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에서 백두산까지는 원래 밤기차가 가장 좋은 교통 수단이었다. 밤에 기차에 올라 잠을 자면 아침에 바이허(白河)역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서파(西坡) 등이 개발되면서 송지앙허(松江河)도 여행 중심지가 됐다. 송지앙허에서 서파는 물론이고 새로 개발된 남파 등으로 가는 여행이 출발한다. 바이허와 송지앙허는 도로가 개통하면서 2시간이면 닿는다.
필자는 다섯 차례 백두산에 가봤다. 대부분 여름이었다. 백두산에 가면서는 우리 민족의 시원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돌이키게 된다. 실제로 백두산을 비롯한 동북 지방의 자연은 우리와 정말 닮아 있어 다른 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야 하는 것은 동북공정이나 백두산 공항 건설처럼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으로 만들고자 하는 중국의 다양한 의도나 여행지로 돈을 벌겠다는 의지뿐이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금지된 서파 산행도 있고, 북한쪽 코스도 개발된다지만 조금만 코스를 바꾸어도 백두산 여행은 풍성해질 수 있다. 우선 원시산림으로 불리는 숲 트레킹은 길게 잡으면 두 시간 정도를 숲길을 따라 다녀오는 코스다.
백두산의 숲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므로 조심히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산문을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나오는 두만강 발원지, 숭선세관을 지나 허롱(和龍)을 거처 옌지로 가는 길도 두강강의 물줄기를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옌지는 200만 조선족의 수도와 같다. 조선족에 의해 행정이 이루어지던 자치주의 중심도시이자 문화, 교육의 중심도시였다. 중국 조선 문화를 만든 데 가장 중심 인물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주덕해 선생이다.
사실 이제 조선족 청소년 사이에서조차 그의 이름을 듣기 쉽지 않은데, 그는 동북에서 항일 운동을 하다가 러시아로 건너가 교육을 받고 와서 옌안에 간다.
그곳에서 탁월한 지도력으로 농업 등에 공을 세우고, 마오는 물론이고 저우언라이와 깊은 친분 관계를 가졌다. 중국에 남은 주덕해는 옌볜 자치주를 만들고, 지금도 중국 유수 대학에 꼽히는 옌볜대학의 전신을 만들고, 소수민족예술단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옌볜 가무단을 만든 인물이다.
그는 문화대혁명 때 저우언라이의 배려로 후베이로 내려가서 은둔 생활을 하다가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 그의 흔적은 이제 옌볜대학의 뒤에 있는 기념비에서 만날 수 있지만 그곳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고,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자치주마저 위협다는 상황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곳은 100여 년 전 동북 항일운동의 중심지라 그 느낌도 애틋하다. 윤동주, 함석헌, 문익환 등이 공부했던 대성중학의 유적이나 이제는 사라진 선조들의 문화가 살아 있는 옌지의 시장을 돌아보는 것도 독특한 느낌이다. 하지만 백두산 여행이 개방되면서 이곳은 급속히 시장화의 급랑을 타고 있다.
글 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BEST 뉴스
-
[이상헌의 성공창업 경제학] 민생회복지원금 후광효과 지속하려면…
정부가 경기 침체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한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은 당초 국민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하고 내수를 진작시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원금 소비가 마무리되는 지금, 그 정... -
[이상헌의 성공창업경제학] 폐업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전환점
최근 폐업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취업연계수당과 전직장려수당에서 부과되던 기타소득세가 전면 면제되면서, 소상공인의 재도약 환경이 한층 나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1월부터 기존 수당 지급액의 22%를 차감해 원천징수하던 관행을 변경함에 따라, 소상공인이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은 월 4만4... -
스마트 전환의 숨은 주역 - 전문기관의 역할과 지속 가능한 사업 확산을 위한 제언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은 넘쳐나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성과로 연결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스마트상점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이를 사용하는 소상공인이 그 복잡한 기술을 스스로 선택하고 익히기란 쉽지 않다. 말하자면 운전면허 없는 이에게 최... -
[이호준의 문화ZIP] 대처 총리님, 아직도 하이예크를 믿습니까?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님, 당신은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1980년대 영국을 대대적으로 개혁했습니다. 그때 총리님이 집무실 책상에 올려두고 교과서로 삼았던 책이 바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예크의 명저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이었죠. 총리님은 하이예크의 주장, 즉 정부의 계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