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약 26억 투입했지만 1년째 중단
금융감독원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을 보호하고 현지 금융시장의 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며 추진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
베트남 정부의 조직 개편으로 사업 주관 부처가 폐지되면서 사업은 1년 가까이 중단됐고, 이미 투입된 세금 약 26억 원은 현지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사업은 총 237만 달러(약 35억 원) 규모의 ‘베트남 금융 분야 조기경보 및 위기관리 역량 강화 사업’이다. KOICA의 공식 ODA 사업 정보에 따르면, 이 사업은 베트남 금융시장의 위기 리스크를 조기에 탐지하고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2021년부터 추진됐다.
한국 금융감독 체계의 조기경보 모델과 감독 노하우를 이전해 베트남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동시에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의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업의 핵심 파트너였던 베트남 국가금융감독위원회(NFSC)가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해산되면서 사업은 근본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베트남 정부는 금융 감독·조정 기능을 재정부와 중앙은행 등 여러 기관으로 분산 이관했지만, 이로 인해 사업의 공식적인 카운터파트가 사실상 사라졌다. 통합적인 금융 조기경보 체계를 전제로 설계된 사업 구조 자체가 붕괴된 셈이다.
이 여파로 사업은 약 1년째 중단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총 사업비 가운데 약 26억 원이 이미 집행됐지만, 핵심 산출물로 계획됐던 조기경보 시스템과 위기관리 모델은 베트남 행정 체계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스템과 컨설팅 결과물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운영하고 활용할 주체와 권한이 불분명해, 실질적으로 활용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리스크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는 점이다.
베트남 정부의 조직 개편은 단기간에 돌출된 사안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논의돼 온 구조 개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설계 변경이나 대체 주관 기관 지정, 범위 조정 등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국제 협력 사업에서 상대국의 행정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산 집행의 적정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미 집행된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쓰였는지, 실제로 납품·검수된 산출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와 모델이 개발됐다면 저작권과 사용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향후 다른 국가나 사업으로 전환 활용이 가능한지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당초 이 사업은 베트남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공적 목적뿐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을 위한 조기경보 안전망 구축이라는 실질적 효과도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사업이 장기간 멈춰 서면서 국내 금융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금융 공공기관이 참여한 해외 ODA 사업이라고 해서 ‘취지’만으로 성과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다.
베트남 금융 조기경보 사업은 공적 자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해외 진출 금융사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실제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묻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업의 향후 처리 방향과 이미 투입된 예산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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