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갑·을의 관계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고 금융권의 ‘갑’ ‘을’의 문제도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보다는 곁가지 대책, 나열식 여론몰이에만 집중하면서 알맹이 없는 금융소비자 대책만 제시하고 있다”고 금융소비자원((www.fica.kr, 대표 조남희, 이하 ‘금소원’))은 밝혔다.
현재 금융사와 금융소비자는 갑·을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시장경제의 근간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올바른 소비구조의 정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비분야에서는 국내·외 모두 사회적, 경제적 역학 관계에서 힘의 균형추가 소비자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유독 금융분야의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관계는 아직도 아주 불합리한 갑·을의 구조를 견고하게 유지해 오고 있다.
금융권의 갑·을 관계는 법적 측면의 미비나 약관 등 불공정한 제도를 내세워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법의 적용은 사회적 변화나 약자의 보호를 고려하기보다 엄격한 운용이라는 원칙과 금융사 중심의 편향적 법리 판단도 원인의 하나였다. 또한 금융사는 정보의 불균형과 우월적 힘을 관행인 것처럼 당연시하며 갑의 위치를 유지해온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금융권 갑·을은 무엇인가?
은행들의 이자 편취는 오늘도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금융사,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한 갑들의 강력한 틀은 여간 높은 것이 아니다. 예금이자를 편취했다고 해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시간만 끌고, 펀드이자는 금융사들이 편취했다고 인정하면서 반환하려 해도 오히려 금융당국은 2년이 넘도록 아무런 언급이 없다. CD금리를 담합했다고 하니 조사는커녕 나서서 비호하는 ‘갑’들의 행태는 근본적 변화가 없어 보인다. 후순위채, 키코, 주가조작, 금융권 전반에 걸친 보험, 펀드의 불완전 판매, 수수료 폭리 등 금융권 ‘갑’의 행태는 헤아리기 어렵다.
특정금전신탁을 높은 정기예금처럼 마케팅 해놓고 손실이나 상환이 안 되는 경우에는 모든 책임을 금융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돌리는 행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를 금융상식이 부족한 서민, 노년층에게 집중 판매하고서 구매 책임을 지우는 것이나, 은행들의 경우, 정기예금보다 400배나 이익이 많다며 직원들이 독려하여 판매된 키코판매 사기. 수백 개의 중소기업이 무너져도 누구 하나 잘못을 고백하지 않고 매수자만 책임지는 현실, 주가조작을 아무리 해도 법 타령하며 감독을 게을리 해온 금융당국, 수 조원의 펀드 피해자들에게 유명 법무법인을 내세워 가입자 잘못으로 둔갑시키는 이러한 금융 현실도 바로 갑·을 관계에서 나온 것이다.
대출 시에는 어떠한가?
통상 은행들은 담보대출을 해주는 경우에 분명 담보를 보고 대출을 실행한다. 대출 후에는 관행적으로 대출금액의 회수나 빠른 회수를 위해 대출자의 다른 재산이나 급여를 압류하기도 하는 등 대출자를 상당히 압박해 온 것도 사실이다. 담보대출이라면 제공한 담보물로 한정하여 판단하고 대출금을 회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채권을 확보하려는 행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은행 여신거래 기본약관에 의하면 “담보가치의 감소 등의 사유로 은행의 채권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때에는 채무자는 은행의 청구에 의하여 곧 은행이 인정하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기한의 이익이 상실한다”는 약관으로 대출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불공정한 약관이며, 그 동안 대출자들을 파탄에 이르게 한 약관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이 약관은 유지되고 있다. 약관이라는 우산 아래 ‘갑’의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담보로만 대출채무 책임을 한정하지 않고 모든 위험을 대출자에게만 부담시키는 금융 관행이야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련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언급도 없다. 시정을 요구해도 건의해도 말이다.
이러한 금융권의 ‘갑’의 위치에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비호도 한 몫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비호가 없다면 이 시점까지 어떻게 유지해 왔겠는가? 최근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일련의 조치들은 금융사들을 긴장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사들은 얼마 전까지 금융권에 잘 협조해 주던 금융당국의 자세가 돌변했다고 느끼면서 어찌할 수 없다는 자세다. 반면 금융소비자의 느낌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금융소비자보호 소리는 요란하지만, 금융소비자의 실질적 체감은 약한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과거의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것이 금융당국이다. 왜 금융피해에 대한 보상 언급은 단 하나도 없는 것인가? 제도나 근본적인 것은 두고 곁가지 치기, 개수 나열식의 여론 몰이는 진정성에 의문이 들게도 한다.
금융권의 ‘갑’ ‘을’ 문제를 핵심 사항이 아닌 작은 개선이나, 모범규준의 제시, 혹은 실질적, 제도적 개선이 아닌 지침 개정 정도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 것 해라”, “저 것 해라”는 식의 세세한 항목 나열이 아닌, 어떤 위반이 나오면 어떻게 제재하겠다는 강한 신호가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권의 갑·을 문화 지속은 금융산업적으로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으로 변질시켰다. 금융의 모든 영역을 은행들이 잠식하다 보니, 금융생태계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은행권역만 문어발식으로 확대, 집중화 되면서 보험, 증권, 자산운용, 카드 등 금융 타 권역은 왜소해지고 종속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권역간에도 갑의 횡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은행과 비교하여 중견기업이던 증권, 보험, 자산운용, 카드부문도 점점 중소기업으로 전락해 갈 상황이다.
은행의 공룡화는 금리의 단층구조를 가져오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5% 대의 대출서비스를 못 받는 계층이면 바로 10-30% 대의 이율로 대출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새로운 갑·을 관계 정립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 제시 없이는 금융산업적으로도 새로운 도약은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금융사들은 핵심 고객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아마도 핵심고객에 집중하여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핵심고객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금융소비자가 핵심일 뿐이다. 금융소비자를 우선 생각하는 핵심원칙이 금융영역에 자리 잡을 때,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는 세계적인 선도 금융기업이 될 것이다. 금융사는 금융상품 판매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만족한 고객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발상의 전환이야 말로 금융사나 국가, 금융소비자 등 모두에게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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