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더러운 지하실에서 잠을 깬 대 여섯 살 난 아이는 춥고 배가 고파 옆에 누운 엄마를 흔들어 깨운다.
‘싸늘하게 식은’ 엄마는 미동도 없다. 아이는 혼자 밖으로 나간다.
지나가던 경찰관이 아이의 행색을 보고는 눈길을 돌린다.
“와, 정말 멋지다!”
세상밖에는 온통 크리스마스 축제가 한창이다.
한 유리창문 안에서는 파티가 열리고 있었고, 예쁘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웃고 장난치고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고 있었다.
두 번째 유리창 안에서는 부인들이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테이블 위에 산더미같이 쌓인 파이를 나눠주고 있다.
아이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한 부인이 소리소리 지르며 달려와 아이에게 동전을 쥐여주고는 문밖으로 쫓아낸다.
세 번째 유리창 너머에서는 재미있는 인형극이 벌어지고 있다.
꼬마는 너무나 재미있어서 웃음을 터뜨리며 깔깔깔 웃는다.
그때 갑자기 덩치 큰 아이가 다가오더니 장남 삼아 아이를 걷어찼다.
아이는 겁에 질려 달아나다가 어느 집 앞 장작더미 뒤에 웅크리고 앉아서 서러운 눈물을 닦았다.
얼마가 지났는지…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면서 찬란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인형 같은 아이들이 보였다.
“이건 예수님의 크리스마스 파티야.”
아이들이 말했다.
“이날이 되면 예수님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없는 아이들은 위해 파티를 열어주셔.”
모두 지상에서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그리스도가 축복을 해주고 있었고 한 쪽에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울면서 서 있었다.
다음날 아침 수위들은 장작더미 뒤에 숨어 있다가 얼어 죽은 아이를 발견했다.
거리의 꼬마는 추위로 꽁꽁 얼어붙었다. 손가락이 얼어서 더 이상 구부러지지가 않았다.
한 여인이 아이를 쫓아내면서 쥐여준 동전이 손에서 미끄러져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나갔다
이 동화는 얼핏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를 연상시키지만 ‘크리스마스 동화’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현실적인 도스토옙스키의 하이퍼리얼리즘 잔혹 동화다.
‘그리스도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받은 꼬마’는 도스토옙스키가 살던 당시의 옛이야기뿐만 아니다.
지난 20일, 비록 어린아이는 아닐지언정 귀국을 20일 남겨둔 한 여인이 영하 18도의 추운 날씨에 난방도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청하다 변을 당했다.
추위에 덜덜 떨며 점점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잠이라 착각했을 도스토옙스키의 소녀와 한 외국인 노동자 여인은 소설로, 현실로 세상의 부조리함에 원망의 외마디 한번 못 질러보고 이승에서 잊혀 갔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
천사가 된 작은 아이들은 울고 있는 '한 많은 엄마들'에게 다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여기는 너무 좋은 곳이니 이제는 울지 말라고 달래 준다.
그리고 그 눈물을 닦아주는 손이 바로 그리스도의 손이다.
(현실에서, 그분께 다가간 그 여인의 눈물도 닦아 주시기를…)
가난한 자들과 서러운 자들을 위해, 하늘에서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오신 그리스도의 탄신일을 맞아 그 감사한 뜻을 헤아려 보며 또한, 현실 속에서 도움의 손길도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기도하는 밤이다.
그리고 코로나의 고통에서 두려워하는 전 세계인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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