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발언\' 여러 해석 가능…단일 의미로 처벌 불가\"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도 "과장일 수 있지만 허위로 보기 어려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배경에는 실제 발언을 넘어서 유추하거나 확장해 해석해선 안 된다는 형사법 원칙이 작용했다
이는 형사법의 주요 원칙인 유추해석 금지 원칙과 확장해석 금지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다. 유추해석 금지 원칙은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사안을 비슷한 성질의 다른 법률을 근거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는 법 해석에서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확장해석 또한 법률에 명시된 의미를 넓혀 해석하는 것으로, 형사 재판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2심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을 당시의 맥락과 일반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해석했다. 1심에서 유죄 근거가 됐던 고(故) 김문기 씨 관련 발언과 백현동 발언 모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2심 판결은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파생 원칙인 유추해석 금지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골프 치지 않았다'는 발언, 다의적 해석 가능…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에 유리하게"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두 가지 주요 발언이 쟁점이었다.
첫 번째는 2021년 12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특히 쟁점이 된 부분은 "김문기와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방송에서 "국민의힘에서 사진을 조작해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를 김 전 처장과 함께 해외 출장 기간에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규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해당 사진이 원본에서 일부만 발췌된 것이므로 "조작됐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다른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면 하나의 의미로만 단정해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의심스러운 경우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검찰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 표현하지 않은 내용을 암시했다고 쉽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과장일 수 있지만 허위는 아냐"
두 번째 쟁점은 백현동 개발 관련 발언이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의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이를 거부할 경우 직무유기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 대표가 스스로 용도 변경을 결정했다고 보고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성남시가 공공기관의 용도 변경 과정에서 국토부의 압박을 받았다는 정황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받았다는 발언은 과장일 수 있으나, 사실 자체가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할 경우,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국토부의 거듭된 요구로 성남시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대표의 발언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 의견 표명에 가깝다는 결론이다.
다른 재판에도 영향 미칠 가능성
재판부는 검찰이 이 대표 발언의 배경에 '대장동 비리 의혹과의 연관성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내심의 의도는 표현의 객관적 의미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인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결국 2심 재판부는 형사법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정치적 발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판결을 내린 셈이다.
이 같은 2심 판단이 이 대표의 다른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가평 크리스탈밸리CC서 카트 추락…70대 근로자 사망
18일 오후 1시경 경기도 가평군 상면 대보리 소재 크리스탈밸리 컨트리클럽(CC) 내 도로에서 작업용 카트가 5미터 아래로 추락해 70대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즉시 구조에 나섰으나, 두 사람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 -
[단독] FDA에 이름 오른 '에이피알'… 'K-뷰티 신화'에 드리운 먹구름
에이피알(APR) 김병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메디큐브(Medicube)’로 대표되는 에이피알(APR)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이피알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는 ‘디지털 감각’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SNS 중심의 브랜드 확산 전략을 ... -
매크로 예매는 불법인데… 티켓베이는 왜 처벌받지 않나
티켓구매 (CG) [연합뉴스TV 제공] 프로야구와 인기 가수 공연 티켓을 자동 프로그램(매크로)으로 대량 예매해 되판 업자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입장권을 무더기로 예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초당 수백 회 클릭... -
호반그룹, 성장인가 무리수인가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장남 김대헌 사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인천 송도의 호반써밋송도오피스텔에서 시작된 전기료 소송이 호반그룹의 책임 구조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인근 단지보다 두 배 이상 전기료를 내고 있다”며 시공사인 호반건설을 상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