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F 부실 누적된 무궁화신탁, 자회사부터 정리하며 ‘시간과의 싸움
- 예비 인수자 확보한 매각형 회생…채권단 동의가 최종 분수령
재무개선명령을 받은 무궁화신탁이 결국 자회사 무궁화캐피탈을 회생절차에 넣으며 본격적인 매각 수순에 돌입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신탁·캐피탈 양쪽을 동시에 흔들면서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든 셈이다.
무궁화캐피탈은 지난 11월 26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다음날 이례적으로 신속한 회생개시를 결정했다.
법원은 회사 대표를 법률상 관리인으로 선임하고 채권·주주 목록 제출 기한을 12월 11일로,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내년 1월 16일로 못 박았다. 신청 하루 만의 개시는 이번 절차가 ‘매각형 회생’임을 법원이 명확히 인식하고 속도를 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회생은 단순한 유동성 위기 대응이 아니라 모회사 무궁화신탁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재무개선명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불가피했던 선택이었다.
무궁화신탁은 책임준공확약형 토지신탁에서 대규모 손실과 소송이 누적돼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급락했고, 금융당국은 작년 말 가장 강력한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명령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신탁사는 자본 확충·자회사 매각·최대주주 지분정리 등을 12월 15일까지 완료해야 한다.
부실이 집중된 무궁화캐피탈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도로 경영개선명령을 받으며 분리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캐피탈사는 11월 1일까지 제3자 매각 또는 정상화 방안을 이행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PF 대출 비중이 큰 사업 구조와 악화된 자본구조 탓에 자체 정상화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자산 규모도 800억 원대에서 400억 원대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지며 사실상 자본잠식 직전까지 밀린 상황이었다.
결국 회사는 ‘회생을 통한 매각’이라는 해법을 선택했다. 특히 무궁화캐피탈은 이미 예비 인수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둔 상태에서 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생을 통해 채무와 우발채무를 법적으로 정리한 뒤, ‘깨끗한 회사’로 만들어 인수자에게 넘기는 전형적인 매각형 구조로 평가된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회생개시 결정을 내린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시장의 우려는 이미 몇 달 전부터 감지돼 왔다. 무궁화캐피탈 부도설이 ‘지라시’ 형태로 돌았고, 회사가 이를 부인했지만 결국 회생 개시로 이어지며 불안이 현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은 회사가 중소형 여전사 규모이고, 사전에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준비해온 만큼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PF 익스포저가 큰 여전사들이 줄줄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무궁화캐피탈 회생의 성패는 곧바로 모회사 무궁화신탁의 운명과 연결된다. 무궁화신탁은 그동안 자회사 매각·지분 매각 등을 병행하는 복수의 구조조정 트랙을 추진했지만 매각 난항과 반복된 무산으로 일정이 꼬여 있었다.
부실 자회사를 먼저 정리해 매각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신탁사 본체의 매각·증자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 반대로 회생·매각 일정이 어긋날 경우 재무개선명령 전체 이행이 지연돼 인가 취소나 예금보험공사 관리 등 ‘강제 청산 시나리오’까지 현실화될 수 있다.
앞으로 핵심 관건은 회생계획 인가와 채권단 동의, 그리고 예비 인수자와의 본계약 체결이 모회사 개선명령 기한과 맞물려 차질 없이 진행되느냐다.
무궁화캐피탈 회생은 금융당국이 새롭게 정비 중인 여전업 구조조정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PF 부실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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