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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웅제약 ‘에너씨슬 집중샷’, 수험생 불안 팔아 공격적 마케팅…과연?

  • 김세민 기자
  • 입력 2025.11.1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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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포털 검색창에 ‘수험생 영양제’를 입력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제품은 대웅제약의 ‘에너씨슬 집중샷’이다. 네이버와 쿠팡, 올리브영 등 주요 플랫폼 상단을 장악한 이 제품은 “몰입력 UP 수험생 필수템”, “1등급 학생들이 함께한 집중 루틴”, “4,000,000포 판매 돌파”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학부모와 수험생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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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의 ‘에너씨슬 집중샷’ 홍보물

 

대웅제약은 공식몰과 광고에서 “학부모님들이 집중샷으로 자녀를 케어해주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교복 차림의 학생 모델이 젤리형 제품을 손에 쥔 채 밝게 웃는 이미지가 사용되며, 제품은 ‘공부 보조 간식’처럼 묘사된다. 


또한 “아이비리그 학생과 월스트리트 인재들이 먹는 누트로픽 성분”, “아이비리그 학생 5명 중 1명은 누트로픽을 섭취한다”는 문구가 강조되며 소비자에게 일종의 ‘성공의 상징물’로 인식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의약품이 아닌 일반식품(캔디류)으로, 집중력 향상이나 성적 개선을 입증할 어떠한 근거도 없다.


제품 성분을 살펴보면 밀크씨슬(간 보조), 비타민 B군, 아르기닌, 타우린, 식물성 카페인(과라나 추출물) 등이 포함돼 있다. 


대웅제약은 “식물성 카페인으로 부담을 줄였다”고 홍보하지만, 1포당 카페인 함량은 약 100mg으로, 하루 3포 섭취 시 최대 300mg에 달한다. 식약처가 권장하는 청소년 카페인 섭취 상한선(체중 50kg 기준 125mg/일)을 두 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다. “카페인 : 테아닌 = 1 : 2 비율로 안정감을 높였다”는 설명 역시 실제 함량 대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제품은 특히 ‘젤리형 스틱’으로 제작돼 청소년이 간식처럼 쉽게 섭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졸릴 때 한 포”, “밤샘 공부용” 등 광고 문구는 고카페인 음료보다 더 쉽게 접근하도록 만든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경우 카페인 과다 섭취로 불면, 심계항진, 위장장애, 불안 증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은 “맛있게! 재밌게! 저작근을 사용해 잠이 번쩍 깬다”는 문구로 각성 효과를 가볍게 포장하고 있다.


또한 공식몰에는 “1등급 학생들이 함께한 집중 루틴”이라는 제목 아래 실제 성적표 이미지가 공개되어 있다. “성적표는 실제 내신 성적표입니다”라는 문구까지 삽입돼, 제품 섭취가 높은 성적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암시한다. 이는 직접적 효능 표방을 피하면서도 소비자가 성취와 제품을 연결해 인식하도록 설계된 전형적인 심리적 마케팅 기법이다. 불안한 학부모 입장에서는 “다른 집 아이들은 이걸 먹는데 우리 아이만 안 먹이면 뒤처질까”라는 심리를 자극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험생 영양제’, ‘고3 비타민’, ‘집중샷’ 등의 키워드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상단에는 대부분 대웅제약 제품이 노출된다. 이는 대규모 키워드 입찰을 통한 검색 독점형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우연히 선택할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태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윤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적 향상용 보조제라는 인식이 퍼질수록 학생들이 휴식 대신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며 “수면 부족, 불안, 위장장애 등으로 오히려 학습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발표한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보고서’에서도 비타민·카페인 함유 제품 부작용 신고가 전체의 63%를 차지했으며, 주요 증상은 불면, 두통, 복통, 심계항진 등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는 대형 제약사가 오히려 이를 가볍게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물성이라 안전하다”, “테아닌으로 부담을 줄였다”는 표현은 소비자에게 ‘천연 성분이라 괜찮다’는 착각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그린워싱식 홍보다. 각성제 효과를 ‘젤리 간식’처럼 표현하고, ‘아이비리그 학생’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포장하는 마케팅은 의약 전문기업으로서의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의 마케팅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대상이 예민한 청소년과 불안한 학부모라면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몰입 비법’, ‘1등급 루틴’, ‘아이비리그 집중템’ 같은 문구는 과학적 근거보다 감정적 설득에 의존하며, 결국 학부모의 불안과 수험생의 피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구조를 강화한다. 수험생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젤리 한 포가 아니라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그리고 마음의 여유다. 대웅제약의 ‘에너씨슬 집중샷’은 단순한 영양제가 아니라, 수험생 불안을 마케팅 자원으로 바꾼 상징적인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한편, 본지는 해당 내용에 대해 대웅제약 측에 공식 반론을 요청했으나 기준 시점까지 별도의 입장이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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