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개 그룹 176명 중 130명, 8조9300억원 대출…보유주식 가치 29.6%
- 대출 규모 1위 여전히 삼성, 홍라희 홀로 4550억 늘며 개인 최대 증가
- 셀트리온·영풍·신세계·한화 일가 주담대 증가…효성·DB·롯데 등은 감소
대기업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여력이 1년 새 두 배 이상 커졌지만, 실제 대출 비중은 오히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으로 담보 가치가 크게 늘어난 데다, 기존 대출을 상환한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다.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올해 1월 12일 기준으로 총수가 있는 상위 5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45곳을 대상으로 오너일가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28개 그룹 176명 중 130명이 주식담보 대출을 이용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보유 주식의 44.8%에 해당하는 30조1616억원어치를 담보로 제공하고, 보유 주식 가치의 29.6%인 8조9300억원을 대출받고 있었다. 대출 이용 인원은 지난해 1월(132명)보다 2명 줄었다.
대출 총액은 지난해 8조8810억원에서 소폭 늘었지만, 담보로 제공된 주식 가치 비중은 1년 전 14조8657억원(59.7%)에서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오너일가 보유 주식의 평가액이 급등하면서 담보 여력이 커진 데다, 일부 그룹을 중심으로 대출 상환이 이뤄진 결과다.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주된 이유는 경영자금 마련이나 승계·상속세 재원 확보 등이다. 주식을 담보로 설정해도 의결권은 유지되지만,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어 경영권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주식담보 대출 증가 규모가 가장 큰 그룹은 삼성이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지난해 1월 기준 보유 주식의 34.5%를 담보로 3조2728억원을 대출받고 있었다.
이 가운데 홍 명예관장은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처분하고 삼성물산 주식을 증여했음에도, 대출 금액은 2조1200억원에서 2조5750억원으로 4550억원 늘었다. 주식 수는 줄었지만 주가 상승으로 담보 가치가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삼성물산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유지하다가 삼성생명 지분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며 한때 대출금이 7800억원까지 늘었으나, 이후 일부 지분 매각과 상환으로 현재는 53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이서현 사장 역시 삼성전자 지분 담보 대출은 늘린 반면, 삼성물산 담보 대출은 축소하는 등 조정이 이뤄졌다.
삼성 다음으로 대출이 늘어난 곳은 셀트리온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담보로 제공한 주식 수를 늘리며 대출금이 1년 새 1230억원 증가한 4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풍그룹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이 708억원 늘었고, 담보 주식 가치는 2배 이상 뛰었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회장이 신규로 500억원을 대출받으면서 오너일가 전체 담보 대출금이 증가했고, 한화그룹 역시 장·삼남의 대출 확대 영향으로 전체 금액이 늘었다.
반면 효성, DB, 롯데 등 12개 그룹에서는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이 감소했다.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을 중심으로 담보 대출을 대폭 상환하면서 1년 새 6000억원 넘게 줄었고, DB그룹과 롯데그룹도 주요 오너의 담보 해지와 상환으로 대출 규모가 축소됐다.
재계 관계자는 “주가 상승으로 담보 여력이 커졌지만, 금리 부담과 경영권 리스크를 고려해 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주식담보 대출은 여전히 오너 일가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이전보다 훨씬 신중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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