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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체중·임신부까지 맞는다”… 위고비 남용, 해외는 단속·한국은 방치

  • 김세민 기자
  • 입력 2025.10.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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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량지수(BMI) 20인 정상체중자도 5분 만에 위고비를 처방받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같이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기적의 다이어트 주사’로 불리는 위고비(Wegovy)가 한국에서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가 국내 시판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 임신부에게 194건이 처방됐다. 위고비는 18세 미만, 임신부·수유부, 65세 이상 노인에게 투여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이지만, 정신과·안과·치과 등 비만과 무관한 병원에서도 다수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복지부가 비급여 의약품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은 사이, 위고비가 다이어트 유행의 일상 도구처럼 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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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급여 의약품이라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만, 의료계와 협의해 처방 행태를 조정할 방안을 찾겠다”며 “식약처와 협력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등 감시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제가 드러난 뒤에야 제도 논의에 나서는 전형적인 사후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SNS에는 ‘위고비 직구’, ‘주사 대행’ 등의 광고가 여전히 다수 노출되고 있지만, 식약처나 복지부의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같은 약이 미국, 영국, 유럽연합, 호주 등에서는 엄격한 처방·광고·유통 규제 아래 관리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불법 조제(compounded) 위고비·오젬픽 단속을 강화해 가짜 제품과 과량 투여 사례를 공개 경고했고, 불법 조제 약을 판매한 약국과 의료인에 대해 형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감량 주사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비전문 의료기관의 처방 행위에 과태료와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위고비 사용을 체질량지수 30 이상 또는 27 이상이면서 합병증이 있는 환자로 제한하고, 모든 회원국에 임신·수유 금기 문구 표기를 의무화했다. 호주 치료재청(TGA) 역시 가짜 오젬픽 펜 유통이 발생하자 공식 공급처 외 판매를 금지하고, 온라인 광고를 차단했다.


이들 국가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불법 처방·광고·유통에 대한 실시간 감시와 형사 제재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대비된다. 서울대 약학대학의 한 교수는 “해외는 의사와 약국이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지만, 한국은 의료기관이 처방하고 책임은 환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라며 “SNS 광고와 비의료인의 주사 대행이 방치되는 현실은 공중보건의 허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오젬픽)로 개발된 약이다. 식욕 억제와 체중 감량 효과로 주목받으며 ‘기적의 다이어트 약’으로 불렸지만, 급성췌장염·담석증·저혈당·우울증·자살충동 등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복지부와 식약처가 “비급여라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적극적 대책을 미루는 동안, 한국은 세계적 의약품 관리 흐름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은 위고비를 ‘오남용 가능 의약품’으로 분류하고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비급여·자율 처방 체계라는 이유로 사실상 통제 장치가 부재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의료계와 정부가 협력해 실시간 처방 감시, 온라인 단속, 부작용 공개 등을 결합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한국은 제약사 이익과 소비 트렌드에 휘둘려 국민이 실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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