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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 류근원 기자
  • 입력 2025.06.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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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후 두 시가 다 되어간다.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열어놨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손님도 들어오지 않았다.

냉장고에는 판매를 위해 들여온 해산물들이 냉동 상태로 벌써 일주일째 쌓여 있다.

하염없이 출입문을 바라보며, 타들어가는 가슴만 부여잡고 있다.”


얼마 전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절절한 이 한 줄 한 줄에, 지금 자영업자들이 마주한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5 자영업자 경영환경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행 최저임금이 경영에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숙박·음식점업 64.2%, 도소매업 51.9%, 교육서비스업 50.0%, 제조업 48.4%에 달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서는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44.2%로 가장 많았고, 이어 13% 미만 인상(21.2%), 인하(15.0%), 36% 미만 인상(10.2%)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점업’이 59.3%로 가장 높았고, 도·소매업(44.9%), 건설·부동산업(42.7%)이 그 뒤를 이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며 매출은 계속 줄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는 오르기만 한다. 이중고 속에서 자영업자 상당수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3명 중 1명(30.4%)은 월 최저임금(209만6270원, 주 40시간 기준)조차 벌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 25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20.4%), 최저임금 이상250만 원 미만(18.8%), 350만 원 이상~400만 원 미만(11.6%) 순이었다.


또 ‘최저임금 인상 시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고 밝힌 자영업자가 28.8%에 달했고, 최저임금을 13% 인상할 경우 9.6%, 36% 인상할 경우 11.6%가 폐업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 자영업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사실상 ‘어쩔 수 없는 영업’, 이른바 ‘목숨형 경영’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숨형 창업’에 이어 ‘목숨형 경영’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한 고용 환경 속에서 일정한 수익을 기대하며 창업했지만, 경기 침체와 매출 부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보여준다.


이들은 운영을 지속하기엔 현실적으로 너무나 버겁지만, 폐업을 하려면 그동안 받은 대출금을 먼저 갚아야 하는 제도적 구조 때문에 마지못해 가게 문을 열고 있는 상태다. 말 그대로 준폐업 상태다.


최근 정부는 7년 이상 갚지 못한 5천만 원 이하 대출에 대해 ‘배드뱅크’ 방식의 채무 조정, 즉 일부 탕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지금도 이자를 꼬박꼬박 갚고 있는 성실 상환자 입장에서는 역차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보다 큰 틀에서 본다면, 이 정책은 극심한 부채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정책 설계에서 형평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불신과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정교한 심사 기준과 공정한 절차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6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조정은 모든 채무를 일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과 재산 등 상환 능력을 심사한 뒤 시행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도박이나 사행성 빚도 선별해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사로부터 채무 정보를 매입할 때 빚의 용도까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기준을 잘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들은 창업 당시 투자 대비 월수익률 3.54.5% 정도를 기대하며 창업에 나선다. 하지만 현재 경기 상황에서 2.22.8%를 기록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지난 정부부터 이어진 물가 인상과 경기 하강은 자영업자의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12.3 긴급경제조치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까지 더해져 소상공인들은 지금 역대급 혹한기를 견디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소상공인들도 ‘어쩔 수 없는 영업’이 아니라, ‘기회 있는 영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소극적인 영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동기 부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매장 운영을 위한 마케팅과 고객 응대는 바로 그 의지에서 출발한다.


그 출발점은 무엇보다 소상공인을 짓누르고 있는 만성 부채를 덜어내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지금도 521만 명의 소상공인들이 희망을 안고 매일 가게 문을 열고 있다.


그들이 다시 희망을 품고 운영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국가 경제의 회복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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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 / 컨설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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