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유례없는 경쟁입찰 즉시 유찰… 정당성 논란 확산
- 필수 제출 대상 아닌 서류 문제 삼아 입찰 종료… 법원 판례도 타당성 없어
- 의결 절차 없이 결정… 경쟁사 제안서도 열지 않고 입찰 종료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이 마감 하루 만에 유찰 처리되면서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쟁입찰이 성립된 직후 별도의 보완이나 평가 절차 없이 곧바로 입찰을 종료한 사례는 업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경쟁입찰이 성립될 경우 제안서 비교와 보완 절차를 거쳐 최종 평가가 진행되지만, 이번 사례는 이러한 과정 없이 즉시 유찰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2월 9일 입찰을 마감했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조합은 다음 날인 10일 특정 입찰사가 일부 분야 도면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을 유찰 처리했다고 통보하고 곧바로 2차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조합은 대우건설이 ‘흙막이, 전기, 통신, 구조, 조경, 소방, 기계, 부대토목’ 분야 세부 도면이 제출되지 않아 문제가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도서들이 입찰 단계에서 반드시 제출해야 할 필수 항목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던 만큼, 당초 요구되지 않았던 서류를 이유로 입찰을 종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사업 관계자는 “국토부 지침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 입찰 단계는 실시설계가 아니라 개념 설계와 공사비, 사업 수행 능력을 비교하는 단계”라며 “특정 분야 세부 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사례는 거의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법적 쟁점도 뒤따른다. 법원은 과거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일부 설계 도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2019카합401338)을 내린 바 있으며, 입찰 이후 사후적으로 기준을 적용해 경쟁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2025카합20696)을 여러 차례 제시해 왔다.
또 다른 쟁점은 경쟁입찰의 핵심 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과정에서 경쟁사인 롯데건설의 제안서는 개봉조차 되지 않은 채 입찰 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입찰의 목적이 여러 시공사의 조건을 비교해 최적의 선택지를 확보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안서 검토 없이 입찰을 종료한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판례 취지를 고려할 때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조합이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이 유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나 대의원회 등 내부 의결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자 선정은 사업 수익성과 조합원 부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안으로 통상 주요 결정은 내부 의결기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입찰 유효성 판단은 조합 재량 영역이지만 그 재량 역시 정관과 절차 범위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며 “이사회나 대의원회 의결 없이 유찰을 결정했다면 향후 절차 위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비사업 전반의 절차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조합은 경쟁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주체”라며 “절차적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결국 조합과 조합원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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