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카페를 비롯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노조가 설립됐다.
‘직장갑질119온라인노조’(이하 온라인노조)는 3일 온라인노조 조합원과 직장갑질119 스탭 150명이 온라인(zoom)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온라인노조 산하에 업종지부로 사회복지지부와 한국어교원지부가 설치되었고, 병의원, IT 등 업종이 추가될 예정이며, 업종교섭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다수가 기업별노조인 한국에서 업종노조가 있긴 하지만, 기업이 아닌 업종과 개인을 조합원으로 둔 초기업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온라인노조(위원장 박성우)는 3일 저녁 5시에 온라인(줌)에서 150명이 모여 온라인 카페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노조를 출범시켰다.
이에 앞서 온라인노조는 지난 10월 2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노조 설립 총회를 열어 노조 규약을 제정하고 임원과 대의원을 선출했다.
온라인노조 초대 위원장은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 사무처장은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를 선출했고, 부위원장 겸 업종지부장으로 최지원 부위원장(사회복지지부장), 이창용 부위원장(한국어교원지부장)을 뽑았다. 노조는 10월 28일 고용노동부(서울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를 했고, 10월 31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신고증’을 발부받았다.
2017년 11월 1일 출범한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개정을 필두로 공휴일 유급휴일, 임금명세서 의무화, 상병수당 등 법·제도 개선을 이끌었고, 선정적 장기자랑과 체육행사 강요 등을 알려 한림대성심병원에 노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기 어려웠다. 직장갑질119는 7년 동안 직장인들을 상담하면서 임금, 야근, 괴롭힘, 해고, 비정규직 등 직장갑질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대응할 때 유리하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노동조합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업종별 노조’를 추진했고, 7년 만에 온라인노조를 만들었다.
한국의 노조는 대부분 기업노조여서 일정 규모가 되지 않으면 노조 설립이 어렵다.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13.1%로 OECD 최하위권이며 공공부문(70.0%), 300명 이상 사업장(36.9%)에 비해 100인 미만(30~99명 1.3%, 30명 미만 0.1%)은 사실상 무노조 상태다, 그래서 누구나 익명으로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노조를 만들었다. 네이버 카페(cafe.naver.com/119union)에서 가입원서와 조합비(월 5천원 이상)를 내고 승인을 얻으면 가입된다. 퇴사했거나 구직 중인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노조 활동은 주로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노동상담, 노동교육, 노동소식, 노동정보, 법률정보,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실 수 있다. 조합원에 대해서는 24시간 내에 상담을 한다. 필요시에는 오프라인 활동도 한다.
택배노조, 라이더유니온, 대리운진노조 등 업종노조가 있지만, 대부분의 노조는 기업별교섭을 하기 때문에 대기업·공공기관 조합원들과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노조에 개인이 가입할 수도 없다. 그래서 온라인노조는 업종노조와 개인이 중심이 되는 노조로 만들었다. 비리와 갑질이 만연한 사회복지지부와 가장 열악한 근로조건의 한국어교원지부가 만들어졌다. 현재 온라인노조에는 병의원에서 일하는 간호노동자, IT업종, 중소금융기관(농협·수협·신협, 새마을금고), 어린이집 교사, 강사·트레이너 등이 가입해있는데, 업종별로 직장인들이 일정 규모(30명) 이상 모이면 추가로 업종별지부를 만들 예정이다. 온라인노조는 업종별 교섭과 정부·지자체와 교섭 및 협의를 벌여 업종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은 직장갑질119에 가장 상담이 많고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한 업종이다.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37.9%로 평균보다 3.9% 높았다. 시설장의 횡포와 비민주적인 운영으로 갑질과 비리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시설이고 업계가 좁아 문제 제기조차 하기 어렵다. 온라인노조 사회복지지부(지부장 최지원)는 ▲복지시설 사유화 철폐 ▲종교·기부 강요 금지 ▲안전한 근무한경 조성·직장내괴롭힘 근절을 3대 요구로 내걸고 보건복지부, 지방정부와 교섭 및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온라인노조가 한국어교원을 대상으로 8월 26일부터 9월 13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강의 수반 필수 업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느냐’는 질문에 71.0%가 ‘지급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23.3%는 ‘일부만 지급한다’고 응답했다.
대학 어학당, 초중고 등에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은 1만 명에 달하지만,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노조가 없고, 가장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온라인노조 한국어교원지부(지부장 이창용)는 ▲근로계약 체결 ▲강의수반 필수업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 ▲고용안정과 교원 지위 확립을 3대 의제로 설정하고, 대학, 교육부, 시도 교육청과 교섭 및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한국어교원 실태조사, 한국어교원의 날, 집단 소송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온라인노조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입이 편리하고 익명으로 활동이 가능한 온라인노조가 있을 경우,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9.1%로 나타났다. 온라인노조가 있을 경우 제공받기를 희망하는 콘텐츠를 물어본 결과,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 타 회사 정보’(39.6%), ‘빠른 노동 상담’(36.6%), ‘업종별 모임과 정보 교류’(20.0%) 등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노조는 출범 이후 설문조사와 조합원 의견 수렴을 거쳐 ‘칼퇴’, ‘퇴근 후 연락 금지’, ‘내 연차 내 맘대로’, ‘회식 문화 개선’, ‘반말 금지’, ‘프리랜서 말고 근로계약서 쓰기’ 등 모든 직장에 공통되고 대중성 높은 직장 개선 의제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주요 업종인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위원장은 “온라인노조는 개별 회사가 아니라 각각의 업종과 직종을 기반으로 업종별․직종별 활동을 한다. 익명으로도 가입과 활동이 가능하다. 커피 한 잔 값의 월 조합비로 각종 노동정보와 전문적인 노동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금껏 세상에 없던 새로운 노조, 온라인노조는 노동조합이라는 세계의 온라인 포털이자 플랫폼이다. 온라인노조는 일하는 사람 모두의 노동이 존중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BEST 뉴스
-
강남 똑똑플란트치과, 결국 터질게 터졌다 …노동부 특별감독 착수
서울 강남구 대형 임플란트 전문 치과인 똑똑플란트치과에서 수년간 비정상적인 근로 관행과 직장 내 괴롭힘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확산되며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번 사안은 입사 이틀 만에 퇴사한 직원에게 18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증명이 발송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실이 온라... -
'반성문 강요·3시간 대기·사후관리 실종'…논란 확산하는 똑똑플란트치과
강남의 한 치과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직원들에게 수백 줄짜리 반성문 작성, 면벽 서기, 고성·욕설이 반복됐다는 내부 제보가 불거져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환자들의 시술 불편·사후관리 부재·비용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며 파문이 다시 커지고 있다. ... -
“시대인재” 저작권 무단 사용…문저협 가처분·형사 고소 강행
국내 최대 문학·예술 저작권 관리 단체인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가 대치동 대형 입시학원 ‘시대인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형사 고소 절차에 들어갔다. '교육 목적을 명분으로 참고서·문학 지문을 무단 발췌하고 출처를 누락하는 사교육 시장 관행을 더는 ... -
장경태 ‘성추행 공작’ 논란…모자이크 해제 영상 공개되며 공방 격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성추행 의혹 영상’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원본 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가 된 영상은 약 1년 전 촬영된 술자리 장면으로, 일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
‘매우 혼잡’ 대한항공 라운지…아시아나 승객까지 쓴다고?
#. 16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타고 인천에서 시드니로 떠난 대한항공 고객은 이날 대한항공 앱에서 2터미널 라운지 혼잡 정도를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2터미널에 있는 3개의 대한항공 라운지가 전부 빨간색으로 표기되며 ‘매우 혼잡’이라고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새롭게 연 ... -
[단독] “이런 양아치는 본적도 없다” 62~68만원에 팔고 102~153만원 내라는 여행사
하나투어 CI [하나투어 제공]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가 과도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구설수에 휘말렸다. 기존에 결제한 요금의 2~3배 가량을 요구하자 누리꾼들은 “해도 너무한다”며 하나투어를 비판하고 있다.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