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체 의과대학 정원 규모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라남도가 2027년 신설을 추진 중인 ‘전남 통합대 국립의대’에 정원 최소 100명 이상을 배정하기로 대통령실과 합의했다고 발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대 정원은 의료인력 수급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인 데다, 주무 부처와 전문가 기구의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정책 신뢰성 모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17일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김영록 전남지사, 송하철 국립목포대 총장, 이병운 국립순천대 총장이 회동을 갖고 ‘전남 통합대 국립의대’를 2027학년도에 신설하고 정원을 최소 100명 이상 배정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이 같은 합의가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와 국립의대 신설이라는 국가 과제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의대 정원 문제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이 발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남도의 발표와 관련해 대통령실로부터 사전에 전달받거나 협의된 내용은 전혀 없다”며 “전남 지역을 포함해 의대 정원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대통령실에 “2027학년도 의대 신설은 행정 절차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를 이미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의료인력 추계위원회가 미래 의료 수요에 맞춘 의사 수 산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 결과를 토대로 보건복지부가 내년 1월쯤 정원 조정 방향을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아직 추계위의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대학, 그것도 신설 의대의 정원 규모가 ‘최소 100명’으로 언급된 것은 제도적 순서를 거꾸로 뒤집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 100명 이상’이라는 숫자 자체도 파장이 적지 않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정원이 100명을 넘는 곳은 11곳에 불과하다. 이른바 ‘빅5 병원’과 연계된 의대 중에서도 가톨릭대는 93명, 성균관대와 울산대는 각각 40명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설 국립의대에 곧바로 100명 이상 정원이 배정될 경우, 사실상 초대형 의대가 새로 등장하는 셈이 된다.
문제는 이 인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다. 기존 의대 정원을 줄여 충당할 경우 해당 대학과 의료계의 반발은 불가피하고, 별도의 정원을 만들어 전체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지난 정부에서 극심한 갈등을 불러온 ‘의대 증원’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의료인력 추계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은 “추계위 논의 과정에서 특정 대학이나 지역의 정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복지부가 추계 결과와 별도의 정원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의료계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반응도 싸늘하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의사 수 추계라는 과학적·전문적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치적 합의처럼 비칠 수 있는 발표가 나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한 유감을 표하고 있다.
일부 의료계 관계자들은 “지역 민심이나 정치 일정에 따라 의대 정원이 선점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전남도의 발표가 정책 확정인지, 정치적 협의에 불과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전남도는 ‘합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복지부·교육부·전문가 기구는 모두 “정해진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의대 정원이라는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핵심 사안이 자칫 정치적 메시지로 먼저 소비되고, 이후 제도가 이를 뒤따라가야 하는 모양새가 될 경우, 정책 혼선과 사회적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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