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 청장 “문제 시 수사 의뢰”…감사 증인 솔브케이 곽기홍 대표 “20년 전 알던 사이”라고 답해
국가유산청이 최근 5년간 추진한 정보화 사업 가운데 약 38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소수 특정 업체에 집중 발주한 정황이 드러났다. 내부 평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신생기업이 반복적으로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허민 청장과 수혜업체 대표가 동시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국가유산청이 발주한 정보화 사업 약 380억 원이 한 사무관이 담당한 프로젝트를 통해 집행됐으며, 동일한 6개 업체가 연속 낙찰됐다. 대표적 수혜업체로 지목된 솔브케이는 2019년 설립된 신생 ICT기업으로, 2020년 ‘문화재 공간정보 활용체계 구축사업’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5건, 약 90억 원대의 유산청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핵심은 ‘자체평가 제도’다. 국가유산청은 대부분의 사업에서 조달청 외부 심사 대신 내부 담당자가 직접 평가위원을 구성하는 방식을 운영했다. 일부 평가위원은 동일 기관의 사업 평가에 6회 이상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기홍 솔브케이 대표는 “담당 사무관과 20년 전부터 알고 지낸 것은 사실이지만 금품 수수나 부정 청탁은 전혀 없었다”며 “자체 기술력으로 정당하게 수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허민 청장은 “현재 관련 감사를 진행 중이며, 법령 위반이나 절차상 문제가 확인될 경우 감사원 감사 청구와 함께 수사 의뢰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비위 사건이 아닌 공공조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내부 인사가 평가위원을 직접 섭외하고 동일 인물이 반복 참여하는 제도는 사실상 ‘내정형 계약’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구조를 방치하면 제2, 제3의 솔브케이가 나올 수 있다”며 “입찰 평가 과정의 외부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이 외에도 국가유산청의 여러 문제점이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우선 유적지 관리 부실이 대표적이다. 다수의 사적지와 문화재에서 보존 상태가 악화되거나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사례가 보고됐고, 일부 현장은 ‘사진상 복원 완료’로만 처리된 채 실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출범 초기부터 강조해온 ‘문화유산의 체계적 복원’ 기조와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건희 여사의 종묘 출입 특혜 의혹도 논란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영녕전 신실’ 구역에 대통령 배우자가 출입한 정황을 제기하며, 당시 CCTV가 꺼지고 출입 기록이 남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허민 청장은 “행사 진행 과정에서 절차 위반이 있었다면 명확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집트 문화유산 복원 ODA 사업의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됐다. 타당성 조사에 참여했던 교수가 이후 사업 수주 기관의 구성원으로 다시 등장한 사실이 드러나, 공공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 훼손 우려가 커졌다. 여야 의원들은 “공공 연구·사업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제도적 개선을 요구했다.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 준비 지연도 지적됐다. 기획단 출범과 예산 편성이 법정 시한을 넘기며 부산시가 일부 비용을 자체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국가유산청의 행정력과 조정 능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밖에도 수의계약 편중과 내부 인사 논란이 집중 추궁됐다. 여성기업 특례제도를 이용해 한 부부가 다수의 수의계약을 연속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최근 단행된 대규모 인사에 대해서는 “정권 말기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국가유산청의 구조적 관리 실패와 시스템 부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화재 보존과 복원을 담당하는 기관이 오히려 행정 불투명과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선 셈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사무관이나 한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유산청이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주체로서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행정 절차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문화재 행정 전반에 대한 국민적 신뢰 역시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국감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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