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제안을 했길래 공정위에서 바로 까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안을 반려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고객의 마일리지를 과도하게 후려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양대 항공사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본 공정위는 즉시 반려하면서 대한항공에 수정, 보완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 소비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고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소비자들의 권익이 균형 있게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 보건대 대한항공 측이 과도하게 아시아나 항공 고객의 보유한 마일리지 전환율을 낮추려고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온라인 카페에는 이를 두고 “어느 정도로 날로 먹을 시도를 했길래 바로 컷이냐”거나 “공정위를 상대로 간을 보다니 대한항공이 간이 부었나 보다”라며 비난하는 글 일색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한항공 측이 아시아나 마일리지의 가치 절하를 전제한 전환 정책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해 이런 소비자에게 불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 아시아나는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대한항공 입장에서만 마일리지의 가치를 판단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중요한 건 아시아나 마일리지의 핵심 가치가 스타얼라이언스 사용처에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는 세계 최대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따라서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은 26개 이상 제휴 글로벌 항공사에서 항공권 발권이 가능하다. 싱가포르항공, 루프트한자, ANA, 터키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라인업도 쟁쟁하다. 유럽, 미주 등 장거리 노선 발권이 상대적으로 쉽고, 비즈니스석 발권 활용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단순히 ‘제휴 항공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좌석을 발권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마일리지로는 사실상 대한항공 말고 다른 항공권을 탑승할 여지가 많지 않다. 물론 대한항공도 에어프랑스, 중화항공 등이 소속된 스카이팀 소속이긴 하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이들 항공사 탑승이 가능은 하다.
문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제휴사 항공권을 예약하려면 사전 전화 예약이 필수인데다 실시간 좌석 조회가 어렵고, 발권 취소·변경 제약도 커서 소비자 편의성과 실질 사용 가치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반면 온라인 마일리지 발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스타얼라이언스는 이보다 훨씬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항공권을 발권하기 용이하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보유한 소비자는 스타얼라이언스 동맹 항공사 발권이 불가능해지면서 국제선 선택지가 축소되고 비즈니스·퍼스트석 탑승 기회가 제한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감가 상각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자유와 기회를 제한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 소비자들이 “제휴카드로 적립한 아시아나 마일리지도 최소한 1 대 1의 비율로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배경이다.
한 누리꾼은 “마일리지는 고객이 수년간 이용 실적과 소비를 통해 정립한 소중한 여행 자산”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이를 일방적으로 평가절하하는 행위는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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