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이 실적 우량 계열사인 삼환기업을 통해 부실기업 KRT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 시장에서는 “왜 삼환이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계열 간 단순한 지분 거래로 보기 어려운 이 건의 배경엔 총수 일가 지배구조와 얽힌 ‘정무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M그룹 건설 계열의 대표 주자인 삼환기업은 최근 자본잠식 상태인 KRT산업을 145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 회사는 지난달 주식 양수도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그룹 내부 기류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KRT산업이 자본총계 -42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이다. 작년 매출은 거의 없고, 보유한 현금성 자산도 1,4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회사를 145억원에 사들이겠다는 조건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더욱이 인수 주체가 ‘알짜’ 기업으로 불리는 삼환기업이라는 점은 해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삼환은 2023년 기준 매출 3,500억원, 영업이익 212억원을 올린 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부실기업을 떠안을 하등의 이유가 없어 보이는 삼환이 굳이 KRT산업 인수에 나선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분 구조를 보면 힌트가 나온다. 삼환기업의 최대주주는 우오현 회장의 장녀 우연아 씨(32.6%)다. 차녀 우지영, 삼녀 우명아 씨와 우 회장 본인이 각각 21.7%씩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삼환은 총수 일가 직계 자녀들의 ‘패밀리 컴퍼니’인 셈이다.
이런 삼환기업이 그룹 내 대표 부실 계열사 KRT산업을 인수하는 구조는 단순한 경영 판단이라기보다, 내부 지배구조 조정 차원의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KRT의 실질 모기업인 우방은 최근 2년 연속 1,000억원대 손실을 낸 대표적인 부실 계열사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결국 그룹의 손실 부담을 총수의 장녀가 지배하는 회사에 떠넘기려는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이번 계약이 주식매매계약(SPA)이 아닌 MOU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석연찮다. 이는 내부 반발이나 외부 비판이 커질 경우 철회가 가능한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열사 간 거래는 대부분 조용히 진행된다. 그럼에도 SM그룹이 굳이 공시를 통해 MOU 체결 사실을 알린 것도 이례적이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단순한 주식 거래가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최근 SM그룹 내부 권력 재편 구도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 회장의 이복 자녀인 우건희·우기원 씨는 SM상선과 대한해운 등 핵심 계열사를 장악해 그룹의 주축으로 부상했다. 특히 우기원 씨는 자신이 지배하던 회사를 그룹 중간 지주사인 삼라마이다스에 흡수시키며 지배구조 중심에 들어섰다.
반면, 장녀 우연아 씨는 이 같은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비켜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우연아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환기업이 부실기업 KRT산업 정리를 맡는 것은 단순한 재무 전략이 아니라 ‘그룹 내 소외된 가족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만약 이번 거래가 실적이 없는 법인에 프리미엄을 얹어 우량 계열사의 자산을 이전시키는 방식이라면,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거래’나 ‘사익편취’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및 총수일가 이익 편취 감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SM그룹도 조사의 레이더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145억원이라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KRT산업 인수는 지배구조의 재편이 걸린, SM그룹 내부 권력구도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SM그룹은 이 거래가 왜 지금, 왜 삼환이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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