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31일 전 세계 통일교 지도자와 신도에게 보낸 특별 메시지에서 “정치적 청탁이나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대선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검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총재가 직접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한 총재의 발언과는 달리, 특검은 교단 내부에서 나온 다수의 메모와 간부들의 증언을 토대로 조직적 정치 개입 정황을 포착하고 있다.
특검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한 총재는 202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통일교 간부 약 120명을 만나 “하늘 섭리를 5년 뒤로 미룰 것이냐, 앞당길 것이냐, 너희가 잘 판단하라”며 “이 정부는 많이 부족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발언은 당시 윤석열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지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됐고, 일부 간부들이 실제 선거 지원 활동에 나섰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한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특검은 ‘메모왕’으로 불리는 전 3지구장 유모 씨의 수첩을 확보했다. 이 수첩에는 한 총재의 주요 발언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으며, 대선을 전후한 시점의 정치적 언급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수첩에서는 2022년 1월 5일 권성동 의원과의 오찬 일정 옆에 “큰 거 1장 support”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특검은 이를 권 의원에게 1억 원이 전달된 정황으로 보고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권성동 의원은 특검 조사에서 “대선 기간 중 한학자 총재를 두 차례 찾아가 큰절한 사실은 있다”고 진술했지만, 금전 수수는 부인했다. 그러나 전직 간부 윤모 씨는 “권 의원이 한 총재를 방문해 금전이 든 쇼핑백을 받아갔다”는 취지로 진술해 진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검팀은 확보한 수첩과 진술을 토대로 한 총재가 교단 차원의 선거 개입을 묵인하거나 지시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한 총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 총재는 이날 메시지에서 “권성동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김건희 여사에게의 선물 전달 등 일부 간부의 행위는 자신과 무관하다”며 “통일교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교단 측 역시 “총재 발언을 선거 지시로 해석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한 총재가 공개적으로 “정치 개입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수첩 메모와 전직 간부들의 구체적 진술이 특검 수사에서 핵심 증거로 부상하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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