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원로원에서 황제를 탄핵할 때 내려지는 형벌 중에 ‘담나티오 메모리아(damnatio memoriae)’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기록 말살형’이라는 것으로 지도자의 재임 중 있었던 모든 기록물과 형상들을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폭정을 휘둘렀던 '네로 황제'가 그랬다. 그의 모든 기록은 태워졌고 부서졌다.
음악계의 예를 들면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으로 1976년부터 2016년까지 자그마치 40년간 신처럼 군림해 왔던 제임스 레바인에 대한 ‘기록 말살 작업’이 이루어진 바 있다.
그가 재직 당시 상습 성추행을 저지른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오페라단이 위촉한 외부 조사에서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증거가 드러남에 따라 명예 음악 감독직에서 해지됐던 것이다. 메트는 온라인 판매대에서도 그의 자취를 없애 버렸다.
1994년 뉴욕메트는 한 명의 소프라노 가수를 축출해 버렸다. 그 이유는 '싹수가 없어서'였다. 그 '왕싸가지'의 주인공은 바로 3대 흑인 소프라노, 천상의 목소리로 추앙받던 '캐서린 배틀'이다.
맑은 호수같이 투명하고 깨끗한 고음과 안정적인 긴 호흡 등 모든 것을 타고난 천상의 목소리로 혜성같이 나타나 전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었던 그녀였다.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사람이 변해 버렸다. 한마디로 성격이 '왕싸가지'로 변해 버린 것이었다.
예를 들면 '단원들과는 다른 호텔을 사용해야만 한다', '대기실은 무조건 전용'이어야 한다(오페라에서도), 전용 리무진 대기, 공연 3시간 전에 빈필과의 공연 취소(이 때문에 빈필에서도 두 번 다시 초대 안 함), 공연 관계자들을 하인 대하듯이 말하기 일쑤였다.
한 번은 순회공연 중인 배틀이 뉴욕에 있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다. 그 이유가 목덜미를 잡게 했는데 ‘바로 앞에 있는 리무진 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에어컨 온도를 높이라고 말하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자 단원들이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맞춰 입었는데 '나는 전쟁에서 살아 남았다(I survived the Battle)'이라고 프린트돼 있었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경제적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은 뉴욕메트와 배틀을 불러서 무려 14회나 공연을 했다. 이때 배틀이 불러서 일본인들에게 깊이 각인된 성악곡이 바로 '헨델'의 '옴부라 마이푸'였다.
일본의 위스키 광고에도 출연하여 이 곡을 불렀기 때문에 이때 일본인들이 애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했다고 한다. 일본 출신의 카운터 테너 '요시 가츠메라'도 이곡을 불러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올렸다.
BEST 뉴스
-
[이상헌의 성공창업 경제학] 민생회복지원금 후광효과 지속하려면…
정부가 경기 침체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한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은 당초 국민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하고 내수를 진작시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원금 소비가 마무리되는 지금, 그 정... -
[이상헌의 성공창업경제학] 폐업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전환점
최근 폐업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취업연계수당과 전직장려수당에서 부과되던 기타소득세가 전면 면제되면서, 소상공인의 재도약 환경이 한층 나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1월부터 기존 수당 지급액의 22%를 차감해 원천징수하던 관행을 변경함에 따라, 소상공인이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은 월 4만4... -
스마트 전환의 숨은 주역 - 전문기관의 역할과 지속 가능한 사업 확산을 위한 제언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은 넘쳐나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성과로 연결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스마트상점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이를 사용하는 소상공인이 그 복잡한 기술을 스스로 선택하고 익히기란 쉽지 않다. 말하자면 운전면허 없는 이에게 최... -
[이호준의 문화ZIP] 대처 총리님, 아직도 하이예크를 믿습니까?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님, 당신은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1980년대 영국을 대대적으로 개혁했습니다. 그때 총리님이 집무실 책상에 올려두고 교과서로 삼았던 책이 바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예크의 명저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이었죠. 총리님은 하이예크의 주장, 즉 정부의 계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