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 해소·재벌개혁, 후보 모두 침묵”…韓경제 구조 개혁의지 실종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은 헌정질서가 무너진 후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선거다. 탄핵과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막을 내린 윤석열 정부 이후, 정치적 전환만큼이나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주요 후보들이 내세운 경제공약을 들여다보면 ‘경제개혁 없는 경제공약’이라는 실망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저성장, 양극화, 청년 실업,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난제 앞에서 후보들은 구호를 반복하거나 기술 중심의 청사진만 제시할 뿐, 경제 권력의 개편이나 재벌 중심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사실상 실종됐다.
이번 평가는 경실련 공약검증단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각 후보의 10대 공약을 바탕으로, 성장 전략부터 세제 개편, 산업정책, 복지까지 주요 분야별로 비교한 결과다.
李 “AI로 미래산업”…하지만 공약집조차 없어 구체성 부족
이재명 후보는 AI, 벤처, 스마트농업, 문화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을 강조한다. AI 인프라 구축, 고성능 GPU 확보, 클러스터 조성 등 일부 항목은 구체성을 갖췄다. 그러나 아직 공약집조차 발간하지 않아 경제 전반에 대한 정책 설계의 디테일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의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산업 정책 기조와 유사하나, 재벌 개혁이나 경제민주화에 있어선 소극적이다. 상법 개정, 사익편취 근절 등 제한적 조항이 있을 뿐, 경제 권력 구조 자체를 흔드는 공약은 찾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 정책과의 연계성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金 “기업 하기 좋은 나라”…하지만 재벌엔 말 없다
김문수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자유주도 성장'을 핵심 기조로 규제 철폐와 세금 감면에 방점을 뒀다. AI 인재 양성, 수출진흥 회의 정례화 등 일부는 실행력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공약 전반은 기업 친화적 성격에 집중돼 있으며, 시장 투명성 확보나 경제 권력 감시 장치는 부재하다. 재벌 개혁은 언급조차 없고, 불평등 해소나 분배에 대한 고려는 사실상 실종됐다.
또한 전력 인프라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자력에 두고 있어, 기후위기 대응 전략과 충돌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생에너지 없이 원전에 기대는 산업 전략은 위험한 도박이란 지적이다.
李 “규제기준국가제”…경제철학조차 없다?
이준석 후보는 “규제기준국가제”, “성과연금”, “리쇼어링 유도” 등 행정개혁형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조세, 복지, 노동, 재벌 개혁 등 경제의 골격을 좌우할 핵심 분야는 공약이 사실상 공백 상태다.
기술 기반 공약도 단편적이며, 산업 전략과 연계되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경제철학이나 구조개혁 인식이 가장 부족한 후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權 “세금으로 분배하자”…그러나 성장전략은 부재
권영국 후보는 조세 재분배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소득세·법인세 강화는 물론 부유세, 디지털세, 탄소세 도입까지 제시했다. 분배 철학은 뚜렷하나, 재벌 개혁이나 산업정책은 사실상 공약에서 빠져 있다.
증세를 통한 복지 확충이라는 설계는 성장 전략이나 기술 혁신과의 연계가 미흡해, 실효성 있는 경제 구조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경제공약, 모두가 피해간 이름…‘재벌’
이번 경제공약의 가장 큰 공통점은 무엇보다 ‘재벌’이라는 이름을 피했다는 점이다. 네 후보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 경제의 가장 강력한 기득권 구조인 재벌 체제에 대한 개혁 공약은 입을 모아 외면했다.
이재명 후보는 비전은 제시했으나 제도 개편이 빠졌고, 김문수 후보는 기업 중심 정책에 집중하며 시장 공정성 개혁은 외면했다. 이준석 후보는 아예 경제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했고, 권영국 후보는 분배를 말했지만 권력 견제 장치 없는 분배론에 그쳤다.
한국 사회의 지속적 저성장과 불평등 심화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그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되어온 재벌 체제, 지역 격차, 일자리 양극화 문제 앞에서 네 후보 모두 실질적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반쪽짜리 성장론에 머물렀다.
이번 경제공약 비교평가는 경실련 공약검증단이 주관했으며, 이후 복지·노동·재벌개혁 등 주요 정책 분야에 대한 연속 분석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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