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가 2022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2022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6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225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61명에 달했다. 주변인 피해자 수까지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는 최소 372명에 이르렀다.
이에 따르면 최소 1.17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으며, 주변인의 피해까지 포함하면 최소 0.98일에 1명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로, 실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
총 372명의 피해자 중 연령대를 파악할 수 있는 159명의 피해자 연령대를 분석했을 때, 피해자 연령대는 40대가 25.79%(41명)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20대가 21.38%(34명), 30대가 17.61%(28명)로 나타났다.
이어 50대는 14.47%(23명), 60대는 10.06%(16명)로 나타났으며 10대는 6.29%(10명), 70대 이상은 4.4%(7명)로 나타났다.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는 20대~3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통념과 달리 여성살해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에게 발생하고 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주변인 피해자 수 최소 61명
전체 피해자 372명 중 61명(16.4%)이 피해자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지인, 전/현 파트너 등 피해자의 주변인이었으며 이들 역시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전년도와 비슷하게 2022년에도 배우자 관계에서의 주변인 피해자 중 자녀인 경우가 27명 중 11명으로 40.7%에 달하며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가해자 자신도 ‘아버지’이지만 피해자를 통제하거나 보복하기 위해 자녀의 생명까지 이용하는 것이다.
반면, 데이트 관계의 주변인 피해는 부모·형제·자매 등 친인척이 28.1%(9명), 자녀와 동료·친구 등 지인이 각각 18.7%(6명)로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전/현 배우자·애인이 12.5%(4명)를 차지했다. 기타 관계에는 ‘전 여자친구로 착각해 살해’, ‘전 애인을 위협하기 위해 숨어지내다 마주친 건물주를 살해’, ‘애인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견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여성살해 사건은 당사자뿐 아니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변인과 반려동물 및 피해 여성과 무관한 사람들의 생명에도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
주요 범행 동기는 “결별을 요구하거나 만남을 거부해서”
가해자가 진술한 범행 동기 중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가 98명(26.3%)으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61명(16.4%),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 48명(12.9%), ‘자신을 무시해서’ 19명(5.1%), ‘성관계를 거부해서’ 7명(1.9%)으로 나타났다.
기타의 경우로는 가해자의 폭력을 신고·고소해서,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 빚이 있다는 것을 아내에게 들통나서 등이 있었다. 사실상 이러한 범행 동기는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때 살인을 저질러도 된다는 인식을 공통으로 드러내고 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소유물로 보는 가부장적 관점이 여전히 보편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 만나자’고 해서”, “이혼 후 재결합 요구를 거절해서”
가해자들은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12.9%) 여성을 살해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동기에 따른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면 상습 폭행한 전력이 있으며 사건 당일에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사건, 외도를 의심하며 수년간 괴롭히다 목을 졸라 살해한 사건, 피해자의 직장에까지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다 흉기로 살해한 사건 등 대부분 폭력이 지속·반복적으로 있었던 연장선에서 살인 혹은 살인미수 행위가 발생했다.
피해자의 주변인 중 24.6%가 스토킹 피해를 당해
전체 피해자 372명 중 99명(26.6%)은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협에 처하기 전에 스토킹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배우자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 중 스토킹 피해를 함께 입은 피해자는 96명 중 23명(23.9%),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 중 스토킹 피해를 함께 입은 피해자는 206명 중 61명(29.6%)에 달했다.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피해자 조사에서도 34.2%가 배우자와의 별거나 이혼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배우자 혹은 데이트 관계에서 관계 중단 시 발생하는 스토킹은 그 심각성을 고려하여 관리되어야 하며 적극적인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스토킹 범죄 피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변인에게도 발생했다. 본 통계에 따르면 주변인 피해자 61명 중 15명(24.6%)이 스토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인 피해자는 동료·친구 등 지인이 40%(6명), 부모·형제·자매 등 친인척 26.7%(4명), 자녀 및 기타 각 13.3%(2명), 전/현 배우자·애인 6.7%(1명)로 피해자와 생활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205명의 피해자가 거주지에서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전체 피해자 372명 중 55.1%(205명)가 피해자 거주지에서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상 가해자는 피해자와 같이 거주하거나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거주지에서 살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해자가 안전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가장 큰 특징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격리가 최우선시되어야 하는 이유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에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로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접근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긴급임시조치와 임시조치 등이 있다.
그러나 2021년 가정폭력 가해자 검거 인원수가 53,985명이었음에도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직접 긴급임시조치를 취한 비율은 7.2%(3,865명), 임시조치를 신청한 비율은 12.4%(6,704명)에 그쳤다. 경찰의 보호조치 신청 건수가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했을 경우, 겨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도로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조치이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1,241명이다. 살인미수 등까지 포함하면 2,609명,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3,205명이다. 14년간 최소 1.96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식 통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에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였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가족관계 등 생활 영역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두고 (가정폭력처벌법에) 도입된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피해자가 보호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두고 도입된 것이라는 말이 사법기관에서 나올 말인가.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이름 그대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가정폭력처벌법뿐만 아니라 스토킹처벌법에도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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