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조 2천억 집행하면서 국고·건보 재정 규모는 끝내 답변 불가
- “닭고기 회사 회장이 왜 적십자에” 인선 논란까지 번진 재정 블랙홀
회장 사임과 잇단 논란 이후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한적십자사의 재정 관리 역량이 정면으로 도마에 올랐다.
답변자로 나선 인물은 김흥국 대한적십자사 부회장이자 하림그룹 회장이었지만, 대통령이 던진 가장 기초적인 질문인 “연간 예산 1조 2천억 원 가운데 국가 재정이 얼마냐”는 물음에 대해 끝내 숫자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업무보고에서 적십자사 측은 연간 지출 규모가 1조 2천억 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은 곧바로 그 재원의 성격을 따져 물었다. 특히 국고가 얼마나 투입되는지, 다시 말해 국민 세금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김흥국 부회장은 기부금·후원금을 언급하며 설명을 시도했을 뿐, 국가 예산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량적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뒤이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답변에 나섰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장관은 적십자사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혈액사업 수가 구조를 설명했으나, 이 역시 개념적 설명에 그쳤다. 혈액사업 수가는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지급되며,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 보험료와 국고 지원으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그래서 국가 재정이 정확히 얼마냐”는 질문에는 끝내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되지 않았고, 대통령은 “나중에 알려달라”며 질의를 정리했다.
이번 장면이 특히 논란이 된 이유는, 적십자사가 회장의 인종차별 발언 논란으로 사임이라는 중대한 사태를 겪은 직후 열린 첫 공식 업무보고였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와 비차별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기관의 수장이 논란 끝에 물러난 상황에서,
재정 투명성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조차 부족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내부 통제와 관리 역량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여론의 반응은 곧 인선 문제로 번졌다.
김흥국 부회장이 재계 출신, 그것도 닭고기·식품 기업을 이끄는 하림그룹 회장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댓글과 커뮤니티에는 비판이 이어졌다. “왜 닭고기 회장이 적십자 예산을 설명하느냐”, “기부 많이 하면 명예직 부회장 되는 구조냐”, “명예직을 실무 보고대에 세운 판단이 문제”, “회장 사임했으면 최소한 예산 브리핑은 준비했어야 한다”, “준공공기관이면 국고 비중부터 명확해야 한다”, “복지부도 숫자를 못 내놓은 건 더 심각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비판의 초점은 개인을 넘어, 명예직 인선과 실무 보고가 뒤섞인 구조, 그리고 기관과 주무부처 간 재정 관리·보고 체계의 허술함으로 모아졌다.
재정 구조를 보면 문제는 더 분명해진다. 대한적십자사의 연간 지출은 1조 2천억 원 이상이지만, 자체 기부금·후원금은 약 1,4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재원은 혈액사업 수가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충당되거나, 재난·구호·위탁사업 명목의 국고 보조금(세금), 기타 사업 수입 등으로 구성된다. 형식상으로는 ‘사업 수입’과 ‘보조금’으로 구분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 공적 재원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질문은 단순했다. “그렇다면 국가 재정이 정확히 얼마냐.” 그러나 그 단순한 질문에 대해 부회장도, 주무부처도 답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기부를 받고, 세금을 쓰는 준공공기관이라면 얼마를 걷고, 얼마를 쓰며, 그중 세금이 얼마인지를 설명하는 것은 최소한의 책무다.
연간 1조 2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국고와 건강보험 재정이 각각 얼마나 투입되는지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업무보고는 대한적십자사가 여전히 민간단체와 공공기관 사이의 책임 경계를 모호하게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장 사임 이후 첫 공식 무대에서 드러난 숫자의 공백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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