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하는 '2025년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은 소상공인들에게 현실적 희망을 주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소비 패턴 변화 속에서 무인화·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최근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상공인에게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지원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랜만에 현장의 필요를 충족하는 정책이 나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현장에서 가장 큰 논쟁은 장비 교체 자체가 아니라 배리어프리(Barrier-Free) 디지털 전환의 의무화다. 내년 1월 28일부터 15평 이상 매장에서는 기존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없다. 장애인·고령자·외국인 등 누구나 이용 가능한 ‘배리어프리 기준’을 충족한 기기만 설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편의 개선을 넘어, 디지털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부 구조를 개선했고, 화면 높이 조절, 인체공학적 키패드, 저시력자를 위한 음성 안내와 고대비 화면 기능을 갖췄다. 문제는 비용이다. 한 대 가격이 600만~700만 원에 달해 정부 지원을 받아도 200만 원 이상은 자부담이다. 경기 침체와 임대료, 인건비 부담을 겪는 소상공인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있다. 정책 취지를 살리면서도 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답은 ‘지원 방식의 정교화’에 있다.
첫째, 지원 구조의 다층화가 필요하다. 일회성 보조금만으로는 실효성이 낮다. 초기 설치비 지원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 세액공제, 장기 저리 융자, 리스·렌탈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장비 임대 시장을 제도적으로 활성화하면 초기 투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둘째, 배리어프리 도입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카드 수수료 감면, 세제 혜택, 우수사업장 인증제 등을 통해 ‘규제 부담’이 아닌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장비 교체가 단순 의무가 아니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전환돼야 한다.
셋째,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과 컨설팅이 병행돼야 한다. 장비 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고객 응대, 데이터 기반 경영, 온라인 채널 연계 전략 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배리어프리 디지털 전환은 단기적으로 비용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확대의 기회다. 국내 등록 장애인은 약 260만 명, 고령층은 이미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매장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해외 사례에서도 접근성 개선 매장은 매출이 평균 1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배리어프리 기술은 산업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산업이 동반 성장하며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국내 기술은 해외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 접근성은 세계적 화두이며 ESG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2025년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지원사업을 주관하는 경기권 기관 신승만 비스타컨설팅연구소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인건비 절감과 마케팅 지원, 스마트 기술 구현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크게 높아지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공급자와 수혜자 모두 만족하는 사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배리어프리 스마트 기술의 현장 접목은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배리어프리 디지털 전환은 소상공인에게 도전이자, 새로운 시장 기회다. 정부는 실질적 지원 장치를 통해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하고, 소상공인은 이를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포용적 혁신이다. 배리어프리 의무화는 그 첫걸음이며,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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