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계 선두 기업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내부 고발자를 퇴출하기 위한 강압적인 인사 프로그램, 이른바 ‘신뢰회복 프로그램(TRP)’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제도는 내부 고발이나 동료 신고가 발생할 경우 특정 직원을 대상으로 재교육 및 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성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퇴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퇴출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토스 직원은 "TRP 대상자가 되면 사실상 퇴사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재교육 명목으로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결국 스스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핀테크 업계 유일한 강압적 인사 제도… "퇴사 유도 수단으로 악용"
TRP는 토스에서 2021년까지 운영되었던 ‘스트라이크 제도’와 유사한 구조다. 스트라이크 제도는 동료 직원들이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3회 이상 제출하면 퇴출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방식이었다. 마녀사냥식 해고라는 논란이 일자 스트라이크 제도는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하지만 2023년 도입된 TRP는 형식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동일한 절차를 따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TRP 절차에 따라 대상자는 3개월간의 재교육을 받게 되며, 이후 성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추가 재교육(최장 6개월)이 진행된다. 이후에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징계나 퇴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목상으로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지만, 실제로는 퇴출 절차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동료의 신고나 내부 고발이 퇴사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TRP 대상 되면 회사에 소문… 버티기 힘들어"
TRP 대상자로 지정된 사실은 내부에서 비밀로 유지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소문이 퍼지기 쉽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토스 계열사 직원은 "공식적으로는 비밀 유지가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10명 이상이 해당 사실을 알게 된다"며 "회의에서 TRP 대상자 수를 언급하거나, 사내 메신저에서 암암리에 정보가 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TRP 대상이 되면 팀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동료들도 거리감을 두기 시작한다"며 "결국 버티기 어려워서 스스로 퇴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에서도 TRP 운영 실태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국회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스에 TRP 대상자 규모와 성과 기준 등 세부 내용을 질의했지만, 토스 측은 '기업의 영업 비밀'과 '임직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국회 관계자는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TRP가 사실상의 퇴출 절차라는 점이 명백하다"며 "토스가 이를 숨기려는 이유는 비판 여론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핀테크 유연성 무너져… 경직된 인사제도로 역효과 우려"
핀테크 업계에서는 토스의 TRP 운영이 업계 특유의 유연한 인사 시스템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주요 핀테크 기업들은 TRP와 같은 인사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직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인사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업계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문화가 경쟁력인데, 토스는 오히려 강압적이고 경직된 인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결국 직원들이 눈치를 보며 일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관리자는 TRP로 인해 직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부하 직원에게 업무 평가를 솔직하게 전달하면 오히려 신고당할까 두렵다"며 "결국 관리자가 팀원 관리를 포기하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스 내부에서는 TRP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회사가 ‘신뢰 회복’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퇴출을 강요하고 있다"며 "결국 퇴사 압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토스가 TRP 논란을 조속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직원 사기 저하와 함께 우수 인력 이탈 등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핀테크 업계 선두 기업으로서 토스가 보다 윤리적이고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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