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 시장 ‘지문 무단발췌’ 관행 정조준…시대인재, 기존 저작권 유죄 판결·교재비 논란까지 잇단 잡음
국내 최대 문학·예술 저작권 관리 단체인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가 대치동 대형 입시학원 ‘시대인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형사 고소 절차에 들어갔다.
'교육 목적을 명분으로 참고서·문학 지문을 무단 발췌하고 출처를 누락하는 사교육 시장 관행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조치는 구조화된 사교육 업계의 저작권 위반 관행을 정면으로 겨냥한 첫 대형 법적 대응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문저협은 지난 21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저작물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에 형사 고소도 병행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시대인재 운영사 ㈜하이컨시와 소속 강사 13명 등 총 14개 처다. 문저협에 따르면 이들은 참고서·문제집에 실린 문학작품과 지문을 강의자료·프린트·온라인 학습자료 등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을 받지 않았고, 출처 표시조차 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문저협은 “2021년부터 이용내역 제출과 사용료 정산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학원 측은 사실상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며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업자 중 하나를 첫 조치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교육 목적 공정 이용’의 범위를 둘러싼 법적 판단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교육·연구 목적의 인용을 허용하지만, 영리 사교육 기관의 경우 법원은 수년간 “공정 이용 범위가 상당히 좁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참고서 지문이 학원의 자체 교재·프린트로 반복 유통되면서 원래 참고서 구매 수요를 대체했는지 여부가 향후 재판의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대인재는 이미 과거 저작권 침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2023년에는 경쟁 입시업체의 모의지원·합격예측 데이터를 크롤링 방식으로 무단 추출해 입시컨설팅에 활용한 혐의로 운영사 하이컨시와 직원들이 형사 유죄를 선고받았다. 2024년에는 자체 교재 판매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학부모들이 “과목당 월 교재비가 13만~28만원, 재수종합반 교재비만 총 300만원이 넘는다”며 “불필요한 교재까지 사실상 강매된다”고 반발하면서 교육청의 점검 요구가 이어졌다. 과거에는 “의대 정시 합격자의 상당수가 우리 학생”이라는 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시대인재가 대치동 입시 시장에서 ‘공룡’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저작권·공정거래·소비자보호 영역 전반에서 구조적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실제로 시대인재를 운영하는 하이컨시의 매출은 2024년 기준 약 3,818억 원에 달해 국내 사교육 업체 중에서도 압도적인 규모를 보이고 있다. 사교육 시장의 지배력이 커질수록 저작권·자료 활용·교재 유통 방식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저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교육 업계 전반의 저작권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블랭킷(일괄) 라이선스나 표준 사용료 체계 마련 등 제도적 정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문저협 관계자는 “사교육 시장 전반에 ‘교육 목적이니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있다”며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공정한 교육 환경을 위해 이번 사건을 선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대인재 측은 “가처분 신청 및 고소 내용을 확인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며 공식적인 반론은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한 학원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 사교육 시장 전반의 저작권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학작품·칼럼·논픽션 등 다수의 창작물이 수험 대비 교재로 활용되는 구조 속에서, 어디까지가 ‘교육 목적’이고 어디부터가 ‘영리적 무단 사용’인지 대한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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