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화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 2002)' 에는 주인공 윌 프리먼(휴 그랜트 분)이라는 매력적인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평생 직장을 가져보지 않은채, 일하지 않고 런던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그의 직업은 '의도적인 백수(Loafer)'.
프리먼이 이렇게 부유한 백수로 살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그의 아버지가 작곡한 히트 크리스마스 캐럴의 저작권료라는 든든한 '경제적 울타리'가 있다는 설정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한 곡의 위력이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책임질 수 있다는 영화 속 설정은, 현실 속 한 여왕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대를 초월한 '크리스마스 여왕' 바로 '크리스마스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입니다.
그녀의 노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단순한 캐럴을 넘어 하나의 '영원한 연금'이죠.
만 24세였던 1994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발매 25년 만인 2019년에야 비로소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후 매년 시즌마다 차트에 재진입하며 6년 연속(2019년~2024년 기준)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곡의 진짜 위력은 바로 수익 규모입니다.
머라이어 캐리는 이 노래를 작사·작곡 및 제작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일반 가수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가져갑니다.
외신 추정치에 따르면, 이 곡은 매년 로열티 수입으로 약 250만~300만 달러(한화 약 33억~40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누적 수익은 이미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머라이어 캐리에게는 쌍둥이 자녀(모로칸, 먼로)가 있습니다.
영화 속 윌 프리먼이 아버지의 노래로 평생 놀고먹는 백수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머라이어 캐리의 자녀들 역시 어머니의 이 캐럴 덕분에 경제적인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의 '크리스마스 금수저'로 불립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 수익이 몇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입니다.
저작권법상 저작자의 권리는 일반적으로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보호됩니다. (미국의 현행 저작권법 기준).
1970년생인 머라이어 캐리가 만약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그녀의 사후 70년인 2120년까지도 이 곡의 저작권 수익이 발생합니다.
이는 그녀의 자녀 세대는 물론, 손주 세대와 그 이후의 증손주 세대까지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꼬박꼬박 '연금'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처럼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단순한 음악적 유산을 넘어, 머라이어 캐리 가문에게 수백 년에 걸친 경제적 유산을 물려주는 기적의 캐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한국 대중음악, 즉 K-POP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문화의 주역입니다.
K-POP이 이미 음악적 완성도, 트렌드, 그리고 전 세계 팬덤을 모두 갖추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한국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연금 캐럴'을 뛰어넘는, 혹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새로운 세계적인 크리스마스 명곡이 탄생할 때가 아닐까요?
화려한 무대와 영상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K-POP 아티스트들이, 다음 겨울에는 듣는 이의 마음을 영원히 녹일 'K-캐럴 연금'을 터뜨려주길 기대해 봅니다.
BEST 뉴스
-
[이상헌의 성공창업경제학] 폐업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전환점
최근 폐업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취업연계수당과 전직장려수당에서 부과되던 기타소득세가 전면 면제되면서, 소상공인의 재도약 환경이 한층 나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1월부터 기존 수당 지급액의 22%를 차감해 원천징수하던 관행을 변경함에 따라, 소상공인이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은 월 4만4... -
[데스크 칼럼] “10년전 대한항공 오발권은 사고 아닌 인격 살해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10년 전 가수 A씨의 ‘기내 난동’ 사건은 한 개인에게 씻을 수 없는 낙인을 남겼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면, 이 사건은 단순한 기내 소동이 아니었다. 국적 대기업 항공사가 저지른 오발권 실수, 그 실수를 덮기... -
스마트 전환의 숨은 주역 - 전문기관의 역할과 지속 가능한 사업 확산을 위한 제언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은 넘쳐나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성과로 연결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스마트상점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이를 사용하는 소상공인이 그 복잡한 기술을 스스로 선택하고 익히기란 쉽지 않다. 말하자면 운전면허 없는 이에게 최... -
[이호준의 문화ZIP] 대처 총리님, 아직도 하이예크를 믿습니까?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님, 당신은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1980년대 영국을 대대적으로 개혁했습니다. 그때 총리님이 집무실 책상에 올려두고 교과서로 삼았던 책이 바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예크의 명저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이었죠. 총리님은 하이예크의 주장, 즉 정부의 계획... -
‘기괴하다’와 ‘참신하다’ 사이…감쪽같이 사라진 N32 광고
‘n32’ 광고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해 이맘때 즈음, TV속 거의 모든 채널을 점령했던 시몬스의 비건 매트리스 브랜드 ‘N32’ 광고가 최근 자취를 감췄다. 강렬한 비주얼과 음산한 분위기로 “기괴하다”는 혹평과 “기억에 남는다”는 호평을 동시에 받았던 이 광고는 1년도 ... -
[이호준의 문화ZIP] '느좋' Music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서 유튜브의 검색창에 음악을 검색합니다. '느좋 Music' '느좋'이 뭐냐고요? 바로 '느낌이 좋다'의 줄임말입니다. 젊은 층에서 많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