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 인수 이후에도 반복되는 잡음, 승무원은 욕먹는데 대한항공은 왜 나 몰라라 하나
광화문 일대 스타벅스 매장을 둘러싼 ‘승무원 민폐 논란’이 거세다.
대형 가방과 서류가 매장 곳곳에 놓인 사진과 영상이 확산되자, 기사 제목과 댓글에는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직원 민폐’라는 표현이 따라붙었다. 논란은 빠르게 개인의 매너와 직업 윤리 문제로 소비됐다.
해당 장면은 곧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퍼졌고, 주요 언론 보도에서는 사진 속 인물들이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기사 제목에는 “스타벅스 점령”, “프린터·칸막이까지 등장”, “카페를 사무실처럼 사용”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논란은 순식간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민폐’, 더 나아가 ‘승무원 집단의 도 넘은 행동’이라는 프레임으로 굳어졌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승무원들은 사실상 해명할 기회조차 없이, 온라인에서 집단적인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초기 보도와 확산 과정에서 한 가지 질문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왜 이들이 그 시간, 그 장소에, 그렇게 많은 짐을 들고 모여 있었는지, 그리고 이 상황을 관리했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였다.
문제의 승무원들은 개인 약속이나 사적인 모임을 위해 카페에 모인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미국 노선 운항을 위한 비자(C-1/D) 갱신 면접을 앞두고 인근에 대기하던 중이었다.
미국 노선 승무원들은 주기적으로 비자를 갱신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항공사들은 재직증명서, 근무·자격 이력, 회사 공문과 직인 날인 서류 등 다수의 실물 원본 서류 지참을 사실상 요구해 왔다.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미국 노선 배제나 근무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장에서는 “혹시라도 빠질까 봐 다 챙길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고착돼 있다.
여기에 미국 대사관의 보안 규정이 겹친다. 대사관은 대형 가방과 캐리어 반입을 금지하지만, 외부에 공식 보관 공간은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승무원들은 짐을 들고 들어갈 수도, 맡길 곳도 없는 상황에 놓였고, 그 부담이 인근 카페와 상업 공간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번 사태가 더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대한항공에 인수된 상태라는 점이다.
법인은 존속하지만 인사·노선·자격 관리 전반은 통합 관리가 전제돼 있다. 즉, 이런 집단 비자 면접과 그에 따른 대기·수하물 문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리스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인수 이후 공식 대기 공간 마련, 수하물 임시 보관 장소 제공, 전자문서 인정 등 규정 정비와 같은 조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관리 부재의 결과가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승무원 스타벅스 민폐 논란’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의 원인이 항공사 규정과 비자 절차, 대사관 보안 규정의 충돌이라는 점이 드러났음에도, 침묵하고 방관끝에 회사가 내놓은 답변은 여전히 ‘직원 교육 강화’, ‘내부 규정 준수 철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사안은 직원의 일탈이나 규정 미준수가 아니라, 규정을 성실히 따른 결과로 발생한 문제다.
첫째, 승무원들은 비자 갱신 실패가 곧 노선 배제와 근무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조 속에서, 회사가 요구한 서류와 절차를 최대한 충족하려 했다. 이를 두고 다시 ‘교육 부족’이나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책임 전가에 가깝다.
둘째, 흡수합병 이후의 문제는 ‘개인 통제’가 아니라 ‘시스템 재설계’의 영역이다. 집단 비자 면접이 반복된다면, 대기 공간과 수하물 보관을 회사가 공식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전자문서·사본 인정 여부, 면접 일정 분산, 외부 공간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시 조직 차원에서 설계돼야 할 문제다. 이는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셋째, 규정 강화는 오히려 현장의 부담과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아무런 구조 개선 없이 규정만 강화될 경우, 직원들은 더 많은 짐을 챙기고 더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또 다른 외부 공간 점유, 또 다른 민원, 또 다른 개인 비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침묵은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흡수합병 이후 통합 관리 책임을 자임한 기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장 혼란 앞에서 실질적 대책 대신 ‘직원 교육’이라는 상투적 답변만 내놓는다면, 그 선택은 경영 판단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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