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중계 업무보고서 사업 내용·예산 답변 공백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생중계된 외교·통일 분야 업무보고에서 코이카(KOICA)가 수행 중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실체와 규모를 묻는 질문을 던졌지만, 정부와 코이카는 해당 사업이 무엇인지, 예산이 얼마인지조차 즉각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정확히 어떤 사업이고 규모가 얼마냐”, “ODA 전체를 한 번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는 장면은 그대로 생중계됐고, 답변은 방향과 취지만 반복한 채 숫자와 구조는 비어 있었다.
이 장면의 핵심은 특정 기관이나 개별 사업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질문은 “코이카가 지금 집행 중인 ODA 사업을 총괄적으로 관리·설명할 수 있는 상태인가”를 점검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에서는 사업명·국가·예산·집행 구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수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ODA 사업이 총괄 기관조차 한눈에 설명하지 못하는 현실이 생중계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발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KOICA는 한국의 무상원조 ODA를 전담하는 핵심 기관으로, 연간 1조 원 안팎의 예산을 집행한다. 보건·교육·농촌개발·행정역량 강화는 물론,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기후 대응까지 사업 영역이 크게 확장됐다. 그만큼 사업 수는 늘고 구조는 복잡해졌지만, 이를 단일한 ‘총괄 원장’이나 명확한 관리 프레임으로 설명하는 체계는 외부에 드러나 있지 않다.
이런 구조적 취약성은 그간 감사와 국정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감사원은 KOICA의 일부 정보화·디지털 ODA 사업에서 사전 타당성 조사 부족, 유사·중복 검토 미흡, 성과 지표 부재, 사후관리 부실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혁신’과 ‘디지털’을 내세웠지만, 성과를 수치로 검증하는 관리 체계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연수·교육 사업 운영의 비효율성이 도마에 올랐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시설의 낮은 활용률, 내부 시설을 두고도 외부 지출이 발생한 사례 등이 지적되며, 운영 기준과 판단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는 사업의 선의와 별개로, 집행 효율과 책임성에 대한 관리 문제를 드러낸다.
여기에 더해 KOICA는 과거 전직 고위 간부의 인사 청탁·금품수수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ODA 집행기관에서의 인사 비리는 단순 개인 일탈을 넘어, 사업 선정·계약·집행 전반의 공정성과 신뢰를 흔드는 문제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일부 해외 ODA 사업을 둘러싼 예산 편성·증액 과정의 의혹이 제기돼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진행 중 사안인 만큼 단정은 경계해야 하지만, ODA가 정치·권력 구조와 맞물릴 수 있는 취약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이날 대통령이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 부처 ODA를 전부 분석해야 한다”, “좋은 취지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방향론이 아닌 ‘사업 단위의 실체적 점검’을 주문했다.
이는 곧 현재 ODA가 너무 분산돼 있고, 총괄 기관조차 전체 그림을 즉답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문제 인식을 전제로 한 발언으로 읽힌다.
ODA는 ‘좋은 일’이라는 명분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얼마를 쓰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한 장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투명성과 책무성은 공허해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방향 선언이 아니라, 사업 목록·예산·성과를 한눈에 제시할 수 있는 관리 체계의 재정비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생중계에서도 같은 질문과 같은 침묵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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