 소상공인 카드 매출이 평균 2.2% 증가, 일부 업종(안경원·편의점 등)은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쿠폰 사용처 역시 음식점, 카페, 생활소비재 중심으로 집중되어 단기 내수 회복세를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책연구소와 한국은행은 ‘재정 승수’ 측면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재정정책 분석에 따르면, 정부 이전지출(현금 지급형)의 승수는 0.33에 불과해, 같은 재정 투입이라도 정부 직접 소비(0.91)나 투자(0.86)에 비해 성장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민생지원금은 단기 부양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속적인 경제성장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물가 상승 압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13조 원 규모의 현금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경우, 수요 급등이 공급을 압도해 외식·식료품 등 생활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차 재난지원금 이후 일부 품목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달 만에 평균 1.2% 상승한 사례도 있다.
또한, 재정 부담도 현실적인 우려로 꼽힌다. 2024년 기준 국가채무는 1,100조 원을 넘어 GDP 대비 50%를 돌파했다.
세수 확충 없이 지원금을 집행할 경우 국채 발행 확대가 불가피하며,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기업 투자와 가계 대출 부담을 키울 우려가 있다.
이처럼 민생지원금은 ‘즉효성’과 ‘후유증’을 동시에 지닌 정책이다.
단기적 경기 진작 효과가 확인되는 반면, 중장기적 경제 체질 개선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한국은행과 KDI의 공통된 분석처럼, 재정 지출의 효율성은 '누구에게,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향후 민생지원금 정책은 단순한 보편 지급보다는, 피해가 집중된 취약계층·자영업자 중심의 선별적 지원으로 설계돼야 한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에 집중할수록 소비 진작 효과는 크고, 물가 상승 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
또한 재원 마련 방안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지급 이후 소비 변화·물가·채무 추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정책 피드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단기적 ‘정치 효과’보다 중장기적 경제 체질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민생지원금은 국민의 삶을 위로하고 경기의 숨통을 틔우는 단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현금 살포는 미래 세대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정책의 성패는 '지금의 민생'뿐 아니라 '내일의 재정'까지 함께 살피는 균형 감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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